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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맨 Mar 01. 2016

히맨의 PCT - 캘리포니아 중부

He-Man's PCT - Central California

He-Man's PCT - Central California

캘리포니아를 세 번에 걸쳐 소개하고(남부, 북부, 중부), 오리건, 워싱턴의 순서로 PCT하이커 히맨의 여정을 소개한다.
진행 위치에 따른 주요 재보급지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놓쳐서는 안 되는 랜드마크, 유용한 정보들도 소개하겠다.

■ PCT 하이커 되기
0.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0.1. PCT 용어 정리
0.2. PCT 지도 약어
당신이 궁금한 PCT : 일반
당신이 궁금한 PCT : 준비
2015 연간 PCT 하이커 설문
2016 연간 PCT 하이커 설문

1. PCT 행정
1.1. PCT 퍼밋(permit)
1.2. 미국 비자(VISA)
1.3. 캐나다 퍼밋
2. PCT 재보급

***2018 PCT 퍼밋 신청 공지

■ 히맨의 PCT
히맨의 PCT 한방에 보기
히맨의 PCT 운행기록_20151109_a

1. 캘리포니아 남부(Southern California)
캘리포니아 남부 재보급지&랜드마크
2. 캘리포니아 중부(Central California)
캘리포니아 중부 재보급지&랜드마크
3. 캘리포니아 북부(Northern California)
캘리포니아 북부 재보급지&랜드마크
4. 오리건(Oregon)
오리건 재보급지&랜드마크
5. 워싱턴(Washington)
워싱턴 재보급지&랜드마크

시작하기 전 알아두기!
PCT하이커 되기 - 0.1. PCT 용어 정리
PCT하이커 되기 - 0.2. PCT 지도 약어


PCT 캘리포니아 중부

-  구  간 : 워커 패스(Walker Pass/Hwy 178, 1049.38km)~ 
그래니트 치프 와일더니스(north of theGranite Chief Wilderness, 1835.13km)

-  소요기간 : 36일(예비일 6일)

-  재보급 : 4회

히맨의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 : 캘리포니아 중부
PCT 캘리포니아 중부 재보급지&랜드마크

시에라 중부 구간(Central Sierra)이라고도 하는 캘리포니아 중부 구간은 시에라 남부(SouthSierra)로 진입하여 그래니트 치프 와일더니스까지 이어진다. 영화 <와일드>에 등장한 장소인 케네디 메도우즈에서 수많은 PCT하이커들을 만날 수 있다. 이후 뜨거운 사막 구간을 벗어나 투올러미메도우즈(Tuolumne Meadows)까지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 JMT)의 길과 대부분 일치한다. PCT를 잠시 벗어나 휘트니 산(Mt.Whitney)을 오를 수 있으며, PCT 전체 구간 중 가장 높은 포레스터 패스(Forester Pass, 4009m)도 넘게 된다. 마모트, 사슴, 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동식물들을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사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호수들을 마주할 수 있다.



45일 차.

케네디 메도우즈!!

45일 차 운행 중 만난 풍성한(?) 나무
사막을 벗어나 케네디메도우즈로 향하는 것을 축하하는 트레일엔젤의 공짜 맥주와 간식

먼저 도착한 다른 하이커들이 박수와 환호로 우릴 반겨준다. 사막을 이겨내고 이곳 케네디 메도우즈까지 온 것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좋은 사람들, 활기찬 분위기,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마음만은 모두가 한 가족인 듯했다. 특히 “히맨!!”이라 외치며 반가워해 준 기글(Giggle), 그녀를 다시 만나 반가웠다. 정말 온전히 PCT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한국인 섹션 하이커인 스파클(Sparkle)과 로드 워커(Road Walker) 등 다른 하이커들과 함께 맥주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축제 같은 분위기를 즐겼다. 
이곳에서 많은 PCT하이커들이 시에라 산맥으로의 진입을 준비한다. 히맨 또한 재보급 상자를 수령하고 곰통을 구입했다. 

케네디 메도우즈 스토어


PCT DAY#46 20150531

각각의 개성과 생각을 존중하는 Hiker들.
어제의 열렬한 환영의 박수들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다.

장거리 하이킹(Long thru hiking)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런 젊은 장거리 하이킹 문화를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축제같은 분위기의 케네디 메도우즈. 수많은 하이커들이 이곳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재보급 9 : 케네디 메도우즈(KennedyMeadows, 1123.6+1.6)
영화 <Wild>에도 등장했던 케네디 메도우즈는 많은 PCT 하이커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이다. 가게에서 재보급 및 발송이 가능하며, 캠핑장 주변으로 간이 샤워부스 등의 편의 시설이 있다. 이곳이 곰통 구매가 가능한 마지막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곰통은 결코 저렴하지 않으나 앞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 구간까지 필수로 지고 다녀야 하므로, 미리 준비 하지 못 했다면 이곳에서 꼭 구입하기 바란다. (곰통이 필요한 상세 구간은 아래 링크 참조)


케네디 메도우즈에서 바로 사막이 끝날 줄 알았건만 날씨는 여전히 무더웠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이틀간 이어진 야간 운행 끝에 드디어 사막이 끝났다. 커다란 나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그늘 찾아 하염없이 걷는 일은 없겠구나.’ 앞으로 물이 흐르는 계곡 등 많은 급수지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운행 계획 시 워터 리포트를 항상 살펴봐야 하겠지만, 사막 구간만큼 물에 대해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인 PCT 섹션 하이커 스파클, 사막과 함께 그녀의 PCT도 끝났다. 여자 혼자서 이런 모험(?)을 떠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하이킹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무작정 떠난 용기가 대단하다. 조금 늦기는 했으나 우리가 있는 곳으로 곧 잘 따라와서 즐거운 휴식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운행을 계속하며 생각했다. 

‘그녀는 PCT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스파클(중앙)과 헤어지던 날.

47일 차 운행 중 만난 특이한 모습의 나무. 사막을 벗어나며 서서히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48일 차.

TR0736 to near WA0751

처음으로 만나는 호수 옆 사이트에 텐트를 치고, 휘트니 산(Mt. Whitney) 등정을 위한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곳에 오르는 건 분명 설레는 일이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4~5일간 아껴 먹으며 굶주림 속에 운행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휘트니 등반을 운행 일정에 포함하지 않고 단순히 다음 보급지인 뮤어 트레일 랜치(Muir Trail Ranch)까지의 거리만 보고 식량을 챙긴 것이 문제가 되어버렸다.

언제나 내 선택에 따르겠다는 형과 여러 가지 방안을 따져 본 후 결국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졌다. 


‘만약 잘못되더라도 그건 내 선택에 따른 결과이니 내가 책임져야지!’

 

PCT에서 처음 만난 호수 옆 사이트


49일 차.

near WA0751 to WACSBB0767B(WhitneySpur Trail)

케네디 메도우즈에서 약 100km 떨어진 지점에서 휘트니 스퍼 트레일(Whitney Spur Trail)로 갈라지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휘트니 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12.8km이다. 히맨은 휘트니 스퍼 트레일에 진입 후 가장 가까운 사이트인 WACSBB0767B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부터는 곰통을 텐트 바깥에 보관해야 한다. 텐트 안에서 야식을 해 먹는 게 낙이었던 히맨은 마음 한 켠이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다음 날 휘트니 산에서 일출을 맞기 위해 배고픔을 참으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PCT를 벗어나 휘트니 스퍼 트레일을 통해 휘트니 산에 오를 수 있다. 휘트니 포탈로의 진입은 올해부터 생긴 특별추가 퍼밋(유료)을 통해 가능해졌다. (일반 PCT퍼밋은 불가)
49일 차 운행 중 만난, 꽈배기 같은 모습의 나무. 앞으로 종종 마주하게 될 것이다.

WACSBB0767B의 베어 박스. PCT를 운행하며 아마도 처음 만나게 될 베어 박스이다. 곰통은 물론 냄새나는 음식들을 보관할 수 있다.


50일 차. 휘트니 산(Mt. Whitney, 4414)

WACSBB0767B(Whitney Spur Trail) to Mt. Whitney - WACSBB0767B

새벽 3시, 텐트는 그대로 둔 채 배낭을 최소화하여 휘트니 산 등정을 위해 출발하였다.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출발하여 걸음을 재촉했지만, 휘트니 산은 그리 쉽게 정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길게 이어진 지그재그 오르막(Switchback)을 오르며, 50일 차 기념 영상을 위한 멋진 멘트를 떠올려 보았다. 생각해 보면 히맨이 지금 이렇게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가장 먼저 히맨을 믿어 준 부모님의 모습이 머리를 스치며 울컥하기도 했다. 6시 40분쯤이 돼서야 드디어 휘트니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아쉽게도 해는 이미 떠오른 뒤였으나 설산 아래로 작게 보이는 호수와 주변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공식적인 첫 메시지를 위해 카메라를 켰다. 하지만 오르며 생각해 둔 대사는 촬영 시작과 함께 까맣게 잊어버렸다.

뒤이어 올라 온 희종이 형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후, 원래 길을 되돌아 하산했다. 다시 원래 사이트인 WACSBB0767B로 돌아오며 50일 차 운행은 끝이 났다.

휘트니 산으로 오르는 길의 이정표. 휘트니 포탈로 향하는 길이 오른쪽으로 나 있다.
50일차. 휘트니 산 정상의 대피소
He-Man's PCT day#50_demo

PCT의 동쪽으로 휘트니 산(Mt. Whitney)은 약 8.5마일, 휘트니 포탈(Whitney Portal)은 약 16.6마일의 거리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또한 재보급지인 론파인(Lone Pine) 마을은 휘트니 포탈에서 동쪽으로 12.5마일 거리에 위치하며, 포장된 도로로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2015년까지는 PCT퍼밋만으로는 휘트니 포탈로의 운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올해 휘트니 포탈까지의 운행이 가능한 특별 추가 퍼밋(Special add-on long-distance permit)이 새롭게 생겼다. 추가 발급비용이 들지만, 해당 구간에서의 재보급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한 번쯤 고려해 볼만 한 퍼밋이다. (관련 링크)


51일 차.

WACSBB0767B(Whitney SpurTrail) to WACSBB0784B


크래커 6개로 넘은 포레스터 패스.


피넛버터 두 숟가락에 우유 파우더와 핫초코. 이날 아침식사의 전부였다. 케네디 메도우즈에서 다음 재보급지인 뮤어 트레일 랜치(Muir Trail Ranch)까지는 약 230km였고, 우리는 8일 치 식량을 챙겨야 했다. 하지만 무겁다는 이유로 혹은 부피 문제 때문에 식량을 과도하게 덜어낸 것이 문제가 되었다.(그리 넉넉지 않은 곰통의 용량도 한 몫했다.) 거기에 휘트니 산 등정에 소요되는 하루를 계산하지 않아 식량은 더욱더 부족한 상황이었다. 히맨은 얼마 남지 않은 땅콩버터 통을 들고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스스로가 참 불쌍하게 느껴졌다.

PCT에서 가장 높은 포레스터 패스(Forester Pass)를 넘어야 하는데, 행동식도 아껴야 해서 오늘 운행은 피넛버터 크래커가 6개 든 한 봉지로 버티기로 했다. 속상하다. 60~90분 간격으로 조그만 크래커를 하나씩 먹으며 악기로 걸었다. 트레일에 쌓인 눈에 자연스레 발이 젖어간다. 하지만 이미 한 두 번 겪은 일이 아니기에 별로 개의치 않고 걸어 나간다.

하이커들이 보이는 저 고개가 PCT에서 가장 높은 포레스터 패스다.

포레스터 패스를 넘어 하산하는 PCT하이커. 반바지에 일반 러닝화를 신고 뛰어 내려가는 모습이 참 자유롭다.


좋은 컨디션으로 빠르게 운행을 마치고 도착한 사이트에는 이미 많은 하이커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후에도 조금씩 몰려들더니 하나의 큰 텐트촌이 형성되었다.
히맨은 배가 고파 텐트 안에서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에서 깨어 나와 보니 마른 나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불을 피우기 위한 장작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 

‘파티인가??’
‘먹을 것 좀 나오려나?’
51일 차. 모닥불에 둘러앉은 PCT 하이커들.

10명 가까이 되는 하이커들이 모닥불에 둘러 앉았다. 뒤늦게 도착한 하이커들도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 하나 둘 몰려들었다. 형은 이미 다른 하이커들과 이야기하며 식량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 한 듯했다. 우리 상황을 알게 된 몇몇 하이커들이 자신들의 남은 식량을 우리에게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분명 이들에게도 소중한 식량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고마웠다. 히맨은 신나서 바로 하나씩 시식을 하기 시작했다. 모닥불 앞 한 하이커의 피리연주와 함께. 또 다른 하이커는 그림 수첩을 들고 다니며 그린 것들을 보여준다.

시에라 구간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건너뛰겠다는 하이커도 있고, 이미 사막 구간을 마치고 다른 구간으로 이동한 하이커도 있다. PCT에서 느끼는 것과 그 길을 걷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이 길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길이 같다고 해서 그 길 위의 사람도 같으라는 법은 없다.

같은 것이라면 그 길 위에 서있는 ‘유일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PCT하이커들은 모두 다르다. 그리고 포기하지 못하는 것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어떤 하이커는 악기를 어떤 하이커는 커다란 카메라를, 또 어떤 하이커는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PCT를 걷는다. 그리고 히맨은 기록을 놓지 않았다.

 

52일 차. 식량을 위한 탈출.

WACSBB0784B to Onion Valley(through Bullflog Lake Trail to Bishop)

불 프로그 레이크 트레일(Bullflog LakeTrail)을 통해 키어사지 패스(Kearsarge Pass, 3594)를 넘어 어니언 밸리(Onion Valley)로 이동했다. 주차장에서 히치하이킹이 잘 될까 고민하며 패스로 향하던 중 만난 한국인 어르신을 만났다.

멋진 사진도 찍어 주셨는데, 받을 길이 없다 ㅠ

정말 운이 좋게도 어르신께서 차량으로 비숍 마을(Bishop)에 데려다 주시겠다하여 함께 어니언 밸리까지 이동한 후 차량으로 비숍까지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KFC에 들어가 정신없이 닭을 뜯었다. 오랜만의 풍족한 식사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간 너무 못 먹다 급 먹어서 그런지 첫 속병이 나 밤새 토하고 또 토했다.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한 통 다 먹어 버린 탓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마신 와인이 문제였는지. 먹고 싶은 거 잔뜩 사다 놓고 하나도 못 먹지 못한 채 예비일을 침대 위에서 보냈다.

형이 남긴 것 까지 깨끗하게 해치우던 히맨이 처음으로 음식을 남겼다. 오랜만에 얻은(?) 예비일을 무기력하게 보내야 했다. 그보다 다음날 운행이 걱정되었다.
랜드마크 : 비숍 마을(Bishop)
큰 마을이다. 시에라 산맥을 배경으로 대형 마트들과 많은 식당이 위치하고 있어 재보급에 용이하다. 산악인 겸 사진작가로 비숍에 살았던 갤런 로웰(Galen Rowell)과 바바라 로웰(Barbar Rowell)의 산악 사진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마운틴 라이트 갤러리(Mountain Light Gallery)는 꼭 들러 보길.

비숍에 위치한 마운틴 라이트 갤러리(좌)와 대형마트(우)


54일 차.

Onion Valley(from Bishop) to WACSBB0793B(through Onion ValleyTrail)

다시 키어사지 패스를 넘어 트레일에 복귀했고, 글렌 패스(Glen Pass, 3641)를 넘어갔다. 히치하이킹에 애를 먹어 늦은 시간까지 야간 운행을 하며 여러 번 길을 잘 못 들어 헤매고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찌었다. 겨우겨우 22시가 넘어 도착한 나는 녹초가 되었다. 결국 다음날 첫 설사와 함께 최대의 고비가 찾아왔다. 늦은 시간에 비까지 내려 결국 목표였던 813마일 지점 사이트까지 가지 못 한 채, 핀쇼패스(Pinchot Pass, 3701)만 겨우 넘어 급히 텐트를 쳐야 했다. 이런 상황을 알리 없는 앞서 간 희종이 형과 언제 다시 만날 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후 온몸에 힘이 풀린 채 겨우겨우 패스를 하나씩 넘어갔다. 마더 패스(Mather Pass)를 넘은 날에는 고소증세가 왔는지 자면서 달리기를 하듯 숨을 헐떡이기도 했다.

PCT 800마일. 걸을 힘이 없을 때라도 이런 정성들인 작품(?)을 볼 때면 힘이 난다.


57일 차.

뮤어 패스(Muir Pass)로 향하는 길은 잘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체력도 달리는데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 헤매고 또 헤맸다. 해지기 직전에야 겨우 겨우 뮤어 패스(Muir Pass)에 위치한 대피소에 도착했다. 급히 넘어 가려다가 대피소 내부 사진이라도 찍고 가자는 생각에 문을 열었는데, 그곳에 두 커플이 벌써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젊은 커플은 저 빈자리에 자리 잡으라 권했다.

‘아~ 여기서 그냥 잘까??’
뮤어패스에 위치한 대피소 'Muir hut'

‘여기서 자기도 하는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느껴진 내부의 온기는, 한쪽 구석 남은 자리에 매트를 펴고 눕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그렇게 되면 내일 희종이 형을 만나기는 더욱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얘기하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다시 들어갈까??’


험한 내리막 길은 떠난 지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들어갈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이미 다시 돌이키기엔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렸다.

‘에이~ 모르겠다.’ 해는 저물어 가고 손은 시리고, 제일 먼저 나오는 사이트에 자리잡기로 마음먹으면서 속도를 냈다. 정신없이 걷는 와중에도 정면으로 해가 지는 모습은 정말 예뻤고, 잠시 멈춰 사진을 찍었다.

 

58일 차.

WACS0841 to near WACS0858B(Muir Ranch Trail)

1383.24km지점인 플로렌스 레이크 트레일 갈림길(Florence Lake TR2 Trail Junction)까지 이동한 후, 뮤어 트레일 랜치(Muir Trail Ranch)로 이동했다.

뮤어 랜치로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운행했으나, ‘Closed for season’이라는 안내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이정표에 붙어 있는 많은 메시지 중에 희종이 형의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지만, 히맨을 위한 메시지는 없었다. 비숍에서 복귀한 이후로 계속 만나지 못 하고 있다.

‘이렇게 헤어지는 것인가??’

재보급(실패) : 뮤어 트레일 랜치(Muir Trail Ranch, 1378.6+2.4)
히맨이 재보급에 실패한 유일한 재보급지이다. 잘 갖추어진 이 곳에서 재충전을 하는 것은 추천하지만, 재보급을 받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말로 운송을 해야 하기에 버킷에 물품을 담아야 하는 등의 절차가 있다. 무엇보다도 무려 70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뮤어트레일랜치를 알려주는 이정표.
58일차. 닫혀 있는 뮤어트레일랜치(Closed for Season)
뮤어트레일랜치 오픈을 앞두고 바쁜 상황에서도 친절하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마가렛'아주머니^^


랜드마크 : VVR(Vermilion Valley Resort)
북쪽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PCT하이커들의 경우 시기 상 뮤어 트레일 랜치에서의 재보급이 힘들다. 이는 뮤어 트레일 랜치가 운영을 시작하기 전에 대부분 해당 구간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작은 연락선(ferry)으로도 이동이 가능한 VVR에서 형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며, 대체적으로 비싸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재보급 문제로 뮤어 트레일 랜치로 향한 히맨은 아쉽게도 VVR에 들르지 못 했다.

 

60일 차.

near WACS0864 to CS0892B

형을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서든 운행거리를 늘려 걷는 방법밖에는 없었고, 최장 거리 운행을 결심하고 새벽 일찍 운행을 시작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움직이며 거리를 늘려나가며 셀든 패스(Selden Pass, 3325)와 실버 패스(Silver Pass, 3334)를 넘었다. 운행 중 형을 만났다는 외국인 하이커들을 만났다. 2시간 전쯤 만났다고 하니, 히맨과는 약 4시간 정도 거리가 벌어져 있다고 예측할 수 있었다. 이미 늦은 오후였기에 오늘도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따라가면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늘은 꼭 만나겠다는 생각으로 또다시 05:40에 출발한 히맨은 운행 3km만에 이제 막 텐트에서 나온 형과 마주쳤다. 헤어진 지 무려 일주일만의 만남이었다. 그렇게 함께 다음 재보급지로 향했다.


재보급 10 : 레드 메도우 스토어(Red’s Meadow Store, 1453.2+1.6)
뮤어 트레일 랜치(Muir Trail Ranch)와 마찬가지로 재보급을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아래 링크 참조) 40달러의 수수료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다. 때문에 휴식 없이 이동할 계획이 아니라면 이곳보다는 맘모스 레이크(Mammoth Lakes)의 우체국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맘모스 레이크는 레드 메도우에서 셔틀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큰 마을이다.

재보급 신청 절차 양식

레드 메도우에서 볼 수 있는 이정표
랜드마크 : 맘모스 레이크 마을(Mammoth Lake)
레드 메도우 스토어 앞에서 버스를 탄 후 스키장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큰 마을인 맘모스 레이크로 이동할 수 있다. 숙소가 저렴하지는 않으나 레드 메도우에서 머무는 것과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PC 이용이 가능한 도서관을 비롯 다양한 편의 시설과 식당들이 위치하고 있어 재충전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레드메도우 스토어로 향하는 길. 스토어 앞에서 맘모스레이크로 향하는버스를 탈 수 있다.


66일 차.

Tuolumne CG to Yosemite Valley Trail - Tuolumne CG

투올러미 캠핑장(TuolumneCG)에서 만난 한국 분들 덕분에 맛난 저녁을 얻어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날. 셔틀버스를 타고 옴스테드 포인트(12 : Olmstead point)로 이동 후 트레일에 진입하여 하프 돔(Half dome)으로 향했다. 하지만 길을 잘 못 들어 하프 돔까지 가지 못했고,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다. 다시 돌아온 캠핑장에서 이전에 함께 고기 파티를 했던 PCT하이커 팅크(Tink)의 부모님을 우연히 만났다. 맥주와 과일 등을 대접하며 스스로 트레일 엔젤을 자처한 그들과 오리건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65일 차. 투올러미 캠핑장에서 만난 한국 분들.
랜드마크 : 투올러미 메도우즈(Tuolumne Meadows)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위치한 투올러미 메도우즈에는 커다란 캠핑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간이 우체국에서는 많은 하이커들이 재보급을 받는다. 기념품 가게와 작은 장비점이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작은 햄버거 가게에는 사람들이 항상 길게 줄을 지어 서있다. PCT를 벗어나 34.86km의 요세미티 밸리 트레일(Yosemite Valley Trail)을 통해 버날 폭포(VernalFall)를 볼 수 있으며, 우뚝 솟은 하프돔(Half Dome)에도 오를 수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투올러미 메도우즈 캠핑장 외의 캠핑장에서의 캠핑을 하려면 별도의 퍼밋이 필요하다. (PCT퍼밋만으로는 캠핑이 불가능, 아래 링크 참조) 따라서 국립공원 내를 도는 무료버스를 타고 주요 트레일로 이동하여 둘러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투올러미 메도우즈의 간이 우체국


69일 차.

WACS0982 to WA1002.

“제발 살려줘!!”


걸음을 멈추는 순간 순식간에 수십 아니 백 마리는 족히 되는 모기들에게 포위당한다. 도저히 쉴 수가 없었다. 모기들에게 애원하듯 간절함을 담아 살려달라 소리쳤다. 한 달 넘게 모기장을 잘 들고 다니다가 왜 한국으로 비행기 태워 보냈을까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요세미티 구간을 끝내며 PCT 1000마일 지점을 지나게 된다. 갈림길(Junction)에서 길을 잘 못 들지 않도록 주의한다. PCT안내가 따로 없는 갈림길에서는 꼭 다른 하이커들이 남긴 표식이 있는지 잘 살펴보기 바란다.


PCT DAY#69 20150623

내 뒤에는 태극기와 내 피와 땀의 빨간 명찰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내 이름 석자를 걸고 하는 도전이다.
항상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


속병이 난 후 계속해서 느릿느릿 해질 무렵까지 걷다가, 정말 오랜만에 일찍 운행을 마치게 되어 신난 히맨.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다.

 

70일 차.

WA1002 to Hwy108(to Northern Kennedy Meadows)

드디어 속병에서 완벽하게 회복하며 펄펄 넘치는 기운으로 긴 오르막을 힘차게 걸어 나갔다.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노라 패스(Sonora Pass, Hwy108)에서 히치 하이킹하여 북부 케네디 메도우즈(Northern Kennedy Meadows)로 이동했다. 형의 컨디션 이상으로 예정에 없던 예비일을 가지며 그동안의 기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히맨  is back!!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에 주먹을 불끈!!
재보급 11 : 북부 케네디 메도우즈(Northern Kennedy Meadows, 1640.2+17.7)
소노라 패스(Sonora Pass, Hwy108)에서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스토어 주변으로 유료 캐빈들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캠핑장도 있으나 스토어와의 거리가 좀 있는 편이다. 재보급은 우체국(USPS)이 아닌, UPS(United Parcel Service, 물류배송회사)를 통해 보내진 것만 받을 수 있다.(일반적으로 우체국에 비해 배송료가 비싸다. 때문에 직접 구매를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를 모르고 우체국을 이용했던 히맨은 몇 번의 재확인 끝에 겨우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재보급 수령 시 기본 10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하니 참고할 것. 이곳에선 많은 카우보이들을 볼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수십 마리 소들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은 맛있으나 비싼 편. 스토어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셀프서비스로 되어 있어 원하는 만큼 높이 쌓아 먹을 수 있다!
북부 케네디 메도우즈. 가게와 식당이 붙어 있으며 함께 운영된다.


Hey Mom, I justhiked 1000 miles…
on the Pacific Crest Trail
(엄마, 이제 PCT 1000마일 왔어요!)
72일 차. PCT 1000마일 돌파를 축하하는 트레일엔젤의 다과상. 운이 좋게도 1년에 2~4일만 연다는 이 임시 카페를 만났다.


랜드마크 : 사우스 레이크 타호(South Lake Tahoe)
각종 호텔, 레스토랑, 쇼핑몰 등을 볼 수 있는 관광객이 많은, 커다란 타호 호수 옆에 위치한 큰 마을이다. 주요 시설 위치를 고려하여 숙소를 잡을 것을 추천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에는 더없이 좋은 마을이다.
베이스캠프 호텔(Basecamp Hotel)은 PCT 하이커에게 할인을 해주며, PCT 기간 중 가장 좋은 숙소 중 하나였다. 하라스 레이크 호텔에는 비교적 저렴한 뷔페식당이 있다.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있으니 참고할 것.


랜드마크 : 레이크 오브 더 스카이 장비점(Lake of the Sky Outfitters)
사우스레이크 타호에 위치한 장비점인 레이크 오브 더 스카이 장비점에서는 재보급상자를 받아주며, 하이커 박스를 통해 부족한 식량 및 장비를 보충할 수 있다. 또한 PCT하이커에게 15%의 할인을 제공한다. 특히 홈페이지에서도 받을 수 있는 PCT엔젤들의 연락처 리스트를 통해 차량 지원을 미리 요청하면 편하게 마을을 오갈 수 있다. 매장에 위치한 로그북에 기록을 남기면 하이커들의 독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업로드하며, 하이커들의 사진으로 매장 벽면을 채운다.

레이크 오브 더 스카이 장비점 벽에 붙어 있는 PCT하이커들의 사진, 윤은중님의 사진을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


76일 차.

Hwy50(to South LakeTahoe) to WACS1102

사우스레이크 타호에서 히치하이킹으로 트레일에 복귀 후 약 2.5km 운행하여 에코 레이크 리조트(Echo Lake Resort)에서 재보급을 받았다. 이후 에코 레이크  하단 및 상단부(Lower Echo Lake & Upper Echo Lake) 옆을 지나며 아름다운 호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근처로 많은 사이트들이 있는데, 마치 평화로운 휴양지 느낌을 준다.


재보급 12 : 에코 레이크 리조트(Echo Lake Resort, 1756.4+0.0)
PCT에서 바로 마주할 수 있는 재보급지인 에코 레이크 리조트는 여름에만 운영하는 작은 리조트이다. 스토어와 함께 있는 작은 우체국은 안타깝게도 올해부터 더 이상 PCT하이커들의 재보급상자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아래 링크 참조) 따라서 에코 레이크 2.5km 이전의 Hwy50에서 사우스 레이크 타호(South Lake Tahoe)로 이동하여 재보급받을 것을 권한다. 

관련 내용 링크

에코 레이크 리조트의 우체국
에코 레이크 리조트

호수 바로 옆으로 난 평탄한 트레일 길, 알로하 호수(Aloha Lake, WACS1098)에서 수영을 하며긴 휴식을 가졌다. 떠나기 싫을 정도로 평화로운 시간이었지만, 이내 곧 배낭을 멨다. 이후 이틀 간 운행하며 딕스 패스(DicksPass)를 넘고 그래니트 치프 와일더니스(Granite Chief Wilderness)를 지나, 소다 스프링스로 향하는 도너 패스(Donner Pass) 근처 RD1153(Hwy40)에 진입했다.

알로하 호수(Aloha Lake, WACS1098)

소다 스프링스에서 지체없이 재보급을 받고 시에라 시티에서 쉬는 것이 계획이었다. 애플리케이션에 나온 우체국 영업시간만을 믿고 새벽 5시에 먼저 출발해 달리듯이 42km 운행 후 히치하이킹까지 하여 힘겹게 영업 종료 2분 전에 우체국에 도착하였으나, 직원은 이미 30분 전에 영업이 끝났음을 알려주었다. 참 허무한 순간이었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이 항상 최신은 아니기에 가능하면 이를 재확인해 보기 바란다. 

도로(RD1153, Hwy40) 옆 늦잠을 즐기고 있는 하이커 트래쉬~! 전 날 있었던 맥주파티의 영향인 듯.
재보급 13 : 소다 스프링스(Soda Springs, 1860.4+4.8)
도로변에 위치한 우체국과 가게가 전부라고 볼 수 있는, 마을보다 작은 커뮤니티이다. 예비일을 가질 계획이라면 주변의 다른 마을로 재보급을 보낼 것을 추천한다.
소다스프링스로 향하는 도로(Hwy40) 옆 트레일매직이 있던 장소에서만난 일본인 PCT하이커 고스트(중앙)와 함께.


PCT DAY#77 20150701

많은 하이커들이 PCT에서 많은 것들을 내버린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버린 것이 없다.

오히려 이 PCT를 경험하며 내 신념들은 더욱 확고해졌다.

무언가를 버린 다기 보다 많은 것들을 얻어간다.

여기서 얻은 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고 싶다.


79일 차. 트레일 매직으로 돌아온 애물단지 피자.

소다 스프링스(Soda Springs) 우체국에서 재보급을 받고 불필요한 짐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출발 전 가게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사 먹고 냉동 피자도 하나 구매했다. 당연히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될 줄 알았던 피자는 오븐용이었고, 뜯지도 않은 피자임에도 환불은 불가했다.

‘들고 갈 수도 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아~ 피곤하다… 일단 좀 쉬자’
가게 앞 벤치에 피자와 함께 영혼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히맨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피자 트레일에서 먹으려고 하는 거야?”


어떻게 가져가고 어떻게 해 먹을 건지 궁금했나 보다. 아니면 히맨의 꼴이 참 불쌍해 보였거나.
히맨은 상황을 설명하며, 아주머니가 원한다면 피자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함께 온 그녀는 내 설명을 듣고선 차량으로 돌아가는 듯하더니, 다시 우리 앞에 섰다.

“너희만 괜찮으면 우리 집에 와도 돼. 오븐이 있으니 그 피자도 해 먹을 수 있어.”
그들의 제안에 솔깃했으나, 운행에 차질이 있을까 망설여졌다. 고맙게도 그들은 볼일을 보는 동안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다음날인 미국 독립기념일은 쉬기로 한 기존 일정에 큰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리며 초대를 받아들였다.

바로 이 피자!!

부부의 차를 타고 트러키(Truckee)에 위치한 집으로 향했다. 부부는 우리에게 각자 머물 공간을 제공해 주었고, 굳이 한식이 아니어도 된다는 우리의 얘기에도, 40km나 떨어진 한식당을 찾아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한식과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아내 트리샤(Tricia)가 물 한잔을 가져다 놓으며 잘 자라고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며 인사를 했다. 마치 엄마 같은 그녀의 보살핌에 마음이 따뜻해졌고, 그만큼 헤어짐의 아쉬움 또한 컸다.

트러키 마을의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나라면 길에서 우연히 만난 외국인 여행자에게 과연 이런 호의를 베풀 수 있을까?’

또 다른 트레일 매직을 기대하며 다시 길 위에 섰다.

■ PCT 하이커 되기
0.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0.1. PCT 용어 정리
0.2. PCT 지도 약어
당신이 궁금한 PCT : 일반
당신이 궁금한 PCT : 준비
2015 연간 PCT 하이커 설문
2016 연간 PCT 하이커 설문

1. PCT 행정
1.1. PCT 퍼밋(permit)
1.2. 미국 비자(VISA)
1.3. 캐나다 퍼밋
2. PCT 재보급

***2018 PCT 퍼밋 신청 공지

■ 히맨의 PCT
히맨의 PCT 한방에 보기
히맨의 PCT 운행기록_20151109_a

1. 캘리포니아 남부(Southern California)
캘리포니아 남부 재보급지&랜드마크
2. 캘리포니아 중부(Central California)
캘리포니아 중부 재보급지&랜드마크
3. 캘리포니아 북부(Northern California)
캘리포니아 북부 재보급지&랜드마크
4. 오리건(Oregon)
오리건 재보급지&랜드마크
5. 워싱턴(Washington)
워싱턴 재보급지&랜드마크

20160301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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