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중에서
하, 결혼식.
으하, 결혼식.
아으하, 결혼식.
네, 제 결혼식은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그렇게 끝났습니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꿈결처럼 찬란한 순간들이
가득 펼쳐질 거라 믿었었는데.
믿음은 항상
우리의 뒤통수를 팍,
내리칠 준비를 하고 있고
이거 안 하고 저거 안 하고
다 생략하고 줄이고 없앤 결혼식임에도
왜 이리 정신없이 바빴는지...
'빨리 끝나버려라, 끝나버려라' 만 외치다
겨우 당일을 맞이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그렇게 끝났네요.
그리고
이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라고 저와 신랑 둘이서만 생각하고 있는;;)
즐거운 신혼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이렇게 잘 돌아와 컴퓨터 앞에 선,
헤아입니다.
다행히 날도 좋고
사고도 없고 다툼도 없는
아, 이것은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헤헤.
함께 손을 꼬옥 잡고
이국의 거리를 걷다가
불쑥불쑥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왜 이리도 행복할까.
이 사람 곁에서, 왜 이리도 행복한 걸까.
무엇이 나를 이리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쇼윈도에 비친 제 모습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 사람을 만나
저는 비로소
진짜 제 자신을 찾게 되었어요.
다른 이들과 닮아지려 하지 않고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고
나를 바꾸려 하지 않게 되었어요.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발견하고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매일 저를 반짝반짝 빛내주는 이 고마운 사람을
저 역시 쉼 없이 따스하게 밝혀주며
잘,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우리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되어
그렇게 한없이 빛나는 삶이 되기를.
오늘도 담뿍,
담뿍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