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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Oct 05. 2016

6개월 남았습니다

준비된 건 아직 마음뿐......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 년 전부터도 준비하고 그런다는데요.

정신 차려보니 결혼까지 6개월 남았네요.

으악!!!


뭐, 사실 4월 며칠, 하고 날짜가 결정된 건 아닌데요.

제가 무조건 4월이라고 정해버렸어요.

탱크처럼 밀어붙였죠. 헤헷.


올해 초부터 결혼 얘기가 나왔었는데요.

아직 나이 때문인지 유유가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저도 현실감이 몹시 없는 편이긴 한데요.

가끔 저보다 더할 때가 있어요.


하겠다고 맘만 먹으면 한 달 안에도 하지, 까짓 결혼.


암, 그럼.

하겠다면 하루 안에는 못하겠니.

혼인신고서에 도장만 쾅 찍으면 되는 거.

그까이꺼 거 뭐가 어렵다고.


근데 그게 아니잖아!!!!!


아무리 저희가 양가 어르신들 도움을 안 받겠다고 해도요.

그 말이 어른들 말씀을 무시하겠다, 이건 아니잖아요.

후레자식도 아니고요.


제 얘기의 요지는 그거였거든요.


지금까지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저희 양가 도움 안 받고 시작하려 합니다.

그런데 아직 모은 돈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물이니 예단이니 이런 건 생략하고 싶습니다.

또, 결혼식에 저희를 잘 아는 분들만 모시고 소박하게 치르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는 양가 어른들 모시고 식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희 생각은 이러한데, 무례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양해해 주실 수 있을까요?


뭐, 이렇게 어른들께 말씀드려야 할 것 아닙니까.

어느 날 갑자기 통보해 버리면 괘씸하시지 않을까요?

아무리 저희 뜻이 좋아도요.

그걸 어른들 마음 상하시지 않게 잘 전하는 것도 결혼 준비의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우리 느긋한 유유.


뭘 벌써부터 미리 걱정이냐, 너는 걱정이 너무 많다.

간단하게 하자고 하지 않았냐.

그런데 너 얘기 들어보면 준비할 게 너무 많다.


와, 처음엔 진짜 콩, 하고 쥐어박고 싶었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주변에 형들한테 좀 물어보고 와라.

제대로 하겠다 들면 스드메니 뭐니 얼마나 정신없는 줄 아냐.

오죽 힘들면 웨딩 플래너가 대신 준비까지 해주겠냐.


이런 얘기가 올해 6월쯤 나왔어요.

그래서 결국 제가 그랬죠, 뭐.


알았어, 그럼 유유 말대로 7월에 하자.


흐흐.

당황하더군요.


아니, 그건 너무 빨ㄹㅏ......


맘만 먹으면 한 달 안에도 할 수 있다더니, 이노옴!!


그래서 제가 4월로 날짜를 쾅, 박아버렸죠.

이유는 단 하나!

이때가 여행 다니기 참 좋은 계절이거든요.

아, 이 단순한 여자 같으니;;;


그래서 4월 안에 하는 걸로 정하고요.

둘이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서로가 원하는 결혼식, 결혼 생활에 대해서요.

그리고 어느 정도 저희 의견이 정리가 됐을 때 집에 말씀드렸죠.


이전에도 양가에는 인사드린 적이 있어서요.

그리고 추석 전후해서 유유가 두 번 정도 저희 집에 왔고요.

그중 한 번은, 한강에서 족발에 막걸리 피크닉을......


저도 다음 주 주말에 다시 유유 부모님을 찾아 뵐 예정이에요.

지난번엔 샤브샤브 사주셨는데 이번엔 곱창을 사주십사 말씀드ㄹㅣ......;;;

근데 아버님께서 약주를 전혀 안 하셔서 고민이에요.

제가 평소처럼 술을 마시면, 장래 걱정이 더 커지시지 않을까 싶어서 자제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래도 곱창엔 소주 아닌가요? 쩝!


그리고 나면 양가 부모님들과 다 같이 뵙는 자리를 한 번 마련하려고요.

저희 이여사님은 벌써부터 뵐 면목이 없다고 하시 대요.


아니, 이렇게 미모의 딸을 두고 왜 그래?


라고 했다가 발바닥으로 따귀를 맞을 뻔했답니다.


참, 요즘은 집도 열심히 알아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결혼에서 가장 품이 드는 게 집인 것 같아요.

저희의 재정 상태와 욕망의 중간점을 찾는 건 참 어렵군요.

이 나라의 집값은 왜 이리도 비싼 겝니까!!!


어쨌든 서로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리스트를 작성해서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1순위에 맞는 집을 중심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분수에 맞지 않는 집은 욕심도 부리지 않으려고요.

과한 대출은 건강에 해로우니까요. 크흡!


대충 결정이나 준비가 필요한 것들은 제가 시간 나는 대로 목록으로 쓰고 있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 유유랑 만날 때마다 보여주고 상의하고 있어요.

근데 그 목록에 유유가 빨간펜으로 막 첨삭 지도 비스무리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빨간펜 선생님이야 뭐야~' 했거든요.

그랬더니 씨익, 웃으며 유유가 하는 말.


우린 참 잘 맞는 것 같아, 그치?


어우, 얄미워!!


어쨌든 지금 확실히 준비한 건 딱 하나!

결혼하겠다는 마음뿐이네요.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가족이 되는 것이다 보니 함부로 막 쓱쓱 나가지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처음에 마음먹은 것처럼 복잡하지 않고 소박하게, 저희답게 하려고요.

무엇보다 이 과정 하나하나를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해나가겠습니다.

그러면서 이 곳의 글도 더 풍성하게 써가려고요.


오늘도 못난 헤아의 푸념 섞인 다짐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모두 남은 하루도 담뿍, 행복하세요! 아자잣!!



2016.10.03 세상 즐거운 바보 녀석들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9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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