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3_diving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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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귀찮다...
사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부터가 크나큰 난관이다. 예전에는 월수금 일주일 세 번이 적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 벌써 내일이면 또 일찍 일어나서 수영장 가야 하네~'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뭐 하지?'
매번 지상 훈련 후 하는 고민. 평소랑 똑같이 하던 걸 복습하는 수준으로 오늘 수업을 마치려고 했던 것 같다. 아직 코감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몸상태라... 그래도 1미터에서 회전 연습하는 건 크게 부담 없으니까...
"이거 다음엔 뭐 하면 돼요?"
'엇 오늘 몸이 생각보다 가볍다??'라는 생각이 들어 쌤한테 물어봤다. 3미터에서 앉아서 돌고 그다음엔 5미터에서 한 바퀴 반이란다. '헐... 오늘 할 수 있을까?' 나는 안 될 줄 알았다. 3미터에서 연습 좀 하다가 오늘 수업 끝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한 번 잘 꽂힌(입수가 잘 된) 내게 쌤이..."이제 5미터에서 한 바퀴 반!"이라고^^;; 어쩌면 난 그 말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는 아니 나 스스로는... 분명 또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했을 테니... 그래서 일단 올라갔다.^^;
'심장아 오늘따라 왜 이리 나대는 거니?'
5미터에서 간을 보고 있는 내게 "너 뭐하려고?" 물으시는 우리 반 에이스 형님께 "한 바퀴 반 하래요~"라고 했다. ㅎㅎㅎ 그랬더니 일단 슈트 입고 오라는 조언을 듣고는 다시 슈트와 함께 5미터...
생각보다 엄청난 긴장감은 아니었고 적당한 정도의 떨림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뛰자'라고 마음을 먹어서 그런 거 같다. 숨을 한 번 깊게 내뱉고... 점프!
& 풍덩...
생각보다 충격이 크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리고 '잘 들어갔다'는 격려에 '오오~' 했다 ^^;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연달아 폭풍 회전이 시작되었다. 마치 물놀이할 때 막 뛰어드는 느낌까지 받았다. 첫 번째는 발 뒤꿈치가 살짝, 그리고 두 번째는 발이 겹쳤는지 발 뒤꿈치가 발목을 쳐서 조금 아팠다. 세 번째는 조금 감을 잡은 것도 같았다.
그리고 수업 종료 1분 전 "마지막이요~"이라는 쌤의 구령(?)에 서둘러 5미터로 후다닥 플랫폼 끝에 올라섰다. 후......
점프!
물과 손바닥이 하이파이브를 했고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오오 괜찮은 거 같은데?!'하며 수면으로 향한다. 머리가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박수 소리가 들렸다. '크으~ 괜찮았구나!!'
총총걸음으로 영상을 확인하러 간다.
'이 정도면 성공인 것 같다!!'
내가 정말 회전을 한 거야?!
다이빙 수업을 마치는 '화이팅' 후 샤워를 하면서도 엄청난 기쁨보다는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방금 전 그 공중을 돌던 사람이 나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2~3개월 후에나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목표를 급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달성하게 된 나는 얼떨떨했다. 꿈에서나 상상하던 내 모습이었거든...
'으아~ 신기행~!'
한편으로는 나보다 큰 열정으로 매번 자극을 주시는 형님 누님들에 비해 나는 너무 운 좋게 진도를 나가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든다. 생각보다 겁이 많은 나의 용기를 북돋아 주고 위로 끌어올려주는 분들 덕분에 즐겁게 하나하나 해나갈 수 있었다. 막내인 내가 내가 오히려 화이팅을 드려야 하는 건데...(반성해야 한다 ㅎ)
이제부터는 두 번째 회전이 될 거다.
항상 처음에 플랫폼 끝에 섰을 때는 떨리는 반면에 뛰고 나면 운이 좋게도 쉽게 성공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가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항상 헤매고 만다. 배로 떨어지고 등으로 떨어진다. 아무것도 모르고 내던진 그때의 느낌을 잃고 대신 겁을 얻는다. 하면 할수록 감을 못 잡고 헤맨다. 점점 더 무서워진다. 이제 이 고비를 넘기 위해 부단히 몸을 내던져야 할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입수 후 물에 올라와 박수를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그 순간까지...
글쎄 이제 내가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다이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멋지게 '풍덩~'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그리고 적어도 '인생 다이빙 영상'을 건질 때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그림 같은 절벽에서 그림 같은 포즈로...
20180323_16:06@간만에 동네 할리스
첫 회전을 기념하기 위해 오랜만에 영상을 편집하며, 괜히 생각이 많아져서...
by 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