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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맨 Nov 22. 2016

다시, 일어난 시간을 적기 시작한다.

스스로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

아마도 2007년부터일거다.

다이어리를 보면 하루하루 언제 일어났는지 볼 수 있다.

그것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무의식적으로 나를 컨트롤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행동한 것,

그리고 행동할 것을 적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객관적 데이터를 적는 일은 내게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전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것.


운동을 하는 이에게 라이벌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그리고 홀로 운동하는 이에게 라이벌은 자기 자신이다.

그런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바로 기록이다.


거울 없이 나를 가꾸는 것은 아마도 거울 없이 화장하는 것과 같을까.

계속해서 스스로 되돌아보고 나아지려는 노력이 없다면,

지금의 나를 유지하는 일조차 버거워질지 모르겠다.

스스로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

그건 운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PCT에서 극한에 다다랐던 것은 비단 나의 체력만이 아니었다.

정신력 조차 바닥난 상태에서 나를 기록하는 과정 또한 극한이었다.

'내가 기록을 하지 않는 순간은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로 규정하고,

악착같이 기록했으니까.


히맨이 PCT를 끝낸 175일 차의 영상 다이어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의 감정을 기록하지 않았기에 나는 이렇게 추정해 본다.

기록을 하다 하다 질려버린 나를 풀어준 것일 수도,

허무함에 별 감정을 느끼지 못해 남길 것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정말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겠다.


귀국한 이후에 나는 기록에 더 관대해졌다.

너무 잠에만 취해있었던, 꿈만 꾸고 있었던 것 같다.

붕 떠 있는 환상이 아닌 내 실제 모습을 직시하고 변화해야 하겠다.

그래서 나는 다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 시간을 적기 시작한다.


20161121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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