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arida Sep 26. 2016

너와 나의 연[애]결[혼] 고리

저, 결혼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헤아리.다_heari.da 입니다.

보통은 헤아라고 불러요.


저에게는 만난 지 1,018일, 연애한 지 1,010일 된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유유'라고 해요.

그냥 성이 유씨라서 유유라고 합니다.

부르고 보니 어감도 좋고 부르기도 편해서 늘 이렇게 불러요.


저희는 2013년 12월에 만났습니다.

연애를 포기하고 있던 저에게 ''하고 그가 나타났어요.

당시 제 나이는 서른둘, 유유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들이대서 교제를 시작했고요.

더 안타깝게도(!) 제가 프로포즈를 해서요.


저희, 결혼합니다.


사실 저는 평생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희 가족 모두 결혼은 선택이라며, 한 번도 결혼에 대해 가타부타 말씀하신 적이 없었고요.

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음, 이건 아무래도 불행에 더 가까운 것 같지만......

주변에 결혼을 한 친구는커녕, 연애를 하는 친구들도 거의 없어서 딱히 실감한 적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건 확실한 불행인데, 그동안 연애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결혼이 하고 싶어 졌어요.

다 유유 덕분입니다.

1,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한 번도 즐겁지 않은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하고 고생 시작이라지만, 왠지 유유와 함께라면 아주 재밌는 고생길을 걷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런데요.

고백할 게 있어요.


저......

그지예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지입니다.

저희 어머니 이여사님은 '그지 같은 X'이라고 종종 부르셨는데요.

제가 정중히 '어머니, 저는 이미테이션이 아닙니다. 저는 그지 같은, 이 아니라 정말 그지입니다'라고 말씀드린 후로 '그지 X'이라 부르세요.


회사를 다닐 때 벌었던 돈은 이미 탕진한 지 오래.

서른 넘어서는 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겠다고 다짐한 터라, 돈을 모으면 쓰고 돈을 모으면 또 썼어요.

결혼은 제 계획에 없던 일이라 결혼 자금 같은 건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게 통장 잔고 0원의 서른다섯을 맞이했습니다.

저, 좀 웃고 갈게요. 하하하. (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유유요?

유유는 저와 달리 우직하고 성실해요.

자기 앞가림도 잘 하고요.

고맙게도 자기 옷은 닳도록 입어도 제가 읽고 싶은 책, 먹고 싶은 건 아끼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스물아홉.

통장에 모인 돈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저축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서른다섯인 제가 0원인데 유유한테 뭘 바라면 저는 정말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제가 결혼하자고 했어요.

유유도 '기꺼이' 프러포즈를 받아줬지요.

그리고 저희는 딱 한 가지, 약속한 게 있어요.


부모님들께 아무 도움도 받지 않을 것.


물론 그러려면 생각할 게 더 많아지겠죠.

정말 많은 일들이 생길테고요.

제멋대로 살던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은 지혜와 용기가 필요해질 거예요.

그래도 해보려고요.


대한민국에서 최소한의 돈으로 결혼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또 마음먹기에 따라 아주 쉬울 수도...... 있겠죠?;;;

부디 미션 임파서블이 미션 클리어가 되어 무사히 결혼하기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하하하!!


결이 맞는 사람과 인연을 이어가는 것, 그게 바로 연애고 결혼이겠죠.

이건 유유와 저의 대책 없이 즐거운 연애와 결혼 이야기입니다.

이름하여,

너와 나의 연(애)결(혼)고리!


자, 그럼.

4월의 신부를 향하여, 고고!!



2016.09.11 극사실주의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9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매거진의 이전글 부디 우리,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