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미아가 되지 않을까 고민인 하이커들을 위해.
Pacific Crest Trail(PCT)에서 길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고민인 하이커들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적어도 국내의) 예비 PCT하이커들이 행정 및 재보급 문제에 신경을 쏟느라 정작 운행에 대한 준비는 신경 쓰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히맨 또한 평균 운행거리를 계획한 것 외에는 별 다른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출발에 임박해서야 'GPS가 안 잡히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에 무거운 GPS 장비를 따로 빌려서 챙겨가기도 했다.(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곳으로 보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도를 전혀 볼 줄 모르거나 GPS 전용 장비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길을 못 찾을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심각한 길치인 히맨이 보장한다.) 단, 조건이 있다. 당신의 스마트폰에 PCT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PCT 애플리케이션은 운행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빠르고 간단한 길 찾기 도구이다. 히맨은 PCT를 출발하고 나서야 뒤늦게 애플리케이션이 충분히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발 전에도 트레일 정보를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받기는 했으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 삭제했던 기억이 있다. 사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출발이 얼마 남지 않은 예비 PCT하이커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자 주요 PCT 애플리케이션인 Halfmile PCT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한다.
GPS를 이용하여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진행방향에 따른 포인트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각 포인트의 꽤 세부적인 정보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도가 아닌 선만으로 PCT를 보여주는 등 비주얼보다는 내용과 사용성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료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최대 장점이 있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PCT하이커라면 모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거의 모든 하이커들이 사용한다. 그럼 그 주요 기능과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일단 받아라!)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을 때 GPS가 연결되면 가장 처음 볼 수 있는 화면이다. PCT 출발지인 멕시코 국경(Campo)을 기준으로 몇 km 지점에 있는지 하이커의 현재 위치와 좌표 및 고도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또한 가장 아래에는 현재 위치에 해당하는 지도 정보를 알려준다. 위의 경우(왼쪽 그림) PCT 124.02km 지점, 고도 686m 그리고 지도 CA-A10(캘리포니아 섹션 A의 10페이지)에서 현재 위치를 확인해 볼 수 있다. ENTER Diagram Mode를 누르면 선으로 길의 방향을 알려 주는데, 붉은색 선은 PCT정식 루트, 분홍색 선은 우회 혹은 사이드 트레일이다. 또한 Compass를 활성화시키면 현재 진행방향에 따라 트레일(선)이 회전하며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급수지가 어느 정도 간격으로 있죠?"
"도로는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나요?"
이는 예비 PCT하이커들이 자주 문의하는 내용들이다. 일단 질문에 답을 하자면 급수지나 도로 등이 나타나는 어느 정도의 '주기'같은 것은 없다. 급수 포인트의 경우 특히 그러하며, 도로의 경우도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만날 수 있어요"라고 답할 수 있겠지만, 그게 원하는 답은 아닐 것이다.
'BY TRAIL'을 세심하게 살펴본다면 거의 완벽하게 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Halfmile 지도에 표기된 모든 포인트들을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각 포인트를 탭 하면 기본적으로 거리, 고도 등의 정보는 물론, 재보급지의 경우 주소 및 대표적인 시설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앞으로 몇 km만 더 가면 급수지다.' 혹은 '조금만 더 가면 도로를 만난다. 좋은 사이트가 있다' 등 대략적인 운행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BY TRAIL'은 운행계획에 가장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각 포인트를 탭 했을 때 볼 수 있는 꽤 상세한 정보. 참고용으로 사용할 것을 추천하며 맹신하지는 말 것.)
(WR/WRCS/RD 등의 용어를 모르겠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할 것.)
'BY CROW'는 주변 포인트의 정보를 볼 수 있음은 물론 직선거리와 방향정보를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재 위치가 트레일 위에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주변 포인트를 나타내 주기 때문에 비상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이용해 포인트를 찾아갈 경우, 대부분 트레일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할 것.
PCT는 결코 짧지 않고 수많은 환경을 마주하기에 트레일이 항상 같은 상태로 유지되기가 어렵다. 화재, 낙석 등의 자연재해나 생태보호 등을 위해 트레일이 폐쇄되는 경우가 있다. 급작스런 사고가 아닌 이전부터 알려진 폐쇄 구간의 경우 대안(Alternate) 혹은 우회 트레일이 존재한다. 또한 크레이터레이크 국립공원(Crater Lake NP)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P) 등과 같이 잘 알려진 랜드마크들을 볼 수 있는, 정식 PCT 트레일은 아니지만 PCT하이커의 선택에 의해 갈 수 있는 PCT와 이어져 있는 여러 트레일들이 존재한다. (그 길을 걷거나 건너뛰거나, 혹은 다른 곳으로 가거나 그 모든 발걸음은 PCT하이커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히맨은 PCT라고 부른다.)
(히맨이 가장 좋아했던 Alternate 중 하나인 크레이터레이크 국립공원, 그리고 리틀 크레이터 레이크)
(서론이 길었다.) 이러한 우회 혹은 사이드 트레일의 경우 분홍색 음영으로 구분된다. 히맨은 PCT초반 Idyllwild로 향하는 길이 화재로 인해 폐쇄되면서, 처음으로 Alternate route로 걸어야 했다. Alternate로 진입을 하게 되면 자동으로 해당 트레일에 대한 포인트들이 표시된다. 하지만 일부 짧은 Alternate의 경우 가운데 화면처럼 운행거리만 알 수 있을 뿐 트레일을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포인트가 따로 뜨지 않는다. 이럴 경우 오른쪽 화면처럼 'WHERE AM I'를 확인하며 걷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
'Halfmile PCT'에서는 PCT 각 포인트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화면 오른쪽 상단의 파란색 돋보기 아이콘을 탭 하면 된다. 4300km에 달하는 트레일의 각 포인트의 개수는 방대하여 현재 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포인트를 보기 위해서는 엄청난 스크롤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치기 일쑤다. 예를 들면 멀리 떨어진 재보급지의 정보를 보고 싶은데, 정확한 위치를 몰라 열심히 상하 손가락 운동을 하다 지쳐버린다는 것이다.(조금 과장을 하자면 말이다.) 따라서 원하는 장소의 속성(Water, Campsite 등)이나 이름(재보급지 이름 등)을 알고 있다면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검색을 하면 검색어에 일치하는 포인트들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해당 위치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조금 더 응용하자면 해당 포인트로 시뮬레이션 기능을 이용하여 해당 포인트 근처에 무엇이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검색을 취소하거나 다른 포인트를 검색하려면 돋보기 아이콘을 다시 한 번 탭 하면 된다.
한국에서 이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아마 이런 화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히맨의 위치는 PCT에서 무려 8328km 떨어져 있다. 'BY TRAIL'에서 아무런 정보도 볼 수 없다. 이렇게 현재 위치가 PCT가 아닐 경우 시뮬레이션 모드(Simulation Mode)를 이용하여 원하는 PCT의 정보를 볼 수 있다.
'WHERE AM I' 화면에서 아래 'SIMULATE PCT mile mark 2658'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PCT포인트가 2658 마일 지점이며, 해당 위치에 있다고 가정(시뮬레이션)한다는 것을 뜻한다. 누르면 아래와 같이 Simulation Mode로 진입한다.
2658마일에 해당하는 4277.64km 지점으로 시뮬레이션된 화면이다. (거리 표시 단위를 km로 설정했을 경우, 단위 설정은 톱니 아이콘을 통해 쉽게 할 수 있다.) 4277.64km를 현재 위치로 가정하고 'BY TRAIL'을 통해 주변 포인트의 정보를 볼 수 있다. GPS를 쓰지 않는다는 것 외에 모든 기능은 동일하다.
'WHERE AM I'를 통해서만 시뮬레이션 모드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운데 화면처럼 원하는 포인트의 거리 등을 입력하면 해당 위치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며 오른쪽이 그 결과 화면이다. 이때 km로 검색할 경우 꼭 단위를 함께 적어 검색한다. 예를 들어 검색을 '1000'로 했을 경우, 1000마일인 1609.34km가 나오니, '1000km'로 검색해야 한다. 명칭 검색도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거리 검색을 추천한다.
트레일을 걷다 보면 트레일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BY TRAIL'을 수시로 확인하며 남은 운행거리를 확인하는데, 트레일에서 벗어났을 경우에는 'BY TRAIL'에 아무런 정보가 뜨지 않아 당황스러운 경우가 생긴다.(GPS운용 시) 멍하니 걷다가 뒤늦게 길에서 벗어난 것을 깨달았을 때는 침착하게 'WHERE AM I'를 확인한다.
위의 경우(좌측 사진)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75 º 방향으로 1.68km 거리에 트레일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ENTER Diagram Mode를 통해 더욱 쉽게 트레일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트레일 위에서 표시되는 것과 동일하지만 현재 위치가 트레일에서 벗어나 있고, 트레일 복귀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를 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ENABLE Compass를 통해 자신의 진행방향을 화살표와 일치시켜 운행하면 손쉽게 트레일로 복귀할 수 있다.
유료 애플리케이션이며 그래픽 위주의 조금 더 상세한 정보와 장소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히맨은 뒤늦게 이런 사항들을 알게 되어 구매를 고려하다가 Halfmile PCT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이용을 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비용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상세한 정보와 효율적인 운행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따로 리뷰를 하지 않겠다. 아래 Halfwayanywhere의 리뷰를 참고하기 바란다.)
대표적인 PCT 애플리케이션 소개와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 알아보았다.
직접 만나 설명하면 사실 5분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내용인데, 너무 복잡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위의 기능만 미리 익혀놔도 PCT에서 미아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애플리케이션을 꼭 사용하라는 법도 없다.
항상 얘기하지만 어디까지나 경험자로서 '히맨의 방법' 혹은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할 뿐, 선택은 PCT하이커 본인의 몫이다. 다만 이 엄청나 보이는(!) 길의 진입 장벽을 낮춰서라도 장거리 트레일과 그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 길에 서기까지 떠 먹여서(?) 라도. 어차피 그 길에 서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히맨이 그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같은 길이지만 자신만의 길을 걷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잠시 감성적이었다 ㅎ)
더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질문 댓글을 달아봅시다^^
20160227
by 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