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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Apr 17. 2017

부디 우리,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되어

-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중에서

"사람은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난다.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무엇인가를 흉내내고 비슷해지려고 시도하는 순간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


-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중에서



하, 결혼식.

으하, 결혼식.

아으하, 결혼식.


네, 제 결혼식은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그렇게 끝났습니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꿈결처럼 찬란한 순간들이

가득 펼쳐질 거라 믿었었는데.


믿음은 항상

우리의 뒤통수를 팍,

내리칠 준비를 하고 있고


이거 안 하고 저거 안 하고

다 생략하고 줄이고 없앤 결혼식임에도

왜 이리 정신없이 바빴는지...


'빨리 끝나버려라, 끝나버려라' 만 외치다

겨우 당일을 맞이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그렇게 끝났네요.


그리고

이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라고 저와 신랑 둘이서만 생각하고 있는;;)


즐거운 신혼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이렇게 잘 돌아와 컴퓨터 앞에 선,

헤아입니다.


다행히 날도 좋고

사고도 없고 다툼도 없는

아, 이것은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헤헤.


함께 손을 꼬옥 잡고

이국의 거리를 걷다가

불쑥불쑥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왜 이리도 행복할까.
이 사람 곁에서, 왜 이리도 행복한 걸까.
무엇이 나를 이리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쇼윈도에 비친 제 모습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 사람을 만나

저는 비로소

진짜 제 자신을 찾게 되었어요.


다른 이들과 닮아지려 하지 않고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고

나를 바꾸려 하지 않게 되었어요.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발견하고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매일 저를 반짝반짝 빛내주는 이 고마운 사람을

저 역시 쉼 없이 따스하게 밝혀주며

잘,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우리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되어

그렇게 한없이 빛나는 삶이 되기를.


오늘도 담뿍,

담뿍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Rome, Italy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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