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활로는 없는가?
1. 기업은 외주, 파견을 활용해서 비용을 줄인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은행이다. 기업의 주력분야 외에는 모두 외주로 주라는 것을 철저히 지키는 업계로써 심지어 모바일 뱅킹용 앱을 만드는 것도 외주회사, 자회사, 파견회사에게 일임한다. 그러다가 카카오 뱅크에게 휘둘리는 상황이지만 이런 기조는 쉽게 바뀌기 어렵다.
은행은 이미 융자, 대출 심사를 AI로 하고 있다. 대상자의 직업, 자산, 신용도에 점수를 부과하는 업무는 AI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람이 들어가니 못 느끼고 있을 뿐,
중요한 판단을 하는 것은 프로그램, 인간은 기계의 지시를 따르는 형태
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조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심사에는 인간의 정보다는 공정성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처럼 아는 사람에게 인정을 베풀어줄고 해도 금융심사의 건수가 하루 수십 건을 넘어버리면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카카오 뱅크는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기존 은행이 대출을 위해 같은 은행을 가더라도 여러 지점에 다닐 때마다 금리가 달라진다면, 카카오 뱅크는 그 결과를 바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 인력이 들어갔을 리 없다. 당연히 AI가 하는 일이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IT 기술자의 영역은 가장 늦게 대체될 것이라고. 왜냐하면 본인들이 스스로 밥그릇을 차 날릴 일을 안 하기 때문이므로 우리는 구글의 기술자가 현명한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지만, 이런 개발은 단순히 막일이 아니라, 응용력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대체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프로그램 현장에도 AI가 도입되어 있다. IT회사 경영진은 바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시스템 테스트'를 들 수 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 시스템 테스트 엔지니어는 꽤 잘 버는 사람들이었는데 AI의 매크로는 이를 빠른 속도로 해치운다. 현장 관리자들이 생각하는 속도는 대략 1/10 정도, 문제는 비용은 엔지니어 연봉의 1/2 수준의 돈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후에는 업데이트, 관리비용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일드 '도망치는 것도 때로는 도움이 된다'라는 드라마에서는 SE로 일하는 주인공인 히라마사가 구조조정의 대상에 오른다. 드라마 상에선 가장 고액 연봉이면서 이직이 쉽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사실 내가 볼 때는 그 사람의 성격 탓이 아닐까 본다. 다른 사람들은 능력이 떨어져도 친화력으로 고정 고객을 만든다던가 아예 프로젝트 교섭으로 빠져서 회사 매출에 기여하는데, 히라마사는 일만 잘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SE라 POS시스템의 테스트를 3일 만에 해치운다고 해도 AI는 그냥 걸어놓고 가면 1일도 안 걸린다. 이것이 현실이 된 시대다.
제약회사 영업(MR)은 제약회사의 꽃이었다. 회사들은 의무적으로 MR을 일정 기간 경험시키고 유력 부서로 배치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정도였다. 그런데 일부 제약회사는 이 MR을 AI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사람이 하면 고마운 일을 하면 살아남는다며? 이거 영업 아냐?'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 이는 제약영업의 특성에 기반한다. 즉 MR을 AI로 대체하는 회사들이 나온다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화를 위해 '조직 간 축화'를 실시하려는 것이다.
예전에 제약회사 MR과 의사(교수님)들의 관계의 상당 부분은 접대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접대는 세계 각국에서 점점 세지고 있다. 그래서 마케팅은 '무얼 하면 안 되는지'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할 정도다. 이런 접대가 없어지는 것이 현재 추세라면 MR은 본래 목적인 '관리 영업'에 힘써야 하는데 이 관리 영업이라는 건 글을 잘 읽어주신 분들은 감 잡으시겠지만 당연히 AI가 대체할 수 있다.
우선 시약에 관련된 임상실험 데이터는 MR을 안 불러도 인터넷 단말을 통해 쉽게 입수할 수 있다. 나이가 있는 교수들이야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다지만 지금 학과장을 맡는 40~50대들은 디지털에 익숙한,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시대다. 태블릿은 우습게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단말을 통해 AI가 약품을 추천한다면?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같은 분야에서 같은 교수가 원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약을 선별해주는 프로그램을 제공이라도 한다면?
그래서 앞으로 MR은 단순히 자료를 읽고, 이런 약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에 대해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문제는 MR이라는 것이 아직 접대에 얽매여 있다는 것, 전형적으로 갑을관계가 형성이 되는데 과연 이 약의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을이 되려고 할지는 의문이다.
황금의 직업 세무사. 격무에 시달리긴 하지만 학력을 따지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성역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세무사는 당연히 AI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안정성, 전망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창업자를 위한 회계프로그램, 서비스가 이미 널리 보급된 상황이다. 기존에 창업을 했을 때 세무사와 친해져야 했다면, 이런 프로그램들은 자금의 항목, 흐름을 체크해서 관련 DB를 검색, 세무업무를 처리하고, 납부하기 좋은 양식으로 출력해준다. 경영자는 돈을 잘 알아야 한다지만, 이 프로그램을 쓰면 굳이 회계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이 시스템은 은행계좌,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자동으로 항목을 분류, 이를 대입한다. 이 과정에서 세무사가 전문적으로 한 분류, 기장 업무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와 관해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주판을 튕기는 거대 자영업자가 많아서 세무사가 활약한 것인데, 요즘 젊은 오너들은 이런 세무사보다는 프로그램에 의지한다. 그런 기조 때문인지 최근 세무사를 대상으로 FP, FC 교육을 하는 업체가 속속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론은 링크한 1회분 글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것.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생각해봤는데, 최근 유행하는 '앞으로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뜬다'라는 말은 단순히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무언가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 같다.
위의 글에서는 회계사가 FP, FC를 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단순히 분류, 기입하는 업무가 아니라 주관적 판단이 많이 필요한 업무를 하려는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구책을 파악하는 방향성이 확실하다.
기존의 대입 관계의 업무를 하면 AI의 표적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신을 발전시켜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