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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un 08. 2018

오래가고 싶다면 이 기업을 주목해라

4차 산업혁명, 생존전략 이야기 : 닌텐도 편 (2)

<닌텐도 편>

1. 변화하려면 정말 바꿔야 할 것을 바꿔라

2. 오래가고 싶다면 이 기업을 주목해라


모두 다 틀렸다

2017년 3월 3일, 닌텐도가 만든 새로운 게임 하드웨어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가 일본,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동시 발매되었다.


닌텐도의 하이브리드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출처 : 닌텐도]


당시 닌텐도 스위치의 전망에 대한 여론은 양극으로 나뉘었다. 닌텐도의 팬들은 이번 작품의 성공을 예견했다. 전작이자 실패작인 Wii U (2012)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버무리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비즈니스 전문가, 컨설턴트 및 경제 언론들은 미래를 밝게 보지 않았다. 바로 전에 발매된 닌텐도의 전 하드웨어 Wii U가 혹독하게 실패한 반면 그들이 싸워나가야 할 시장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더욱 발전했고 모바일은 놀이는 물론 생활 전반에 깊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두 진영의 의견은 모두 틀렸다. 전문가 집단의 기대(?)를 배신하듯, 닌텐도 스위치는 성공했다. 문제는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예측 이상으로 성공한 것이다. 


닌텐도 아메리카(이하: NOA)의 레지 사장이 공급 부족 사태는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한 인터뷰가 공개된 그날 미국 전 지역에서 예약 물량이 사라져 버렸다. 이후 열광적인 판매가 이어져서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런 이상할 정도의 공급 부족은 급기야 닌텐도같이 계획을 바꾸는데 보수적인 회사가 생산량을 두 배로 올리기로 결정하기까지 이르렀다


작년 말, 닌텐도 스위치는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한 히트상품 1위가 되었으며 2018년 3월 시점에서는 닌텐도가 예측한 판매량까지 깨버리고 말았다. 예측 판매치보다 300여만 대가 더 팔린 것이다. 그것도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서 공급 부족이 일어난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결국 그들의 예측은 다 틀리고 말았다.



왜 틀렸을까?


2009년 닌텐도는 고 이와타 사토루 사장의 지휘 하에, 창업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순탄치 않았다. 2011년에 엔고로 인한 환차손 및 닌텐도 3DS의 부진으로 임원들의 급여를 반토막 내야 할 정도로 극심한 타격을 입었고 2012년에 새로 발매한 신형 하드웨어 Wii U는 닌텐도의 예측은 고사하고, 비평가들의 예측 판매량마저 밑돌 정도로 안 팔린 기기가 되어버렸다.


닌텐도 침체의 원인이었던 Wii U, 하지만 잘 분석하면 닌텐도 성공요인의 힌트가 숨겨져 있다 [출처 : 닌텐도]


환차손으로 인한 타격도 심각한데, Wii U는 이를 부채질하는 꼴이 되었다. 경쟁사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4,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One보다 빨리 발매해서 선점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은 옳았지만 기기의 콘셉트는 닌텐도도 살리지 못할 정도로 애매했고, 성능이 너무 낮아서 야심 차게 뛰어든 제작사들이 전부 손을 떼는 일이 벌어졌다. 


초기 판매가 부진하자 닌텐도는 연간 900만대로, 전문가들은 연간 400만대로 판매량을 하향 조정/예측했지만 첫 6개월간 345만 대 팔린 것은 일장춘몽이었던 것인지, 나머지 6개월간에는 고작 46만 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오죽하면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Wii U의 전 세대 기기인 Wii보다 안 팔리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닌텐도의 주가는 반 이하로 떨어졌고 나중에는 스마트폰이 닌텐도의 시장을 위협한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비즈니스 모델 자체, 미래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마저 생겨났다. 특히 어느 정도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3DS와는 달리 Wii U는 거의 끌려다니듯 판매되다가 4년 반 만에 생산중단, 1500만대라는 닌텐도 역사에서 두 번째로 안 팔린 기기로 기록되었다.


엔터테인먼트, 놀이 사업은 헤드 스타트(Head Start), 첫 기세가 중요하다. 초기에 많이 팔리고 이것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면 다른 사람의 구매욕을 일으키고, 또 다른 소비자인 개발사의 참여가 이어지지만 여기서 실패하면 아무리 기기가 좋아도 무너지고 만다. 

Wii U의 실패는 닌텐도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기 충분한 결과였다 


2013년도부터 주력 상품 모두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90년도 독과점의 지위에서 3위까지 물러났다가 다시 1위를 차지한 닌텐도는 이렇게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닌텐도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이 회사가 그냥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감으로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가 닌텐도 스위치다. 



다시 신화를 쓰다

닌텐도는 ‘두 번 다시 Wii의 신화를 쓸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비웃듯 부활해버렸다. 닌텐도 스위치는 이 책의 마감작업에 들어간 시점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없던 개념의 파격적인 ‘하이브리드 게임기’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예 기존에는 없던 현상마저 생기고 있다. 본국인 일본에서는 3일 만에 32만 대를 파는 것으로 시작, 전 세계에서 매진사례가 속출했는데 너무 물량이 부족한 나머지 고객들이 추첨을 해서 구매하는 것도 모자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권리를 얻어봤자 물량이 없으니 살 수가 없는 상황, 닌텐도는 이렇게라도 열기를 진정시켜야 했던 것이다. 기존의 방침을 깨고 발매 1개월 만에 연간 생산량을 2배인 1600만대로 올릴 것을 결정할 정도였다.


매번 2~4만대의 소극적인 물량배분이 이뤄졌고,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추첨권을 얻기 위해 기다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미국, 유럽, 홍콩에서도 마찬가지.

이후 닌텐도는 승승장구했다. 일본 회계연도 기준 2017년 2/4분기, 닌텐도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분기 매출은 1540억 엔, 영업이익 212억 엔이었다. 매출이 전년대비 146% 성장했다. 


2018년 3월 1/4분기 실적은 스위치 발매 전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전년 같은 시기 대비 505%가 성장한 1780억 엔의 분기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1년 만에 1779만 대를 팔았고 주력 소프트들의 판매실적도 양호했다.


한국에서의 실적도 좋았다. 매일경제 2018년 1950호의 기사에 의하면 2017년 닌텐도 스위치가 한국에서도 발매되자 단 3일 만에 5만 5천대가 판매되었고 월 판매량 2만 대, 게임 판매량 5만여 개를 기록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이 기록이 ‘생산 문제’를 겪는 와중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대부분의 기간을 공급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변화 때문이었다.


닌텐도 스위치에 쓰이는 부품 중에는 NAND 플래시 메모리, LCD 터치 패널, 컨트롤러 진동에 쓰이는 LRA(선형 관성 액츄에이터)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 부품들은 스마트폰에도 같이 쓰인다. 4차 산업혁명으로 관련 제품의 수요가 커지자 전 세계적으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2D NAND에서 3D NAND로 전환하는 시점이기에 생산량 문제가 생길 시점이고 결정적으로 닌텐도 특유의 단가 정책상 구글, 애플보다 공급가가 낮기 때문에 후순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닌텐도가 짠돌이라기보다는 애플이 아이폰 8, 아이폰 X를 앞두고 부품을 대량 주문한 것이 더 컸다. 아무리 닌텐도 스위치가 잘 팔려도 연 생산량이 4000~5000만 대 대인 아이폰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닌텐도는 작년 매출이 거짓말로 여겨질 정도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이 닌텐도의 첫 부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이런 위기를 극복해왔다. 


오래가고 싶다면 닌텐도의 경쟁력에 주목해라


왜 닌텐도에 주목해야 하는가


일본이 지금 많이 고전한다고 하지만 세계 경제 2~3위권의 경제대국이며 기초기술부터 원천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비디오 게임은 최초로 시작한 미국의 아타리(ATARI)를 제치고 종주국의 지위를 얻었다. 그런데 이 종주국의 지위를 얻게 된 이유가 닌텐도 덕분이다.  


한국에서 조미료를 ‘미원’이라고 부르고, 초콜릿 파이 케이크를 ‘초코파이’로 부르는 것은 그 상품이 그 제품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얻었다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에서 이를 얻은 것은 닌텐도다. 미국에서는 가정용 게임을 ‘Nintendo’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어머니들이 게임을 하는 아이를 다그칠 때 ‘닌텐도 좀 그만해라’라고 말한다. 이미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한국에 스마트폰이 최초로 들어오자, 많은 기업들은 애플을 두려워하고 부러워했다. 애플을 두려워한 기업은 핸드폰의 앱과 결제시스템을 장악하던 회사들이었고, 애플을 부러워한 곳들은 자신만의 플랫폼으로 막대한 이윤을 올리는 것을 부러워했다. 


애플은 직접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다. 애플의 수많은 혁신적인 기기를 생산하는 곳은 중국의 폭스콘이고 각 부품들은 다양한 회사들이 납품한다. 이 중에는 삼성, LG 같은 유수의 회사도 있다. 애플은 직접적인 생산능력도 없으면서 막대한 판매망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린다. 단지 상품을 기획하고, 유통망을 구축하고 자신들의 하드웨어를 공급한다. 이렇게 구축한 시장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면에서 제왕이 된 비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애플 비즈니스 모델의 원조는 사실 닌텐도다. 상품을 기획한 후 위탁 제조한 다음에 유통망을 통해 확산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장에 제품을 배포한다. 소프트웨어 제작사는 이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닌텐도 산하에 들어가고 관리체제에 편입된다. 애플의 iOS의 기반이 된 맥 OS의 출시가 1999년인 반면, 닌텐도의 비즈니스 모델은 1983년에 완성되었다. 


물론 이것도 완전한 닌텐도 오리지널은 아니다. 미국 아타리가 먼저 도입한 모델이다. 하지만 아타리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오히려 아타리 쇼크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만들어진 시장에 진출하여 성공한 회사가 닌텐도다.


닌텐도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인 형태로 다듬고,
수십 년 넘게 경쟁력으로 갖춰온 기업이다


한국에서 애플 열풍이 불자 여러 사람들이 고민한다. 스마트폰이 들어오던 시점에선 아이폰 열풍을 막기 위해 대기업의 등불이 꺼지지 않았으며 들어온 이후에 덩달아 자신들의 사업영역이 넓어지고 매출이 늘어나자 이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밤에도 등불을 밝혔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잡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그의 연설을 분석하고 과거를 공부했다. 학부모들은 담임선생님에게 아이를 잡스처럼 키우는 법을 상담했다. 이렇게 한국에서 애플과 잡스는 대단한 영향력을 얻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애플도 잡스도 좋아하지만 지금의 애플은 조금 아쉽다. 잡스는 기존에 있는 일반적인 발상을 가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능했다. 아이패드는 이 패러다임의 상징이자, 기존의 상식에 잡혀있는 사람이 새로운 현상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우리는 더 이상 그런 충격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닌텐도는 재미있게도 닌텐도의 놀이 철학을 만든 사람, 게임회사 닌텐도를 만든 초대 CEO, 닌텐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CEO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그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사람이 바뀌어도 문제없을 정도로
기업의 시스템, 철학이 완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저자가 많이 인용하는 이야기지만 김상조 공정위원장, 장하성 정책실장은 한국기업 상당수에 경쟁력이 없고, 중국 등 후발주자를 뿌리칠 경쟁력도 없다고 한다. 기업도 바보가 아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한다.

그렇다면 한 번 닌텐도를 연구해보길 권한다


보수적인 회사, 그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업종은 게임이라는 창의적인 아이템이다. 경영자가 바뀌어도 구성원이 닌텐도의 가치를 그대로 구현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완성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그래서 몇 번이나 무너져도 뚝심 있게 일어나는 것이다.


대체 그 완성된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는 다음부터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로 업무/기고 의뢰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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