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Man's PCT - Southern California
앞으로 캘리포니아를 세 번에 걸쳐 소개하고(남부, 북부, 중부), 오리건, 워싱턴의 순서로 PCT하이커 히맨의 여정을 소개한다.
진행 위치에 따른 주요 재보급지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놓쳐서는 안 되는 랜드마크, 유용한 정보들도 소개하겠다.
■ PCT 하이커 되기
0.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0.1. PCT 용어 정리
0.2. PCT 지도 약어
당신이 궁금한 PCT : 일반
당신이 궁금한 PCT : 준비
2015 연간 PCT 하이커 설문
2016 연간 PCT 하이커 설문
1. PCT 행정
1.1. PCT 퍼밋(permit)
1.2. 미국 비자(VISA)
1.3. 캐나다 퍼밋
2. PCT 재보급
***2018 PCT 퍼밋 신청 공지
■ 히맨의 PCT
- 히맨의 PCT 한방에 보기
- 히맨의 PCT 운행기록_20151109_a
1. 캘리포니아 남부(Southern California)
- 캘리포니아 남부 재보급지&랜드마크
2. 캘리포니아 중부(Central California)
- 캘리포니아 중부 재보급지&랜드마크
3. 캘리포니아 북부(Northern California)
- 캘리포니아 북부 재보급지&랜드마크
4. 오리건(Oregon)
- 오리건 재보급지&랜드마크
5. 워싱턴(Washington)
- 워싱턴 재보급지&랜드마크
시작하기 전 알아두기!
PCT하이커 되기 - 0.1. PCT 용어 정리
PCT하이커 되기 - 0.2. PCT 지도 약어
- 구 간 : 캄포(Campo, 0km) ~ 워커 패스(Walker Pass/Hwy 178, 1049.38km)
- 소요기간 : 41일(예비일 5일)
- 재보급 : 7회
PCT가 관통하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중 캘리포니아는 PCT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 길이가 긴 만큼 캘리포니아는 보통 남부, 중부, 북부의 세 구간으로 나뉜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캄포(Campo)에서 PCT하이커들이 캐나다를 향한 걷기를 시작한다. 0km 지점인 캄포에서 워커 패스(Walker Pass, Hwy 178)까지가 캘리포니아 남부 구간이다.
모하비 사막 옆을 지나며, 대부분 강렬한 태양 아래 메마른 트레일을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영화 와일드(Wild) 속 셰릴 스트레이드가 무더위 속에서 ‘오 마이 갓’을 연발하던 장면을 보면 조금이나마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한 물 한잔 그리고 처음 경험하게 될 트레일 매직(Trail magic)의 고마움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PCT 1일 차 운행을 시작하겠다.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PCT의 길 위에 서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캄포, 그곳에서 PCT의 최남단 포스트를 만날 수 있다. PCT 하이커의 90% 이상이 캐나다를 향해 북쪽으로 걷는데, 그 포스트가 바로 PCT 출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PCT의 출발지 Campo의 PCT 최남단 포스트. 뒤에 보이는 벽이 미국/멕시코 국경이다.
앞으로 이 길이 PCT임을 알리는 갈색 스틱(Brown stick)과 나무 등에 박혀있는 PCT마크를 따라 걷게 된다. 이 사실조차도 몰랐던 히맨은 출발하자마자 길을 잘 못 들어 국경 경비 차량(패트롤)의 안내로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해프닝을 겪었다. 그 경비원에게서 스틱을 따라 걸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 조금은 안심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앞으로 길을 헤매는 일이 수없이 많았지만......
길을 안내해주는 브라운 스틱과 PCT표식, 브라운 스틱의 숫자는 PCT 출발지로부터 500마일(약 900km) 임을 알려주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던 첫날은 26km를 운행하면서 끝이 났다. 텐트 안 침낭 속 취침은 언제나 아늑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오랜만의 캠핑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잠자리에 들었다.
PCT DAY#1 20150416
드디어 출발했다!!
여태까지 PCT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때가 생각나며 눈물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건 없었다.
첫 재보급지인 라구나 캠핑장(Laguna CG, 76.51km)까지의 5일은 대체적으로 즐기며 여유롭게 PCT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대체적으로 평탄하지만 그늘을 찾아보기 힘든 뜨거운 사막의 기운은 결코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준비할 때는 이해하지 못 했던, 양산을 쓰고 걷는 하이커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면서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PCT DAY#4 20150419
어쩌면 버릴 것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PCT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직 버릴 것이, 버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앞으로 어떤 것을 버리게 될까?
첫 재보급지인 라구나 우체국(Laguna P.O.) 옆에 위치한 가게에서 또 다른 한국인 PCT하이커인 윤은중님을 만났다. 이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다니!
그는 히맨보다 하루 뒤에 출발하여 이곳까지 힘겹게 도착했다고 했다. 무더위에 제대로 급수도 하지 못 해 많이 지친 듯 보였다. 영문 숫자 셈을 적어 드려야 할 정도로 외국인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PCT를 걷는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2009년에 이미 아팔란치아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을 완주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히맨은 우체국에서 그의 재보급 발송을 도와드린 후,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각자의 길로 떠났다.
이날 운행은 대체적으로 평탄하고 무난했으나, 바람이 다소 강했다. 후반에는 WR053(Pioneer Mail Picnic Area)에서 엔젤들이 마련한 급수 물통을 볼 수 있다. 이후 멋진 풍경과 함께 고인을 애도하는 메모리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재보급 1 : 라구나(Mt. Laguna PO, 69.5+0.25)
PCT 5일 차, 이곳에서 첫 보급을 받았다. 작은 가게 옆에 위치한 우체국에서 재보급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면 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엽서를 추천한다.
(앞으로 소개할 주요 재보급지 이름 옆 괄호 안의 숫자는 트레일에서의 거리와 트레일에서 재보급지까지 떨어진 거리를 말한다. 예를 들면 위의 경우 '라구나'는 PCT 69.5km 지점에서 0.25km 떨어진 재보급지이다.)
Scissors Crossing(WRCS077) to WRCS101. 전체 운행거리 약 38km, 전 날로부터 총 52km를 운행하는 동안 급수를 할 수 없었다. 중간 급수지가 있기는 하나 물통보급이므로 때에 따라 없을 수 있다. 걷는 내내 그늘이 거의 없는 지그재그의 스위치백 오르막을 만나게 된다. 원래는 30km만 이동하여 빌리 고트 케이브(Billy Goat’s cave)라는 사이트에 머물 계획이었다. 랜드마크라고 안내까지 되어있어 커다란 동굴을 기대하며 걸었으나, 막상 도착해보니 그곳은 딱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굴이었다. 애플리케이션의 아주 작은 굴(very small cave)이라는 추가 설명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물이 넉넉했다면 여유롭게 근처 사이트를 찾아 되돌아 갔을 테지만 물이 필요했다. 내일 운행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급수지이자 사이트는 8km 떨어진 곳이었고, 몸은 지쳐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결국 사이트를 변경하여 더 이동한다는 메시지를 굴 앞에 남기고, 전력을 다해 8km 뒤의 급수지까지 이동해야 했다. 따라서 빌리 고트 케이브로 가는 것보다 일찍 출발하여 물이 있는 넓은 사이트인 WRCS101까지 운행하기를 바란다.
Tip : 급수
운행 일정 수립 시 반드시 급수가 가능한 포인트를 미리 파악하여 운행거리와 사이트를 설정할 것. 사막 구간인 캘리포니아 남부는 급수가 중요하다. 운행 중 마실 물, 조리에 필요한 물 등을 계산하여 물 조절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급수에 실패할 경우, 그날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정신없이 텐트를 치고 밥을 먹고 나니 걱정이 밀려 왔다. 지금이라도 형이 어서 여기 도착하면 좋겠는데…... 몰랐는데 의외로 혼자되니 많이 어색했다. 다음날 워너스프링스(Warner Springs)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안전한 곳에 사이트 잘 잡고 내일 무사히 재회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전날 최종 사이트의 변경으로 인해 헤어진 희종이 형을 기다리다, 처음으로 단독 운행을 하게 되었다. 완만한 경사에 펼쳐진 들판들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며, 연신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마치 제주도의 오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재보급을 받는 기대감에 신이 나기도 했지만, 혹시나 형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날이었다. 아마도 그 덕에 이정표를 잘 살피지 못 했던 것 같다. 독수리 바위(Eagle Rock)를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참 아쉬웠다. 꼭 이정표를 잘 살펴 독수리 바위를 보고 가기를 바란다.
PCT DAY#8 20150423
늘 뒤에서 서포트만 해주다가 처음 맨 앞에 서보다.
어색하고 서툴다. 하지만 앞으로 감당하고 헤쳐 나가야 할 위치다.
- 나 홀로 운행하며…
워너스프링스에서 많은 하이커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면서 PCT는 극한의 도전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 트레일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던 PCT 하이커 오크(Oak) 아저씨는 내가 빠르다며, "no Heenam, He-Man!"이라고 말하며 내가 고민해왔던 트레일 네임(Trail name)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PCT 하이커, 히맨(He-Man)이 되었다!
재보급 2 : 워너스프링스(Warner Springs, 179.4+1.6)
워너 커뮤니티 센터(Warner Community Resource Center)는 식사/세탁/샤워/인터넷 등이 가능하며, 많은 하이커들이 텐트를 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16~17시쯤 일찍 문을 닫으니 운행 계획 시 참고할 것. 재보급은 2km 근방에 있는 우체국에서 받을 수 있다.
전날의 무리한 운행으로 인한 피로가 풀리지 않아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이런 날은 또 여러 가지 겹친다. 커피를 마시려 데우던 물을 통째로 300ml나 엎어버리고, 그동안 말썽 없던 수낭은 호스가 빠지면서 운행 중에 물이 펑펑 솟고......
그래도 겨우겨우 버텨서 도착한 파라다이스 밸리 카페(Paradise Valley Café)에서 먹은 햄버거는 정말이지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그 햄버거 덕에 힘을 내서 운행할 수 있었다. 꼭 이곳에 들러 휴식을 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아이딜와일드(Idyllwild)까지 픽업도 해준다.
이곳에서 작은 마을인 아이딜와일드로 가는 길이 중간에 화재로 인해 막혀 있어 많은 하이커들이 차량을 이용해 바로 마을로 이동한다. 하지만 히맨은 모든 PCT길을 도보로 끊기지 않고 걷고자 했기에 돌아가는 경로를 선택하여 걸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PCT를 벗어나 걷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PCT는 이미 위에 언급했듯이 표식을 통한 안내가 잘 되어 있어 길을 헤매는 일이 많지 않다. 혹여나 길이 헷갈리더라도 특별한 독도법 없이도 하프 마일(Halfmile) PCT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길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애플리케이션 운용이 익숙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PCT가 아닌 길을 걸어가자니 이 길이 맞는 건지 어쩐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초반에는 풍경도 좋고 바람이 거세서 지루한 줄 모르고 운행했으나, 아이딜와일드(Idyllwild) 마을로 향하는 대안길(alternate route to Idyllwild)로 들어서고 나서는 땡볕에 그늘 하나 없는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올라야 했다. 힘겹게 애플리케이션에 나온 대안 길의 끝까지 갔는데, 애플리케이션은 이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제 어떡하지??’
문득 오른쪽의 식당을 봤는데, 간판 밑에 작은 글씨로 ‘어서 오세요’라고 써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영업시간이 종료된 식당의 문은 닫혀 있었다. 그때 문의 창 너머로 카운터 쪽에 서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문을 두드리고 두드리고 다섯 번쯤 두드렸을까, 그녀가 뒤돌았고 문을 연 그녀는 영어로 영업시간이 끝났다며 닫으려 했다. 히맨은 급히 우체국이 어디냐 물었고, 분명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한국인이냐 물었다. 그녀가 답했다. 얼마 만에 듣는 한국말인가!
그녀는 식당 안으로 나를 들여 주었고, 나는 사정을 설명했다. 토스트와 오늘 운행하며 떠올렸던 시원한 우유를 마시며 잠깐의 대화를 나눴다. 해가 곧 저물기 시작해 어서 캠핑장을 찾아야 했다. 일단은 우체국으로 가기로 했고, 아주머니는 태워다 주시려 했지만 가까운 거리니 걷기로 했다. 각종 젤리와 고구마도 챙겨 주셔서 정말 감동이었다.
우체국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찾을 수 있었으나, 이미 영업을 종료한 뒤였다. 다음날 재보급을 받아도 됐지만, 혹시나 하여 아직 불이 켜진 우체국 안으로 들어갔다. 한 여직원이 나를 맞아 주었고 역시 영업시간이 끝났음을 알려주었지만, 곧바로 잠시만 기다려 보라며 창고로 들어갔다. 그리고 재보급 상자와 함께 나타났다! 게다가 한 밤중에 나를 하이커들이 있는 캠핑장(Camp Ground)까지 차로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얼마나 고맙던지......
아이딜와일드에는 큰 캠핑장이 두 곳 있다. 첫 번째 간 캠핑장이 텅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다른 캠핑장까지 차를 태워 준 우체국 직원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곳에서 운행 막판 잠시 헤어졌던 희종이 형을 다시 만나면서 이날 운행은 최종 종료되었다. 이곳 사람들의 PCT 하이커들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장거리 하이커들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그들의 대우에 감동을 받으며, 낯설기만 했던 미국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참 좋게 다가왔다.
재보급 3 : 아이딜와일드(Idyllwild, 287.4+178.6)
영화 속에 나올 법한 아기자기하고 멋진 마을. 두 개의 큰 Campground가 있으며, 우체국과 도서관, 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 있어 재보급에 용이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으나 가격은 비싼 편. (화장실/샤워/식당/도서관(인터넷PC))
PCT자료 정리를 위해 들른 아이딜와일드 도서관에서 우연히 우리의 한국말 대화를 들은 또 다른 한국인 아주머니는 다짜고짜 우리를 도서관 밖으로 불러내셨다.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이 길과 이 길에 오게 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깊은 산골에 있는 아주머니의 집에서 우리는 맛있는 김치찌개, 고추장 돼지 불고기 등을 배 터지게 먹었다. 거기에 고추장과 김 등 각종 식량들을 챙겨주시기까지. 그리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많은 이야기와 조언들. 정말 따뜻한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PCT DAY#13 20150428
지금 내 앞에는 불확실한 미래와 내 능력의 한계를 벗어 나는 일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혼자 매달려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일주일도 안돼 불가능함을 깨닫고 포기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포기는 없다!!
내일부터 다시 달려 보자!!
Mt. San Jacinto State Park Idyllwild CG to Snow Creek Trail. Idyllwild를 떠나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디어 스프링스 트레일(Deer Springs Trail)에서 수어사이드 트레일(Suicide Trail)로 진입하여 수어사이드 록(Suicide Rock), 일명 자살바위를 볼 것을 추천한다. 스트로베리 정션(Strawberry Junction, 갈림길)에서 드디어 다시 PCT에 복귀했다. 출발 후 17km 지점에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으며 대체적으로 큰 소나무들과 바위가 많다. 급경사가 많아 체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일찍 운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희종이 형이 “지겹다”라고 했다.
나도 똑같이 느껴졌다.
계속되는 지그재그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에…
이러다 지쳐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
to ‘Ziggy and the Bear’.
엄청나게 물이 먹히는 하루다. 오전 운행은 지겹도록 내리막의 반복, 그리고 그늘을 찾을 수 없는 상당히 고된 코스였다. 19km 지점 급수지까지 운행하는 동안 물은 물론이고 그늘을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급수지에서 물을 300ml 넘게 마시고 1시간 넘게 충분히 쉬고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이건 뭐지?!’ 찌는 듯한 더위와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들, 본격적인 사막의 시작을 알리듯 했다. 이후 물먹는 하마가 되었다. 아마 물을 보충한 안도감에 팍팍 먹힌 듯하다.
‘내일도 이렇게 그늘이 없으면 어찌해야 하지?’
걱정하며 운행을 하는데 한 다리의 기둥에 PCT 마크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냥 길표시구나 하며 가는데 다리 밑 그늘에 웬 흰 박스 두 개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응급처치 박스인가?' 가까이 가 열어 보았는데,
"트레일 매직이다!"
이건 그야말로 사막 위 오아시스가 아닌가! 상자 안에는 얼음과 함께 탄산음료와 귤로 가득 차 있었다. 행복에 겨워 이렇게 먹다 탈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들이마셨다.
2km를 더 운행하여 드디어 도착한 ‘Ziggy and the Bear’. 여긴 천국이다. PCT 트레일(Trail Angel)이 운영하는 이곳엔 먹을 것, 씻을 곳, 빨래할 곳, 전기, 전부 다 있다. PCT 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샤워한 것 같다.
피자와 치킨에 망고주스까지 먹고 나니, 이제 내일 운행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잠시 눈을 붙인 후 뜨거운 태양을 피해 첫 야간 운행을 시작했다. 해가 뜨기 전 12km 정도 1차 야간 운행을 하여 화이트워터 프리저브(Whitewater Preserve)까지 운행하였다. 이곳에서 해가 기울 때까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2차 야간 운행을 시작했다.
랜드마크 : 화이트워터 프리저브(Whitewater Preserve)
화이트워터 프리저브는 휴양지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캠핑이 가능하며 화장실과 냉수욕이 가능한 계곡 풀이 있다. 꼭 들러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한다. PCT에서 약 1km 떨어져 있다.
PCT DAY#16 20150501
어제도 Ziggy and the Bear에서 편하게 쉬고 새벽에 잠깐 걷고 White Water Preserve 와서 또 늘어져 있다. 정말 평온하고 좋다.
근데 문득 드는 불안한 마음.
‘우리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걸까?’
이건 비단 PCT에서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불안감이란…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할 일을 하고 있고, 그것도 아주 순조롭게 잘 진행하고 있다.
지금의 행복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 5/1 2차 야간 운행을 앞두고, 저녁 먹기 전......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60분 운행 10분 휴식을 취하며 18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쉽지 않은 야간 운행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목표 운행거리를 채웠다. 그리고 우리는 3시간 취침 후 다시 출발했다. 얼마 남지 않은 Big Bear City까지 힘을 내서 걸었다.
PCT DAY#18 20150503
이번 PCT는 내 신념을 확고히 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심장이 쿵쾅대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일에 미쳐서 매진하다 보면, 기적은 분명히 일어난다.
모두들 막다른 길이라고 가지 말라고 말리지만,
가보면 안다.
분명 길이 있다는 것을!!
빅 베어 시티(Big Bear City)에서, LA에서 도움을 주셨던 분들의 도움으로 PCT 첫 실내 취침을 하게 되었다. 휴식을 취하며 부족한 행동식을 보충하였으며, 단기 운행목표를 설정하였다. 약 190km 떨어진 리틀지미 캠핑장(Little Jimmy Camp Ground)까지 5일간 하루 평균 38km 운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재보급 4 : 빅베어시티(Big Bear City, 424.7+8.0)
빅 베어 시티와 빅 베어 레이크(Big Bear Lake)는 서로 다르니 주소를 확실히 확인할 것. 빅 베어 레이크가 조금 더 큰 마을이며 볼거리가 많다. 히맨의 경우 빅 베어 레이크에서 예비일을 갖게 되었고, 다음 날 자전거를 빌려 빅 베어 시티의 우체국으로 이동하여 재보급을 받았다.
랜드마크 : 딥 크릭 핫 스프링(Deep Creek hot spring)
히맨이 강력 추천하는 온천 계곡이다.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지만 그보다 긴장된 몸을 풀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물은 정말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을 정도였다. 전혀 예정에 없던 이곳에서 무려 한 시간을 쉬었다. 올 누드의 하이커들과 함께 하는 색다른 경험은 보너스(?).
형~ 39km 뒤에 맥도날드있는데 가볼래요?
‘내가 생각하는 그 햄버거 가게가 맞나?’하며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 햄버거 가게가 맞다. 햄버거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혹시나 해서 물어 보기는 했지만, 무려 46km를 걸어야 했기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 가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형의 대답에 우리는 패기있게 출발했다.
20km까지 정말 좋았다. 20km나 왔는데 남은 거리가 25km란다. 그때부터 참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결국 우리는 해냈다. 맥도날드 간판을 보고선 얼마나 환호성을 질렀는지......
커다란 맥도날드 로고를 발견한 순간은, PCT 내내 몇 안 되는 환희의 순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PCT와 싸우듯 경쟁하며 46km라는 운행거리를 걸어낸 후의 달콤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로 다가왔다. 마치 스스로에게 상이라도 주듯 엄청난 양의 햄버거를 주문했다. 햄버거 2개 반, 감자튀김에 콜라3잔과 밀크쉐이크를 먹고도 다른 하이커가 준 치킨너겟까지 먹어 치웠다. 그렇게 가득 찬(?) 하루 일정이 끝났다.
PCT DAY#23 20150508
“이제 출격인데 느낌이 어때?”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요… 미국 가봐야 알 것 같아요.”
“미국 와보니까 이제 좀 실감나? 어때?”
“아뇨, 아직… PCT 출발선에 서 봐야 알 거 같아요.”
“자, 네가 그토록 바라던 PCT야. 이제 실감나지?”
“글쎄요. 생각보다 별 느낌없네요. 감동해서 울 줄 알았는데…”
벌써 23일차,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PCT가 실감나는 순간. 나는 또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이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이상이 아닌 일상이 아닐까?’
24일 차, 텐트안에서 맞는 일출
CS0362 to Little Jimmy Campground.
베이든 파월 산(Mt. Baden Powell)은 이날의 목적지인 리틀 지미 캠핑장(Little Jimmy Campground, CS0384)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지그재그로 오르고 또 오르는 끝없는 스위치백 오르막이 이어진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하며 오르막이 끝날 때까지 이 악물고 멈추지 않았다.
운행 중 마주친, 내 심장에 불을 지핀 한 외국인 아주머니의 한 마디!!
"You are doing good!"
(넌 잘하고 있어!)
"Keep it up!!"
(계속 열심히 하렴!)
랜드마크 : 베이든 파월 산(Mt. Baden Powell)
베이든 파월(Mt. Baden Powell)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PCT가 아닌 대안 길(alternate route)이다. 220m의 길지 않은 거리니 곡 올라가 보길 바란다. 정상에는 방명록도 있다.
리틀 지미 캠핑장에서 즐거운 캠핑 후 3.47km 운행하여 도로변의 주차장까지 이동했고, 차량 이동하며 북미주한인산악회 고수명 선배님의 설명과 함께 PCT 코스를 답사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상세하게 전체적인 PCT 코스를 설명해주시는 걸 들으며 어떻게 그 많은 길들을 아시는지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LA의 David Cho 선배님의 댁으로 이동하여 이틀간의 예비일을 가졌다. 마침 어머니의 날(Mother’s day) 가족 모임에 우리가 초대받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필요한 것들을 사고, 참 편안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떠나야 했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
"안주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떠나야 할 때이다."
PCT가 끝날 때까지 이 생각은 반복됐다.
(PCT 준비에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많은 도움을 주신 북미주한인산악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휴식 후 다시 트레일로 복귀했다. 사전 답사를 통해 알게 된 6~7km지점 통제구역을 도로로 우회하여 운행하였다. 황색개구리(Yellow-leged Frog) 생태보호를 위해 통제된 구역을 7.74km 길이의 대안 길(Endangered Old Alternate)을 통해 운행하여 벅혼 캠핑장(Buckhorn CG)로 진입하였다. 이후 벅하트 트레일(Burkhart Trail)을 통해 PCT로 복귀하여(14.5km 지점) 쿠퍼 캐년 트레일 캠프(Cooper Canyon Trail Camp)로 이동했다.
자는데 바람이 이리저리 강하게 부는 것을 느꼈다. 텐트 천장이 누워 배를 덮을 정도일 때도 그냥 다시 일어나겠지 하며 무시하고 계속 잤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보니, 부러지고 찢어진 텐트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팩을 잃어버린 바람에 단순하게 돌로만 고정을 했던 것이 문제였다. 상당히 당황스러웠으나 뭐 어쩌겠는가. 일단 펄럭이는 텐트안에서 또띠아와 시리얼로 배부터 채웠다.
그리고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배낭을 꾸렸다. 잠시 앞으로 어찌 해야 할 지 걱정되었으나, 폭풍우는 그저 바로 앞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도록 해주었다. 이 날 운행은 눈, 비 그리고 무엇보다 우박을 동반한 강풍에 따귀를 맞으며 걸어야 했다. 얼마나 따갑던지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정말 극한의 상황이었다. 체온이 떨어지며 살짝 겁을 먹기도 했다. 온 몸은 젖어 얼어가고, 특히 허벅지가 점점 얼기 시작했다. 바지는 비에 젖어 무거워지면서 스물스물 내려갔다. PCT에 온 게 처음으로 실감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생존 게임이 시작된 듯 했다. 그리고 히맨은 온 몸으로, 온 정신으로 받아들였다. 추위에 손을 덜덜 떨면서도 살기 위해 우걱우걱 먹어대고, 살기 위해 앞 사람을 죽어라 쫓아가고. 그러다 보면 꼭 기적이 일어난다. 이 날도 역시!
마지막 목적지였던 급수지는 그냥 급수지가 아닌 캠핑장이었고, 노스 포크 레인저스테이션(North Folk Ranger Station)에는 샤워, 빨래가 가능하며 음식도 있었다. 운이 좋게도 건물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고, 다른 하이커들과 함께 쇼파에 앉아 영화를 보는 여유까지 누렸다. 전기난로 앞에는 젖은 신발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날 이후 결국 반 강제로 비박(카우보이 캠핑)을 하기 시작했다. 10일 좀 넘게 비박을 하면서 좋은 점은 자다 깨면 밤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깊이 잠을 자지 못하면서 운행의 피로를 충분히 풀지 못했고, 누적된 피로는 조금씩 컨디션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to Agua Dulce. 오늘은 운행 중에 보급상자를 받아야 했다. 아구아 듈세(Agua dulce)의 트레일 엔젤인 도나(Donna, Trail angel)가 올해부터 PCT하이커들을 위한 호스팅을 하지 않아서, 그녀의 집으로 보낸 재보급 상자를 중간 지점인 KOA(Hiker’s Heaven)라는 곳에서 수령해야 했다.
친구 청수가 보내준 소포. 친구는 부탁했던 스마트폰 외에도 라면, 카누커피, 그리고 영양 보충하라며 영양제까지 넣어줬다!
이번엔 우리가 직접 발송한 재보급상자를 열었다.
엇, 웬 편지가 있는 게 아닌가?!
‘사방을 테이프로 다 막아 놨는데 어떻게 이게 들어 있지?’하며 살펴보니, 트레일 엔젤 인 도나가 쓴 편지였다. 그냥 응원하는 편지겠거니 하며 봉투를 열었는데, 웬 개 사진과 장문의 편지가20달러와 함께 들어 있었다.
들뜬 기분에 일단 인증 사진을 찍고 편지내용을 훑어보니, 그 개는 바로 재보급 상자를 물어뜯고 행동식을 훔쳐 먹은 범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종류의 행동식 몇 개를 넣어 주고, 미안한 마음에 돈까지 부쳐준 것이었다. 큰 손실은 없어 보였고, 유쾌함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재보급 5 : 아구아 듈세 마을(Agua Dulce, 722.1+1.6)
아구아 듈세 마을의 하이커 헤븐(Hiker’s Heaven)이라는 PCT 하이커 호스팅 장소를 운영하던 트레일 엔젤인 도나(Donna Saufley)가 2015년부터 더 이상 PCT 하이커들을 호스팅하지 않는다. 우체국이 없으며 하룻밤 머물 곳도 찾기 어려운 마을이다.
만약 기존 아구아 듈세 호스팅 장소로 발송했다면, 약 16km 전에 만날 수 있는 Acton KOA에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KOA는 일종의 캠핑장 체인) 히맨 또한 사전에 이 사실을 알지 못해 재보급에 대해 걱정했으나 다행히 KOA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간단히 식사만 하고 쉬어 가기를 권한다. 앞으로 많은 하이커들이 KOA에서 운행을 종료한 후 다음날 아구아 듈세에서 식사 및 휴식을 취하고 운행을 계속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 변동사항 : 아구아 듈세의 하이커 헤븐이 2016년부터 다시 PCT 하이커 호스팅을 시작한다. 따라서 트레일 근처의 KOA보다는 마을에 위치한 하이커 헤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아래 링크 참조, 수정 : 20160217)
1993년 6월 5일에완성된 PCT(미국국립공원관리국). U.S. ForestService National Park Service completed June 5, 1993. Canada to Mexico 2638Miles
PCT는 도보 외에 말과 함께 할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도보 트레일과 길이 같으나 말이 다닐 수 있는 트레일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운행 중 종종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은 왜 보이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이제서야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PCT DAY#30 20150515
어쩌면 PCT가 끝날 때까지도 내 본 모습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나는 정말 편하고 좋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편한 환경에서 본성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어쩌면 자기 본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더욱 극한 환경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지도 모르겠다.
RD0478(PCT 769.64km)에서 픽업 나온 한 트레일 엔젤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Casa de Luna'(Anderson's house)로 향했다.
랜드마크 : 카사 드 루나(Casa de Luna)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다음 재보급지인 하이커 타운(Hiker town)까지 가는 일부 구간이 폐쇄되어 있어 초반 일부 구간을 도로 운행으로 돌아가야 했다. 카사 드 루나에서 다시 RD0478까지 픽업서비스를 통해 PCT로 돌아온 후, 도로(Pine Canyon RD)를 따라 약 19km 운행하여 트레일에 진입했고, 다시 PCT까지 2km 더 운행해야 했다.
카사 드 루나에서 받은 'PCT Class of 2015' 반다나. 깔끔한 디자인의 지도와 대략적인 거리, 그리고 주요 포인트가 새겨져있다. 또한 하이커 투 트레일(Hiker to Trail)과 하이커 투 타운(Hiker to Town)이 쓰여져 있는데, 이는 히치하이킹을 할 때 보여주는 사인으로 꽤 쓸모가 있다.
운행을 약 6km 정도 남긴 지점, 이틀 전 첫 비박을 함께한 누텔라(Nutella) 커플이 반대 방향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보자마자 되게 반가웠는데,
‘왜 반대로 가는 거지?!’
알고 보니 도로운행을 하지 않고 하이커타운까지 차량이동을 해서, 걷지 못한 구간을 반대로 걷는 것이었다. 점프했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이어서 계속 올라가도 됐을 법한데, 그렇게 하지 않고 모든 PCT의 길을 걸으려 뒤로 돌아 간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 했을 거다.
이날은 하이커타운에서 운행을 종료했다. 상세하게 재보급계획을 짰던 첫 한달 치 중의 마지막 재보급을 이곳에서 받았다. 거의 오차없이 완벽하게 계획대로 재보급이 진행되어 기뻤다.
재보급 6 : 하이커 타운(Hiker town, 823.2+0.4)
하이커들을 위해 마을처럼 꾸며놓은 장소. 컨테이너로 된 침대를 갖춘 작은 방들이 있으며 하루에 20달러이다. 물론 무료로 야영이 가능한 넓은 마당도 있다. 차량 픽업을 통해 근처 스토어에서 음식 및 식량 구매가 가능하다. 한 가운데 위치한 건물에는 부엌과 화장실, 쇼파, 냉장고 등이 있으며, 전기, 샤워, 빨래, wifi등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공짜다.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구경해보는 것도 좋겠다.
(http://www.hikertown.com/)
윤은중(thermometer)님 로그북. '서시'에서 굳은 의지와 힘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김미선이 누굴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며칠 뒤 그 궁금증이 풀린다.) 윤은중님은 리틀 지미 캠핑장(Little Jimmy CG)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진 후로 계속해서 앞에서 걸으셨다.
랜드마크 : 테하차피 마을(Tehachapi)
중간에 우리는 테하차피 마을에서 점심만 먹고 다시 복귀하기로 했다. 햄버거가 정말 먹고 싶었다. 식당을 찾던 우리에게 한 아저씨가 다가왔고, 우리는 주변에 괜찮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 했다. 식당을 알려주더니 제안을 한다.
"괜찮으면 우리 집에서 머물러도 돼"
'트레일 매직(Trail Magic) 이다!'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를 집으로 초대한 브렌트 아저씨. 자신이 만든 텐트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뒤에 보이는 저 창고에서멋진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텐트를 제작할 정도로 하이킹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분이었다.
약 9km운행한 이후 1000km지점부터 완전한 사막지형(모래가 쌓인 트레일)이며, 오르막이 많다. 특히20km이후부터 약 10km구간은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된다. 또한 그늘이 없고 전체구간 물도 없으므로 주의할 것.
PCT DAY#39 20150524
1,000km!!
1m, 아니 그보다 더 작은 한 걸음으로 시작하여 이룬 결과, 아니 과정이다.
하고자 하는 의지, 단 1cm라도 움직이려는 실행력만 있으면 된다.
한국인 섹션하이커를 이자벨라 호수(Lake Isabella) 마을의 맥도날드에서 만났다. 힘겨운 히치하이킹 끝에 도착한 그곳에서 한국인 듯한 여자가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한국인인지 아닌 지 긴가민가 하다가 이곳에 사는 주민이겠거니 하며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희종이형과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깔끔한 차림이라 상상도 못했는데 PCT하이커란다. PCT하이커 답지 않게 너무 깔끔해서 다른 하이커들이 붙여 줬다는 트레일 네임은 스파클(Sparkle). 알고 보니 얼마 전 보았던 윤은중님이 파이팅을 외치던 로그북 속의 주인공이었다. 이미 우리의 목적지인 Lake Isabella Motel에서 머물고 있었던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재보급 7 : 오닉스(Onyx, 1043.7+28.2)
Onyx(1043.7+28.2) : 아주 작은 시골마을. 우체국 하나, 그게 Onyx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우체국 앞의 유일한 주유소 가게는 닫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 하다. 같은 방향으로 더 이동하면 Lake Isabella를 만날 수 있다. 우체국은 물론 대형마트와 식당, 도서관 등이 있는 마을이다.
재보급만 받은 후 트레일로 돌아갈 계획이 아니라면, Lake Isabella를 추천한다. 또한 Lake Isabella의 식당인 ‘Nelda’s diner’의 쉐이크는 꼭 먹어보길 바란다. 약 100가지의 쉐이크 메뉴판을 보면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Lake Isabella Motel은 하이커들에게 푸짐한 저녁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모든 음식을 준비하는데 첫 날은 피자, 다음날은 스테이크도 맛 볼 수 있었다!
1,000km 돌파 기념으로 처음 자비로 잡은 모텔(Lake Isabella Motel)에서 마음껏 즐겼다.
먹고 싶은 것들도 맘껏 먹고, 수영도 하고.
정말 잘 쉬고 다시 온 PCT(on PCT)!
우리는 며칠 뒤 캘리포니아 중부의 시작, 케네디메도우즈(Kennedy Meadows)에 도착한다. 박수와 환호와 함께 도착한 그곳에서 또 다른 새로운 환경의 PCT를 준비한다.
PCT DAY#35 20150520
자다깼는데… 새벽일 줄 알았는데 21시 20분 밖에 안됐다.
다시 잠이 안 온다. ‘배고파서 잠이 안오나?’
야식도 먹고, 고프로로 밤하늘의 별도 찍고 했는데도 잠이 안 온다. 그냥 다리 쭉 펴고 침낭을 덮은 채 앉아 있다.
밤하늘 가득한 별들을 올려다 본다.
문득 생각한다.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거지?’
나도 모른다. 이 길이 끝나는 날 아마도 알게 되지 않을까?
다시 누웠다. 밤하늘을 멍하니 쳐다본다.
엇, 짧게 별똥별이!!
■ PCT 하이커 되기
0.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0.1. PCT 용어 정리
0.2. PCT 지도 약어
당신이 궁금한 PCT : 일반
당신이 궁금한 PCT : 준비
2015 연간 PCT 하이커 설문
2016 연간 PCT 하이커 설문
1. PCT 행정
1.1. PCT 퍼밋(permit)
1.2. 미국 비자(VISA)
1.3. 캐나다 퍼밋
2. PCT 재보급
***2018 PCT 퍼밋 신청 공지
■ 히맨의 PCT
- 히맨의 PCT 한방에 보기
- 히맨의 PCT 운행기록_20151109_a
1. 캘리포니아 남부(Southern California)
- 캘리포니아 남부 재보급지&랜드마크
2. 캘리포니아 중부(Central California)
- 캘리포니아 중부 재보급지&랜드마크
3. 캘리포니아 북부(Northern California)
- 캘리포니아 북부 재보급지&랜드마크
4. 오리건(Oregon)
- 오리건 재보급지&랜드마크
5. 워싱턴(Washington)
- 워싱턴 재보급지&랜드마크
20160124
by 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