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디로 가지?

히맨 이즈 인 제주_Day#5_20170429

by 히맨
‘오늘은 어디로 가지?’


맛난 말짜하우스의 토스트를 먹으면서도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디로 갈지 찾아보느라 정신이 없다. 어제 함께 치맥을 즐겼던 3명의 공대생들도 아직 계획이 없다고 하니 나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 올레길 7코스를 통해 중문으로 향할까 말까 하며 지도 앱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중 게스트하우스 주인 형님의 고근산이 뷰가 죽인다는 말을 들었다. 올레 7-1코스에 고근산이 있었다. ‘그래? 그럼 7코스 돌고 7-1코스이어서 돌고, 중문까지 가서 1100 고지 올라가면 되겠다.’

외돌개는 예전 그대로였고, 대장금 촬영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판도 그대로였다. 특히 얼굴을 내미는 기념 촬영 장소는 2012년 겨울 누나들과의 여행을 떠오르게 했다.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으며 폭소를 터뜨렸던 그때의 추억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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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은 언제나 나의 입수 본능을 자극했다. 텅텅 비었던 겨울과는 달리 스노클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나도 다음에 꼭 들어가 봐야지 다짐하며 발길을 돌려 계단으로 올라간다. 계단을 올라갈 때에도 촬영을 의식해서 인지 나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게 된다. 덕분에 알록달록한 옷을 빨리 알아볼 수 있었다. 말짜하우스에서 조식을 먹던 중에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셨던 쨍쨍님이었다.


“카메라를 안 가져왔는데, 좀 찍어줄래요?”


사진을 찍은 후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하라고 하는 쨍쨍님은 선녀탕에 홀린 사람처럼 계단을 내려간다. 그렇게 쿨 하게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 위아래로 갈 길 간다. ‘언젠가 또 만나겠지.’

7코스를 걸으며 마음에 드는 예쁜 카페가 두세 곳 정도 있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보니 이곳에 앉아 달달한 케이크에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잠시 머물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요새 그냥 아무런 주문 없이 혹은 아메리카노 하나에 7~8시간을 작업하던 것이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인가? 그렇진 않을 거다. 아마도 걸을 길이 많이 남아있기에 그랬을 거다. ‘좀 더 가다가 괜찮은 식당 나오면 거기서 점심이나 먹자.’

아... 왜 이리 딱 끌리는 식당이, 카페가 없는 건가? ‘조금 더 가보자, 조금만 더 가보자’하다가 어느새 나는 산속을 걷고 있다.

‘그냥 거기서 먹을 걸...’

결국은 오늘도 점심을 건너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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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의 해변 구간은 어디든 참 좋다. 그런데 그 외의 길이 매력적인 곳은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임도 혹은 도로의 연속이다. 한 임도 오르막을 한참 오른 후에야 길을 잘못 든 걸 알아채고 다시 내려가기도 한다. 역시 길을 안 잃으면 히맨이 아니지... 덕분에 고근산에 들어선 시간은 이미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들은 대로 정상까지는 정말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뷰는 내가 기대한 만큼의 ‘우와~’를 보여주지 못했다. 진짜 ‘우와~’를 보여준 곳은 7-1코스의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는 엉또 폭포였다. 엉또 폭포의 무인 산장 카페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무인 카페의 곳곳에서 주인장님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그 공간의 냉장고에서 감귤주스 하나를 꺼낸 후 요금함에 3천 원을 넣었다. 점심을 건너뛰고 ‘말랑카우와 청포도 사탕’으로 겨우겨우 에너지를 보충했던 내게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었다. 게다가 충전까지 가능하다니... 위에 위치한 데크에서 자고 싶을 정도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7-1코스는 끝내야 했기에 의자에 앉아 쉬면서 7-1코스가 끝나는 곳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그렇게 중문을 통해 1100 고지까지 이동하려던 나의 계획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길이의 올레길 두 코스 덕분에 변경됐다. ‘게하에서 편히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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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가 보이자마자 바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바로 옆 서귀포 이마트까지 이동해서야 공식적인 운행을 종료했다. 이마트에서 잠깐 장을 볼까 말까 하며 입구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결국에는 맥도날드로 향했다. ‘행동식 말고는 딱히 살 것도 없는데... 편의점에서 사지 뭐.’ 피자, 치킨, 파스타를 좋아하는 나는 다른데 보다도 맥도날드가 더 땡겼다. 아마 다른 친구들이 이런 나를 보면 ‘제주까지 가서 햄버거를 먹고 싶냐’며 잘 이해하진 못 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1955 버거 세트를 맛있게 잘만 먹었다. 평소엔 항상 남기는 콜라도 깔끔히 비웠다.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한 가온누리 게스트 하우스는 30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다. 인상 좋으신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의 안내로 자리를 잡고 드디어 제주도 5일 차 만에 빨래를 해결할 수 있었다. 4인실의 도미토리에는 배낭여행 온 것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뿐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건넨 인사에 별다른 반응이 없던 그의 침대에는 맥북이 펼쳐져 있었다. 노트북을 지고 다니는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에 말을 걸고 싶었지만 또 다른 느낌이 더 강해 그냥 포기했다.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하는 듯 한 느낌. 그렇게 한 방의 두 남자는 각자의 할 일을 한다. 나는 근처의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 왔다. 바통을 이어받듯 나간 그 또한 무언가를 사 왔다. 맥주를 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각자의 침대에서 각자의 맥주를 틀이키며 각자의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먼저 누웠다.

나도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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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맨 이즈 인 제주_Day#5_20170429

말짜하우스 to 서귀포 이마트

@가온누리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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