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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맨 Apr 20. 2016

히맨의 PCT - 오리건

He-Man's PCT - Oregon

He-Man's PCT - Oregon

캘리포니아를 세 번에 걸쳐 소개하고(남부, 북부, 중부), 오리건, 워싱턴의 순서로 PCT하이커 히맨의 여정을 소개한다.
진행 위치에 따른 주요 재보급지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놓쳐서는 안 되는 랜드마크, 유용한 정보들도 소개하겠다.

■ PCT 하이커 되기
0.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0.1. PCT 용어 정리
0.2. PCT 지도 약어
당신이 궁금한 PCT : 일반
당신이 궁금한 PCT : 준비
2015 연간 PCT 하이커 설문
2016 연간 PCT 하이커 설문

1. PCT 행정
1.1. PCT 퍼밋(permit)
1.2. 미국 비자(VISA)
1.3. 캐나다 퍼밋
2. PCT 재보급

***2018 PCT 퍼밋 신청 공지

■ 히맨의 PCT
히맨의 PCT 한방에 보기
히맨의 PCT 운행기록_20151109_a

1. 캘리포니아 남부(Southern California)
캘리포니아 남부 재보급지&랜드마크
2. 캘리포니아 중부(Central California)
캘리포니아 중부 재보급지&랜드마크
3. 캘리포니아 북부(Northern California)
캘리포니아 북부 재보급지&랜드마크
4. 오리건(Oregon)
오리건 재보급지&랜드마크
5. 워싱턴(Washington)
워싱턴 재보급지&랜드마크

시작하기 전 알아두기!
PCT하이커 되기 - 0.1. PCT 용어 정리
PCT하이커 되기 - 0.2. PCT 지도 약어


PCT 오리건

-  구  간 : 오리건/캘리포니아 주계(Oregon/California Border, 2718.45km) ~ 캐스케이드록스(Cascade Locks, 3450.74km)

-  소요기간 : 29일(예비일 8일)

-  재 보 급 : 4회

히맨의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 : 오리건
PCT 오리건 재보급지&랜드마크

오리건 하이웨이(Oregon Highway). 평탄하고 길게 뻗은 트레일이 마치 고속도로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PCT 오리건 구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PCT하이커들이 이 구간에서 마치 경쟁하듯 700km가 넘는 구간을 2주만에 끝내고, SNS에 자랑스럽게 인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끝내버리기엔 아까운, 아름다운 숲과 호수들로 가득한 구간이기도 하다. 워싱턴 구간까지 이어진 캐스케이드 산맥을 따라 쓰리 시스터즈(the Three Sisters), 후드 산(Mt. Hood) 등의 화산과, 이로 인해 형성된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를 비롯한 크고 작은 아름다운 호수들을 만날 수 있다. 엘크 레이크 리조트(Elk Lake resort) 쉘터 코브(Shelter Cove) 등의 휴양지가 많아 재보급도 상당히 용이하다. 오랜 역사의 팀버라인 롯지(Timberline Lodge)를 지나 터널 폭포로 유명한 대안 길인 이글 크릭(Eagle Creek alternate)을 통해 PCT의 가장 낮은 지점인 고도 43m의 캐스케이드 록스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영화<와일드>의 마지막에 등장하기도 하는 신들의 다리(Bridge of the Gods)를 통해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을 건너게 된다. 신들의 다리를 건너며 PCT의 마지막인 워싱턴 구간이 시작된다.



106일 차.

WA1675 toWA1701

 

캘리포니아 끝!
106일 차. 오리건/캘리포니아 주계

13:05. 끝이 없을 것 같던 캘리포니아의 끝을 지나, 새로운 오리건 구간을 걷는다.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무엇이 다를까? 계속해서 반복되는 환경을 보며, 이제는 권태와의 싸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몸이 아픈 이 순간에도 누워 쉬고 싶은 스스로와 치열하게 싸우며 기록을 놓지 않고 있다. 그저 쉼을 가지고 싶어 이곳에 온 것도 있는데, 무언가와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기분이다.

오리건/캘리포니아 주계

106일 차. 오리건/캘리포니아 주계를 지나자마자 마주친 환영메시지.
107일 차의 해가 뜬다.
107일 차. 트레일 엔젤 정성이 담긴 아이스박스


109일 차.

RD1717(from Ashland) to Hyatt Lake CG


‘앗, 여기가 아닌데......’


오리건에서 만난 첫 마을인 애쉬랜드(Ashland)에서 휴식 후 복귀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히치하이킹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를 태워준 친절한 그녀는 원래 지점(RD1716B)을 900m 지난 지점에서 내려주었다. 위험한 도로 운행을 피하도록 한 배려였지만 잠시 고민이 되었다. 히맨은 PCT를 단 한 구간도 건너뛰지 않고, 이어서 두 발로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되돌아갔다 다시 이어 걷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900m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운행을 이어나갔다. 휴가를 내고 한국에서 PCT까지 날아온 창빈이 형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40km나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속이 여전히 좋지 않아 뒤쳐졌고, 결국 깜깜한 한 밤중에야 도착했다. 매우 넓은 하야트 레이크 캠핑장(Hyatt Lake CG)에서 먼저 간 형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홀로 자리를 잡았다. ‘창빈이 형은 잘 만났을까? 내일은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잠이 들었다.

109일 차 도로 옆 트레일 안내판. 누군가 하이커에게 맥주를 들려주었다. 실소와 함께 잠시나마 피로를 잊는다.


재보급18 : 애쉬랜드 마을(Ashland, 2797.7+37.8)
미국의 작은 예술마을 중 2번째로 꼽힌 마을인(Best Small Art Towns inAmerica) 애쉬랜드는, 오리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로도 유명하다. 파스텔 톤의 건물들과 깔끔한 거리에는 20개가 넘는 갤러리들이 있으며 극장들도 많다. 애쉬랜드 대학교와 도서관을 비롯 커다란 양조장 시설을 갖춘 맥주집 및 고급 레스토랑들이 눈에 띈다. 외곽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이 있다. 애쉬랜드는 다만 하이커들이 머물만한 저렴한 숙소를 구하기 힘들고, 주요 시설 간의 이동이 도보로는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애쉬랜드로의 이동이 부담스럽다면, 식당과 함께 운영되는 칼라한스 롯지(Callahan's Lodge and Restaurant)로 가는 것도 좋다. 공짜 맥주를 제공하는 등 PCT 하이커에게 호의적인 이곳은 도로를 따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애쉬랜드에 가기 전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http://goo.gl/RfF8Di


110일 차. 여름휴가 그리고 다시 집으로.

형들을 찾기 위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캠핑장을 서성였으나, 결국 찾지 못했고 일찍 출발하여 길에서 기다리 기로 결정했다. 운행 중 만난 다른 하이커에게 전화를 빌려 통화를 시도했지만 형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미국의 산 속에서 전화 연결은 역시나 매우 어렵다. 하는 수없이 중간에 쪽지를 남기고 다시 걸어나갔다.

110일차. 뒤에 있는 희종이 형을 만나기 위해 길에 남긴 메시지.

중간 급수지에서 잠시 쉬던 중, 지나가는 다른 하이커들을 통해 형이 곧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길 옆에 매트리스를 펴고 간식을 먹고 그늘 아래서 낮잠도 자며 3시간을 기다렸지만 형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만남을 포기하고 더 가려고 일어난 그때, 두 사람이 수다를 떨며 나타났다. 그렇게 셋이 걷기 시작했다. 샤스타 마을(Shasta)에서 얻은 속병으로 여전히 힘은 들었으나, 오랜만에 만난 창빈이 형을 만나 이야기하며 걸으니 좀 나았다. 이날 함께 캠핑을 할 예정이었으나 운행 막바지에 만난 도로에서 마음을 바꿨다. 히치하이킹하여 애쉬랜드로 다시 돌아간 우리는 다음 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열심히 걸은 것에 대한 보상과 같은 여름휴가. 여행 속 또 다른 여행이었다. 오랜만의 여유는 좋았다. 하지만 ‘내 몸은 언제 좋아질까? 이제 어떻게 돌아가지? 앞으로의 계획은?’ 하는 걱정도 함께였다. ‘에이 모르겠다’하며 즐겨보려 하지만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 걱정이었다.

115일 차. 히치하이킹을위한 사인을 만들고 있는 희종이형

‘어떻게 PCT에 복귀하나?’하는 고민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나?’하는 고민과 같았다. PCT에서 많이 떨어진 마을에서의 복귀는 역시나 쉽지 않다. 버스도 운행하지 않는 날 2시간 가까이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다가 결국 또 하루를 보내며 마음이 급해졌다. 다음 날 버스를 타고 애쉬랜드로 이동하여 두 번의 히치하이킹을 통해 드디어 PCT, 집에 돌아왔다. 휴가를 마치고 집에서의 일상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긴 휴가였던 탓에 어색한 느낌이 들면서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진다. 


‘내 뒤에는 태극기와 내 피와 땀의 빨간 명찰이 있다.

내 이름 석자가 부끄럽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
118일 차. 나홀로 길게뻗은 거대한 나무


PCT DAY#119 20150812

이 길을 걸은지 어느새 네 달이 되어간다. 매일 매 순간 스스로의 목표와 행동과 느낌에만 집중해왔다. 그럼에도 아직도 스스로를 뭐라 명확히 정의 내릴 수가 없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아는 것, 아마도 평생의 숙제이지 않을까. 스스로의 시간을 가지려 여행하며 새로운 도전에 뛰어드는 어른들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자기를 더 잘 들여다 보고 이해하기 위해서.

히맨도 끊임없이 스스로와 대화하는 그런 어른이 되기를.

119일차. 화재로 인해 모든 나무들이 앙상하다. 모든 것이 항상 푸르지만은 않다.
119일 차.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으로 진입한다.

119일 차. 한국에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보내온 혜린 누나의 선물


재보급 19 : 마자마 빌리지 캠핑장(Mazama Village CG, 2966.0+5.6)
크레이터레이크 국립공원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큰 규모의 캠핑장이다. 히맨은 1인당 이용료로 하루에 5달러를 지불했는데, 올해는 인상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스토어에서 재보급이 가능하며, 스토어 앞에서 운영되는 셔틀버스를 타고 주요 포인트로 이동할 수 있다. 방문자센터(Visitor Center)에서는 크레이터레이크에 대한 소개 영상 등을 볼 수 있으며, 작은 우체국도 함께 운영되고 있으니 참고할 것.
http://www.craterlakelodges.com/lodging/mazama-village-campground/
마자마 빌리지 캠핑장의 트레일 매직 장소


120일 차. 크레이터 레이크!

Mazama Village CG tobefore Watchman TR(Crater Lake alternate)

120일 차. 크레이터 레이크.

마자마 캠핑장(Mazama CG)에서 애니 스프링 트레일(Annie Spring Trai)로 진입했고, 이후 PCT 대안길인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 alternate)로 접어들었다. 약 3.7km를 운행하여 림 빌리지(Rim Village)에 다다르는 순간, 눈 앞에 거대한 호수가 펼쳐졌다. 크레이터레이크는 최대직경이 9km가 넘고, 최대수심이 600m에 달하는 거대한 화산호수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와 짙은 푸른색을 자랑하는 호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림 빌리지의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다 보니 자전거 여행 혹은 신혼여행으로 다시 찾아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크레이터 레이크 림 트레일(Crater Lake Rim Trail)을 따라 약 4km를 더 운행하여 길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정말 오랜만의 비박. 호수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한 밤 중 잠에서 깨어 밤하늘 가득한 별을 바라봤다.

120일 차. 크레이터레이크 림 트레일 옆에 자리를 잡았다.
랜드마크 :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Crater Lake National Park) 내에 위치한 화산에 의해 형성된 세계에서 10번째로 깊은 칼데라 호수이다. 미국에서는 가장 깊은 호수인데,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94m, 평균 수심 350m이며 너비는 무려 7.3~9.7km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호수로 물이 유입되거나 빠져나가는 곳이 없이 비나 눈으로만 채워져 있어 그 색깔이 매우 짙은 푸른색을 띤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여름에만 운영하는 보트를 타고 크레이터레이크 속 화산섬인 위자드 아일랜드(Wizard Island)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조금 더 많은 정보는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21일 차. 크레이터레이크에서 맞은 일출.


121일 차. 이제 오르막도 뛸 수 있겠는데?!

before WatchmanTR(Crater Lake alternate) to WA1854

크레이터레이크 전망대인 워치맨(Watchman)을 들리며 총 10.92km 운행하여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 alternate)에서 다시 PCT로 돌아왔다. 정식 PCT 구간이 통제된 원인이었던 트레일 서쪽 부근의 화재로 인해 연기가 몰려왔다. 좋지 않은 트레일 상태와는 다르게, PCT에 복귀하자마자 무언가 온 몸에 힘이 불끈 솟는 것이 느껴졌다. 중반 휴식 후 25분이나 먼저 출발한 희종이 형을 2시간 좀 넘은 시간 만에 잡아버렸다. 오르막이 적지 않았음에도 시간당 6km를 운행하는 엄청난 힘이 솟았다.



122~124일차. 여유를 즐기다.

WA1854 to WA1936

오리건과 워싱턴의 PCT정식 구간에서 가장 높은 지점(Oregon/Washingtonhigh point marker, 2308m)을 지나 약 33km 길이의 오리건 스카이라인 트레일(Oregon Skyline Trail alternate)로 진입했다. 몸 상태가 좋아 운행속도가 증가되면서 휴식시간 또한 늘어났다. 그동안 행동식으로 대체했던 중식을 긴 시간의 휴식을 가지며 조리해 먹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그야말로 평화로운 PCT였다. 쉘터 코브 리조트(Shelter Cove Resort)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도 자면서 무려 5시간을 쉬기도 하고, 엘크 레이크 리조트(Elk Lake Resort)에서도 19km의 운행거리가 남았음에도 긴 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같이 오리건에서는 평탄하고 많은 호수를 볼 수 있는 만큼 많은 휴양지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식량을 지고 다니지 않아도 2~3일마다 만날 수 있는 리조트 등에서 보급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컨디션은 계속해서 좋았다. 계속해서 속도가 증가되면서 124일 차에는 31km까지 한 번도 안 쉬고 5시간 20분 동안 달리 듯 걷기도 했다. 초반에 무리했는지 후반 운행이 힘들어져 2번의 휴식을 가졌음에도 44km를 걷는데 총 8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스스로에게 감탄한다.

122일 차. 2308m의 오리건/워싱턴 하이포인트(High point)

123일 차. 쉘터 코브 리조트.

125일 차. 엘크 레이크트레일 안내판 위의 작은 트레일 매직.


126~127일 차. 또 다른 정을 느끼다.

near CS1960 to Camp Sherman(Sherman Camp#1 : Tink family's cabin)

시스터즈 마을(Sisters)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운행 초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그늘을 찾아볼 수 없어 체력소모가 심했다. 특히 검고 뜨거운 화산암(Lava rock)으로 이루어진, 도로로 향하는 약 2km의 마지막 구간은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겨우겨우 도착한 도로에서 만난, 트레일 엔젤의 레모네이드가 없었다면 아마 히치하이킹도 못 하고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뜨거운 트레일.
재보급 20 : 시스터즈 마을(Sisters, 3202.6+25.7)
시스터즈라는 이름은 마을의 남서쪽으로 24km 지점에 위치한 세 개의 화산에서 유래한다. 세 자매(Three Sisters)라고 불리는 이 산은 각각의 높이가 남쪽은 3,159m, 중앙은 3,062m, 북쪽은 3,074m이다. 북쪽의 봉우리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남쪽의 봉우리가 1600년 전에 마지막으로 폭발한 가장 어린 봉우리이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http://goo.gl/j8Fgfq)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은 마을인 시스터즈는 화산암 구간 중간에 만날 수 있는 도로(Hwy 242)에서 히치하이킹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이때, 1~2km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 전망대에 위치한 주차장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을이 비교적 넓어 외곽 주거지역에 위치한 우체국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대형마트가 있어 재보급에 용이하다. 다만 머물만한 저렴한 숙소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사전에 정보를 찾아볼 것. 커피로 유명한 ‘시스터즈 커피’카페에서 디저트와 함께 커피 한 잔을 추천한다.

시스터로 향하는 맥킨지 패스(McKenzie Pass)의 도로변에 위치한 디 라이트 전망대(Dee Wright Observatory). 이곳의 주차장에서 히치하이킹을 통해 시스터즈로 이동했다.

시스터즈 커피


시스터즈 마을에 도착한 다음날, 이전에 투올러미 캠핑장(Tuolumne CG)에서 만났던 PCT 하이커 팅크(Tink)의 부모님의 별장(Cabin)에 초대를 받았다. 겉으로 보기에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주방에 거실에 화장실은 기본이고 침대만 5개가 넘는 규모에 놀랐다. 와이파이가 없는 것 빼고는 웬만한 한국 집보다 좋았다. 마음껏 편하게 즐기라는 그들에게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번 봤다고는 하지만 낯선 외국인을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침구까지 내주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팅크의 대가족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별장 앞에 둘러앉아 3대가 함께 밥을 먹고 즐겁게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참 신기하기도 하고 부러웠다.

팅크 가족의 별장. 히맨이 머무른 침대.

127일 차. 별장에 모인 팅크의 가족들 앞에서 자기소개 중인 희종이형

시스터즈에서 복귀하여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주친 한 하이커, 그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Are you Korean?”
(한국 사람 인가요?)


히맨은 한국말 인사로 답을 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멕시코 국경을 향해 걷는 김기준 님을 만났다. 멈춰 선 길 위에 앉아 한 시간 정도의 대화가 시작됐다.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 이야기와 2008년 AT를 걷고 긴 시간이 흐른 후 PCT에 오게 된 사연을 듣고 있는 히맨은 평범했다. 이어 그는 AT/PCT/CDT를 모두 완주하는 트리플 크라운이 꿈이라고 했다. 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그의 다음 길이 기대되었다.

그가 들려준 우리가 앞으로 걷게 될 이미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 정보는 앞으로의 운행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서로의 완주를 응원하며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각자의 길의 방향이 달랐기에. 그렇게 서로가 먼저 걸은 길을 공유하듯 앞으로 나아간다.

128일 차. 길에서 만난 Southbound PCT 하이커 김기준님.
129일만에 2000마일을 돌파했다.
129일 차. 앙상한 숲 한가운데 위치한 호수.
랜드마크 : 빅 레이크 유스 캠프(Big Lake Youth Camp)
캐빈, 식당 등의 각종 시설을 갖춘 청소년 수련원이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토어에서는 맛을 예측할 수 없는 특이한 이름의 음료들을 판매한다. 블롭점프 등의 수상 레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캠프파이어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고 하니 일정을 확인하여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올해는 5월 29일부터 9월 14일까지 음식, 샤워, 세탁 등의 서비스를 운영한다. pctmap.net의 올해 정보 변동사항을 살펴보면, 유스 캠프에서 재보급상자는 받아 주지만, 야영은 되지 않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http://biglake.org/pct-hikers/

빅 레이크 유스캠프의 PCT하이커 환영 안내판/빅 레이크 유스캠프의 식당


129~132일차. 인생의 작은 하나의 길일 뿐이다.

Youth Camp Head Quater(Youth Camp Trail) to Timberline Lodge Trail

오리건의 고요하고 평탄한, 높게 솟은 나무들 사이를 걷는 느낌은 가히 몽환적이었다. 이틀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멍하니 길을 걸었다. 그저 다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갔다. 그러던 중 맨발의 PCT 하이커를 만났다. 한 걸음 한 걸음 조금 더 신중하고 소중하지 않을까? 그동안 한 걸음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한다.

131일 차 운행 중 고요한트레일.
랜드마크 : 리틀 크레이터 레이크(Little CraterLake)
말 그대로 작은 크기의 화산호수이다. 크레이터 레이크의 맑은 물을 가까이에서 보지 못 했다면 이곳에서 바닥까지 비치는 맑고 투명한 호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레일에서 불과 22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에 캠핑장도 있다. 지나치지 말고 꼭 들러서 쉬어 가기를 권한다.
리틀 크레이터 레이크

팀버라인 롯지의 소파에서 아이패드로 동영상을 보며 반쯤 누워있다. 최고의 휴식이다. 샤워도 할 수 있었지만 그건 이제 우선순위가 아니다. 땀에 절어 소금 얼룩이 생긴 상의에 구멍 난 먼지 범벅의 바지를 입고, 식당을 드나들고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PCT가 집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조금씩 더 편안함과 안락함을 찾는 스스로를 보면서 의지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지는 않은가 불안하다. 하지만이 조차도 PCT겠지. 내 목표는 완주와 기록이지만, 목적은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거니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PCT에 안주하고 싶어 지기 전에 어서 마무리 해 버리자!’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PCT가 아무리 길어도 그건 그냥 인생의 작은 하나의 길일 뿐이다.

랜드마크 : 팀버라인 롯지(Timberline Lodge)
후드산(Mt. Hood) 근처에 스키장과 함께 위치한 팀버라인 롯지는 관광지로도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80년 가까운 역사를 가 진장 소답게 미국의 역사 기념물(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곳곳에서 스키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많은 PCT 하이커들이 이곳 3층의 소파에서 전자장비를 충전하며 휴식을 갖는다.대체적으로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저렴한 식당이 없고, 식량을 보충할 만한 가게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곳의 캐스케이드 다이닝 룸(CascadeDining Room)의 조식 및 중식 뷔페를 추천하며, 안타깝게 뷔페 운영시간을 놓쳤다면 지하에 위치한 식당인 블루 옥스(Blue Ox Bar)의 피자를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팀버라인 롯지


134일 차. 신들의 다리다!

WACS2116 to Cascade Locks

이글크릭 트레일(Eagle Creek Trail Alternate)로 진입하여 구간 초반 PCT에서 가장 험하고 급한 경사의 내리막을 걷게 된다. 하지만 이후 매우 아름답고 시원한 계곡을 만나며, 9.22km 지점에서는 약 5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멋진 터널 폭포(Tunnel Falls)를 볼 수 있다. 오리건의 마지막이라 볼 수 있는 이글 크릭 트레일은 마치 오리건을 떠나지 말라고 잡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134일 차 운행 중 만난 이정표
랜드마크 : 이글 크릭 트레일(Eagle Creek Trail alternate)
대안길인 이글 크릭 트레일은 오리건의 가장 북쪽 구간에 위치한 약 24km 길이의 환상적인 계곡길이다. 오리건이 끝나는 것을 자축이라도 하듯 많은 하이커들이 맑고 계곡 물에서 수영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특히 길의 중반부에 만나는 터널 폭포(Tunnel Falls)를 보게 된다면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대안 길 중의 하나이지만 안타깝게도 2015년 12월 나무가 폭풍에 의해 쓰러지며 다리가 붕괴되어 트레일이 폐쇄된 상태라고 한다. 트레일 폐쇄 관련하여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바란다.
이글 크릭 터널폭포(Tunnel Falls, Eagle Creek Trail)

트레일에서 나와 도로 운행을 통해 캐스케이드 록스 마을로 들어가면서, 영화 <와일드>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신들의 다리(Bridge of the Gods)’를 마주한다. PCT를 다 끝낸 듯한 느낌을 받으며, PCT 하이커들을 위한 행사인 PCT 데이즈를 즐겼다. 히맨은 이 행사에서 PCT를 기념하는 목걸이를 하나 구매했다.

134일 차 마지막 도로 구간을 지나 캐스케이트록스에 도착한다. '신들의 다리’가 눈 앞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PCT 데이즈의 PCT 협회(PCTA) 부스. 이곳에서 기념 목걸이를 구매했다.
재보급 21 : 캐스케이드 록스 마을(Cascade Locks, 3490.0+0.0)
캐스케이드록스는 오리건과 워싱턴의 경계 역할을 하는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을 통해 선박들이 빠르게 협곡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수로라고 볼 수 있다. 고도가 43m로 PCT에서 가장 낮은 지점인 이곳에서는 영화 <와일드>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다리이자 PCT의 유명한 랜드마크인 신들의 다리(Bridge of the Gods)를 볼 수 있다. 매년 이곳의 마린파크(Marine Park)에서는 많은 PCT 하이커들의 축제인 PCT 데이즈(PCT days) 행사가 열린다. PCT 협회는 물론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올해 10회를 맞이하는 PCT 데이즈 행사는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주변으로 형성된 마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트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아마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엄청난 양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PCT 데이즈가 열리는 캐스케이드록스 마린마크
캐스케이드록스 아이스크림 가게. 지금껏 보지 못한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아이스크림을 맛 볼 수 있다.


135일차.

Cascade Locks

Where is my iPAD~?!!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캐스케이드록스까지 날아온 분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즐거운 삼겹살 파티 후 돌아와 보니 아이패드가 사라졌다. 그동안 기록에 가장 핵심 역할을 했던 아이패드를 충전 중 도난당한 것이다. PCT 하이커가 아닌 ‘외부인’이 많은 장소임에도, 아무 의심 없이 놔두고 돌아다닌 것을 후회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다행히 지금까지의 기록이 동기화되어 있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는 수밖에. 그렇게 히맨의 배낭은 조금 더 가벼워졌다.


137~138일차.

Cascade Locksto near WA2165

PCT 데이즈 이후, 네 명의 남자가 모텔에 모여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 그중 제로그램 대표님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이 PCT가 그저 평생의 훈장이 되지 않도록 하면 좋겠어요.”


PCT를 다녀왔다는 그 사실만으로 더 이상의 행동을 멈춘다면, 평생 과거의 사실 하나만을 내세 우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마구 내세우기 보다는 경험을 내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PCT를 계기로 아무리 힘들어도 즐거울 수 있는, 설렘과 성취감,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을 것이다.

다음날, PCT 데이즈 기간 동안의 즐거운 기억을 뒤로 하고 다시 길 위에 섰다. 헤어짐은 항상 아쉽지만 이번엔 다른 때보다 좀 더 아쉬웠다. 어서 한국으로,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내 경험을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신들의 다리를 건너 PCT의 마지막 워싱턴 구간을 맞이한다. ‘이제 다 끝났구나’하는 들뜬 마음과 함께.

앞으로 일어날 일은 꿈에도 모른 채.

■ PCT 하이커 되기
0.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0.1. PCT 용어 정리
0.2. PCT 지도 약어
당신이 궁금한 PCT : 일반
당신이 궁금한 PCT : 준비
2015 연간 PCT 하이커 설문
2016 연간 PCT 하이커 설문

1. PCT 행정
1.1. PCT 퍼밋(permit)
1.2. 미국 비자(VISA)
1.3. 캐나다 퍼밋
2. PCT 재보급

***2018 PCT 퍼밋 신청 공지

■ 히맨의 PCT
히맨의 PCT 한방에 보기
히맨의 PCT 운행기록_20151109_a

1. 캘리포니아 남부(Southern California)
캘리포니아 남부 재보급지&랜드마크
2. 캘리포니아 중부(Central California)
캘리포니아 중부 재보급지&랜드마크
3. 캘리포니아 북부(Northern California)
캘리포니아 북부 재보급지&랜드마크
4. 오리건(Oregon)
오리건 재보급지&랜드마크
5. 워싱턴(Washington)
워싱턴 재보급지&랜드마크

20160420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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