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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맨 Sep 15. 2017

어떤 길을 보여줄 것인가

다큐 순례 그리고 PCT

KBS의 다큐멘터리 순례를 보고 있다.

2017 KBS 대기획 UHD 다큐멘터리 "순례"
1편 안녕 나의 소녀시절이여
2편 신의 눈물
3편 집으로 가는 길
4편 4,300km, 한 걸음 나에게로

첫 두 편의 분위기와 구성은 확연히 달랐고,

3편은 다시 1편과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곧 다큐 순례의 마지막 4편 '4,300km, 한 걸음 나에게로'가 방영된다. 앞선 세 편을 봤을 때 이번 마지막 편은 순서상 영화 같은 연출보다는 약간은 투박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을 기회로 조금이나마 장거리 하이킹에 대한 인식이 커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PCT를 걸은 후부터 걸은 시간의 몇 배가 넘는 시간 동안 지금껏 정리 중인 나의 기록들이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도 숨기고 싶지 않다.




PCT를 걷고 돌아온 후 2016년 2월 제로그램에서 PCT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KBS 다큐멘터리 "순례" 팀의 피디님과 촬영감독님을 처음 뵀다. 이전에  같은 팀의 작가님으로부터 SNS를 통해 연락을 받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오셔 살짝 놀랍기도 했다. PCT에 대한 정보도 얻을 겸 함께 할 출연자도 찾기 위해 오신 것 같았다.


"다시 한번 가실 생각은 없으세요?"


"아니오."

다시 한번 가서 함께 걸을 생각이 없느냐는 피디님의 제안에 어떻게 답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당시 계속해서 통증을 안고 절뚝이던 내 발목을 내세워 거절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의 몸은 여전히 그 길 위에서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었다. - 문득 그 길 위에서 내 생각과 마음이 어떠했건 내 몸 정확히는 내 두 다리와 발은 그 길에 있는 모든 시간들이 지옥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또다시 나선 그 두 번째 길은 여전히 자유로울까?


나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 그 일에 무작정 하이커를 연결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간절한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상은 개입하지 않았다.


얼마 전 열렸던 시사회에 다녀왔었다. 거기에서 다시 피디님을 뵐 수 있었다. 시사가 끝난 후 아주 잠깐이지만 그 길에서의 촬영 이야기를 짧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캐나다 국경을 세 번이나 오갔다는 피디님의 말씀에서 엄청나게 고됐을 촬영 현장이 떠올랐다. 그동안 나는 기록을 정리하기도 했지만 다큐 촬영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촬영 보조 일을 하기도 했고 기록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영상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시선에서 영상을 보게 됐다. 연출이 없는 방송은 없다는 다른 한 피디님의 말씀도 이해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연출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하이커의 입장에서 분명 모두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2017 KBS대기획 UHD 다큐멘터리 "순례" 4편 예고


하지만 분명한 건 그것 또한 누군가의 또 다른 PCT라는 점이다.

과연 어떤 길이 그려질지 궁금하다.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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