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제대로 뛰어보겠다는 생각으로 1월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것들이 헛되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또 감동했다. 그동안의 답답함이 뻥 뚫리는 순간이었다.
반환점이 많은 레이스는 다음 코스 예측이 가능한 점이 좋다. 무엇보다 서로 마주보며 화이팅을 외쳐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데 이번 대회가 딱 그랬다. 로드에 비해 주로에서의 응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트레일이기에 서로에게 외치는 화이팅은 매우 큰 힘을 준다. 헉헉대며 힘겹게 나아가다가도 마주치는 러너들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화이팅을 외쳐댔다. 그건 내게 외치는 화이팅이기도 했다.
- 항상 다음 CP에서 먹고 마실 생각만 하며 달렸는데 이번에는 정말 말 그대로 체크만 하는 느낌이었다. 몸이 그리 지치지 않아서였는지, 앞사람을 어서 따라잡고 싶었는지, 아니면 물을 받기 귀찮아서였는지...; 나도 모르게 휴식없이 레이스를 이어나갔다. 덕분에 처음으로 가민 GPS기록을 멈추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기록했다. 항상 배터리 절약을 위해 CP에서의 휴식시간 동안은 GPS를 멈춰놓곤 했는데 이번엔 랩타임만 찍으며 쉼없이 나아갔다. 결국 마지막 CP에서의 콜라 한 잔을 제외하곤 무휴식, 무보급으로 진행한 첫 레이스가 되었다. 아미노 젤 두 개를 제외하곤 급수도 하지 않았다. 출발 전에 챙긴 물 500ml가 완주 후에도 남아있게 될 줄은...
- 급 준비한 Naked running band는 성공적이었다. 필수 장비가 많지 않아 가볍게 가기 위해 선택한 러닝 벨트였는데, 러닝 조끼와 달리 등을 덮지 않아 매우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앞으로 40~50K 아래로는 벨트를 주로 쓰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