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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Apr 14. 2016

수평적 조직, 꼭 되어야 하는 것인가

기업의 자신찾기에 관한 이야기

 요즘 인터넷을 삼성이 새로 도입하는 ‘수평적 조직’ 이야기가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기사링크)


    많은 사람들은 그게 되겠어? 절대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지시는 모양인데 저는 하나의 기업이 변하는 것보다는 왜 수평적 조직을 그렇게 꿈꾸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물론 이유야 ‘미국의 스타트업 같은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일 겁니다. 삼성은 우리나라 회사 중 가장 사람들이 가고 싶은 회사지만, 신입 퇴사율 60%를 기록하는 회사기도 하고 (명예를 위해 말해두자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열심히 노력하는 회사입니다) 또한 제조업 쪽에서는 굴지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해외 구글, 애플등이 빛나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길을 넓히는 것을 보고있기만 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것이 수평적 조직을 꿈꾸는 이유 중 하나겠죠.


   이런 회사는 비단 삼성뿐만이 아닙니다. 게임회사 넷마블도 최근 직급폐지를 공표하는 등 삼성 외에 수평적 조직을 꿈꾸는 회사들은 참 많죠. 이를 위해 이 회사들이 가장 먼저 도입하는 게 직급 단순화 및 폐지고 이런 ‘호칭’에 매달리는 이유는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호칭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호칭이 아니야!!

    그런데 제 입장에서 보면 실패한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도 호칭을 쓰지 않고 있으며, 또한 국내에서 권위주의로 유명한 모 회사도 호칭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호칭을 기껏 없앴더니 다른 호칭을 만들어내면서 수직적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회사도 있죠. 예를 들어 제 핸들네임이 '나르사스'면 사원때는 '나', 대리급이 되면 '나르' 그리고 과장급이 되면 '나르사'라고 부르는 식으로 말이죠. 이는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며 호칭의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유명한 수직적 조직은 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명령을 신속히 수행하는 것이 생명인 조직이죠. 이런 조직에선 없는 체계도 생기게 됩니다. 


    군생활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원래 군대에서 지휘체계는 징병제로 입대한 병사들에게는 부여되지 않으며 관리 및 전투체제를 위해 분대장 등의 일부에게만 지휘권이 부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원칙이며 실제 군대에서는 병장, 상병, 일병, 이병 등의 직급이 엄청나며 심지어 입대한 달 별로 또 나눠서 같은 이병이라도 4월 군번에게 5월 군번이 반말했다간 제가 군대 있을 때만 해도 뒤에 끌려가서 신나게 맞았습니다. 그리고 물어보니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는 금지된 이 제도는 효율적인 사병관리를 위해 암묵적으로 권장되고 있죠. 이게 군대에서 왜 이런 문화가 생기나 하면 

군대야말로 수직적인 조직으로 움직일 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2차 대전 때 미국은 일본을 항복시키기 위해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 하기로 결정했죠. 원폭투하는 트루먼이 직접 하달한 것이고 이로 인해 위력도 잘 알지 못하는 1호 원폭이 히로시마에 투하가 되었습니다. 나가사키는 2차 투하지가 된 것이죠. 


  여기서 가정을 들어보죠. 만약 당시 미군이 수평적 조직, 해외 스타트업이나 수평적 기업으로 유명한 IDEO처럼 사원도 CEO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심지어 변화하는 조직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나가사키에 사는 사람이 얼만데, 히로시마에 투하할 땐 몰랐지만 이젠 위력도 알고, 이걸 투하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민간인 피해가 엄청날 텐데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그래서 폭격을 담당한 병사가 의견을 개진한 겁니다. 자 제대로 작전이 수행될까요? 아마 원폭 찬성론자, 전쟁 종결론자, 인권중시자, 원폭반대자가 맹렬히 토론을 시작할겁니다. 그 동안에 비행기는 계속 날다가 현해탄을 빠져나가겠죠.


   기본적으로 이런 적시성이 가장 중요한 조직이 군대이므로 군대는 수직적인 조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시기에 움직 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그토록 까다롭고, 시간을 어겼을 때 페널티가 크며 명령을 어기는 것을 무엇보다 큰 죄로 여기는 것도 (심지어 전시 명령 불복종 및 항명은 총살이라고 군법에 나와 있습니다) 이런데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모든 조직이 수평적 조직을 추구할 필요는 없으며 조직 시스템상 수직적 조직이 되어야 하는 곳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실 겁니다. 재미있는 건 요즘 군대도 수평적 조직 바람이 불어와서 병제통일 및 업무 브리핑을 통해 명령을 납득시키는 과정을 도입하고 있다는 겁니다.


수평적 조직은 왜 태어나는 것일까? 

   수평적 조직은 왜 태어나는 걸까요? 창업을 해보면, 해외 스타트업 사례를 유심히 읽어보면 그 사유가 짐작이 갑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이 키우고 싶은 롤모델(??) 스티브 잡스는 친구인 워즈니악과 창고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커지기 전까지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인재영입으로 구하긴 어려우니 역시 친구들 중에서 뽑기 마련이며 이런 조직에서 수직적 관계가 생기긴 힘들 겁니다. 다 친구고 서로서로 어려움을 감안하면서 돕는 판에 거기서 감투싸움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아마 했으면 같이 위업을 달성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물론 대한민국 같이 힘 가진 사람이 유리 해지는 사회에선 기껏 스타트업을 잘 론칭해놓고 초기 멤버들이 직위 및 감투 싸움하고 친구지만 이사니까 존대해라 어째라 하다가 말아먹는 경우도 있지만 저 나라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죠. 그래서 미국의 스타트업은 수평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미국의 스타트업이 수평적인 조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취업정보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를 보면 대표가 들어오면 기립하도록 시키는 회사도 많고, 모든 인사권이 대표에게 몰아져 있는 잘 나가는 스타트업도 많죠.


  더 재미있는 건 이렇게 태어난 애플은, 사람들이 창업신화 중 하나로 꼽는 


애플은 IT기업 중에서도 특히 수직적인 조직이라는 겁니다.

  애초에 애플의 경우 팀 쿡이라는 CEO 가있고, 각 수석들이 존재하며 명함을 보면 Director나 Manager 등의 직함이 선명하게 적혀있죠. 단순히 조직 구성이 수직적인게 아닙니다. 애플은 자신이 기기 설계, OS, 운영체제 그리고 응용프로그램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만들어냅니다. 이런 조직에서 모든 것을 맞추려면 수직적인 명령체계 및 시키는 대로 하는 조직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수평적인 조직은 이를 못해내냐고요? 적어도 쉬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쉬운 좋은 예가 세가(SEGA)라는 일본의 게임회사 입니다. 한 때 전 세계 2위였던 게임 기업이죠. 게임기, 소프트웨어를 모두 취급했지만 여러번의 실패끝에 지금은 상당한 영향력을 잃고, 일개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어버린 회사입니다.


   세가는 일본에 본사가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머리가 세 개인 조직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본의 가정용 사업부,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아케이드 사업부 그리고 시장 1위의 위업을 이룬 세가 아메리카가 바로 그것이죠. 


   세가의 가정용 사업부는 94년도에 세가 새턴(SEGASATURN)이라는 기기를 발매합니다. 이 기기는 훗날 전 세계 과점의 위업을 달성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싸우기 위해 개발된 제품인데요, 이 제품이 참 여러모로 수평적 조직이 낳을 수 있는 병폐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본 가정용 사업부는 CD가 들어가는 2D 게임 전용기를 만들었는데 돈을 더 잘버는 아케이드 사업부의 요구로 3D 기능을 뒤늦게 구현하기 위해 추가 부품을 부착하고 미국에서는 자신들의 주력 텃밭인 메가드라이브(새턴의 전 세대 게임기)를 팔기 위해 또 다른 기능인 램 팩 슬롯을 추가하는 식으로 기능이 덕지덕지 붙어나갔습니다.


   기능이 붙어나가면 기기는 점점 효율성을 상실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부품값이 불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새턴은 399달러로 발매, 경쟁기보다 100달러나 비싼것도 모자라 대당 판매마진도 훨씬 떨어지는 기기로 태어나고 말았으며 플레이스테이션과 경쟁하기 위해 299달러로 가격인하를 하는 바람에 회사 영업수지 적자에 기여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덕지덕지 붙은 기능이 비효율적이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개발사들마저 등을 돌렸죠.


    만약 애플이 수평적 조직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까요? 경영진은 아이폰 7을 만들라고 지시하고 개요를 정해줍니다. 최적의 마진을 낼 수 있는 가격대,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킬 제품의 형태가 나오겠죠? 애플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위한 기능도 들어갈겁니다. 그런데 OS개발부의 태클이 들어옵니다. 너무 멋진 IOS 10.1을 개발했는데 메모리가 8G나 필요하다, 이건 꼭 써야 한다! 고 말이죠.


  수직적이라면 2G에서 최적화 된 OS로 다시 개발하라고 하겠지만 수평적인 조직은 그러면 제품 설계를 다시 해야 하겠죠? 단가는 도로 올라가겠죠? 마진율은 줄어들 겁니다. 그래서 기껏 만들었더니 응용프로그램 부서가 10.1에 대응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힘드니 발매일을 반년 늦추자고 합니다. 그래서 멀쩡한 기기는 반년 늦어지고 맙니다.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벗어나서 이런 애플은 효율적인 마진을 낼 수 없습니다. 


   즉, 애플은 수직적인 조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저는 제조업은 수직적인 시스템을 능력 있는 경영진이 운영할 때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 유수기업들의 간부들의 명함을 봐도 그들 기업은 수직적인 기업이 될 수밖에 없고요.


   자 위에서 두 회사를 비교했습니다. 제조업의 이상적인 모습 = 효율적인 제조 시스템, 제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까지 모두 구축한 애플, 그리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반을 모두 갖추 고강력 한 철권 통치자까지 갖췄으면서 이익집단의 분열로 인해 최악의 결과물을 낳았던 세가입니다. 


여기서 무슨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아래 문단 제목이죠.


조직문화는 만들 수 없다, 만들어질 뿐이다

   애플의 경우 적자만 내서 스컬리에게 쫓겨난 잡스가 부활합니다. 잡스가 나간 이후 실패노선만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구원투수인 잡스. 애플을 잘알고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낸 잡스. 기존 경영진은 연이은 실패로 인해 세력이 약해져 있으니 입도 뻥긋못하는데다 본인 자체가 고집있는 성격이라 본인이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됩니다. 이게 히트를 불러왔죠. 그렇다면

회사는 최대 마진을 내는 시스템을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도록 강요하며 회사의 환경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수직적 조직이 애플의 문화가 되었으며 뛰어난 장사꾼인 잡스의 역량이 더해져 수직적인 애플이 가장 효율적인 이윤을 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맙니다. 시작이 수평적 조직인 애플이었는데 말이죠?


   반면 세가의 경우는 기기를 만드는 곳은 가정용 사업부인데 돈은 아케이드 사업부가 더 잘 법니다, 가정용 사업부가 쓰는 개발비, 그들의 급여는 아케이드 사업부가 벌어오기 때문에 자신들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없습니다. 다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2위 기업인데 미국에서는 1위 기업의 위치를 잡고 있으니 그쪽 비위도 맞춰져야 합니다. 당연히 머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래서야 수평적 조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써놓고 보니 수직적 조직이 좋은 것 처럼 적어놨는데 절대 그런건 아닙니다. 수직적 기업중에도 인재들이 선망하며 퇴사율이 낮은 회사도 있고 수평적인 기업임에도 인재들이 선망하며 퇴사율이 낮은 회사도 있고 또는 그 반대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는 그들의 역사와 조직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는 일개 개인은 물론 창업주가 쉬이 바꿀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삼성이란 기업은 우선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모두 똑같이 시작한 회사는 더욱 아니며 당연하게도 모든 직원의 역량과 지식 그리고 현재 삼성 내에서 가지고 있는, 획득한 역량이 같은 회사도 아닙니다. 


   그 조직에 어떤 조직모델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MBA 과정 있을 때 만난 삼성의 관리자 및 간부 들은 참 괜찮았습니다. 적어도 사회적 직위를 빌미로, 졸업후 취업을 빌미로 사람을 활용하려던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하나의 프로젝트에 열심히 기여하고, 지금 더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됨을 이해하고 있으면서 굉장히 사회적 관계에서 젠틀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아닌 사람도 있지만요). 


   아마 삼성이 새로운 조직문화 개선을 노린다면 수평적이라는 다른 기업의 문화가 아닌 이런 구성원들이 가장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의 장점을 키우는 게, 이런 조직원들로 구성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이건희 회장님이 정시퇴근을 직접 감독하셨더니 직원들이 넘쳐나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옆에 있는 여관촌에 방을 빌려서 일을 하다 걸렸다는 일화도 있고, 자율출근 제라고 해서 10시에 출근했더니 미리 출근해 있던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이 이어져 퇴사한 사람의 일화도 있습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그에 따른 진통이 있습니다. 비단 삼성뿐만이 아니라 수평적 문화를 꿈꾸는 기업들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취미 중 하나가 벛꽃 사진 촬영입니다. 사진은 일본 아라시야마에서 찍은 것입니다. 

벛꽃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즐거운 시간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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