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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Oct 10. 2016

모두 아픈 청춘 따위, 되지 말아요

꼭 해야 하는 건 없어요

언제나 말씀드리듯

저는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에요.

많은 사람을 마음에 품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인간관계에 있어선 참 폐쇄적이고 집중 공략적(!)이죠.


그래서 저를 밖으로 불러낼 수 있는 사람,

그것도 당일 아침에

만나자

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어머니 이여사님, 유유, 왕단짝 강여사 외에 손을 꼽을 정도죠.


그 손에 꼽을만한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 컵케이크를 만들어요.

그래서 지난주에는 그 친구의 가게로 아침부터 콜을 받아 달려갔지요.

친구도 설마 제가 진짜 올 거라고 생각 못했대요.

아, 이 게으른 헤아!!!


곰손인 저와 달리 금손인 친구가 함박 스테이크를 해준다고 하길래요.

달달구리한 와인 한 병을 마트에서 사가지고 가지 않았겠어요.

점심 먹으러 가면서 알코올 들고 전력 질주!!

네, 저 그런 여자예요.


사실 친구가 올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저랑도 몇 번 만났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예쁜 커플이에요.

유유랑 넷이서 커플로 만난 적도 있거든요.

그 친구랑 둘이 손 붙잡고 울면서 우리가 이런 것도 한다고 눈물을 막...... ㅋㅋ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친구가 결혼한대요!!!

맙소사, 저보다 더더더 결혼 생각이 없던 친구거든요.


친구 중에 가장 결혼 생각 없다던 둘인데요.

저희가 먼저 가네요.

그러니까 함부로 '절대' '꼭' '반드시' 이런 말은 하면 안 된다니까요.

우주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우리를 이끄니까요.


마침 친구 남자 친구도 일이 일찍 끝나서 모임에 합류해서요.

친구가 해준 함박스테이크며 해시브라운, 카레, 라면에 과자까지 배불리 먹었어요.

그리고 함께 신나게 얘기하며 가볍게 와인도 조금, 소주도 조금, 맥주도 조금......

하면 조금이 아닌가요???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들도 양가 부모님 도움 안 받고 결혼할 거라고요.

이쪽은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서, 그간 모은 돈을 부모님께 드릴 거래요.

그리고 자기들은 하나부터 다시 시작한다고요. 대박!!!


그런데 이런 말을 하대요.


우리도 적은 돈으로 결혼할 건데, 그런 정보가 거의 없더라. 그러니까 먼저 하는 네 역할이 중요해. 너 보고 도움 좀 받자.


사실 저보다 훨씬 야무지고 지혜로운 친구라 제가 별 도움이 안 될 거예요.

하지만 저도 공감하는 게 있어요.

적은 돈으로 결혼하는 것에 대한 정보가 정말 부족하다는 거요.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다 따져봐야 하더라고요.


하다못해 스몰 웨딩에 대한 책이라도 볼라치면요.

없는 거예요.

그나마 있거나, 혹은 인터넷에서 겨우 찾아도요.

제 입장에서는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너흰 돈이 정말 없잖아.


네, 맞아요.

정말 없다고요.

무. 일. 푼. 헤헷!




그래서 생각을 해봤거든요.


정보가 많다는 건 인기가 있다는 거죠.

인기가 있다는 건 수요가 많다는 거고요.

고로 정보를 많이 얻으려면 수요가 많아야 한다!

즉, 스몰 웨딩을 많이 치러야한다는 뜻이 되는 거죠.


하지만 이때의 스몰 웨딩은 규모뿐만 아니라 가격도 스몰이어야 해요.

그렇지만 현재의 스몰 웨딩은 가격만은 스몰이 아니죠.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생겼어요.


어째서 스몰 웨딩이 기존 웨딩보다 돈이 더 드는 럭셔리 웨딩이 되었을까?


그러다 슬퍼졌어요.

우린 너무 보여주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 싶어서요.

아니, 말이 틀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보여주기를 강요받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걸지도요.


무엇을 배우는가 보다는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

어떤 가정인가 보다는 어떤 집에 살고 있는가.

어떤 의미를 주는 일인가 보다는 얼마를 주는 일인가.

미래를 행복하게 해줄 상대인가 보다는 풍족하게 해줄 상대인가.


세상은 우리에게 자꾸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저 시험지에 답을 하려고 하다 보니 힘든 거구나.


요즘 결혼에 드는 돈이 너무 비싸서 결혼을 포기한다는 사람도 많잖아요.

수도권 내에 있는 몇 평 이상의 집, 그것도 아파트인지 빌라인지 전세인지 자가인지.

예단은 얼마 이상은 해야 하고, 예물은 얼마 이상은 받아야 하고.

웨딩드레스는 어디껄 입어야 하고, 웨딩 사진에 액자는 크리스털이어야 하고......


맞아요.

이런 거 생각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죠.


하지만 결혼의 핵심은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거잖아요.

함께 할 집에 돈을 투자하고 결혼식이나 예물, 예단 같은 데는 돈을 좀 덜 써도 되고요.

그것도 아니면 다 생략해버려도 되는 건데.

세상에 꼭 해야 하는 것 따위, 그리 많지 않은데.


그런데 그게 아니래요.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그건 꼭 해야 하는 것, 이라고 소리쳐요.

결혼을 하려면 이걸 넘어야 해, 하고 길 앞에 장애물을 세우는 거예요.

너도나도 그걸 꼭 넘으려 하다 보니 식장도 비싸지고 사진도 비싸지고 다 비싸져요.

어차피 할 사람은 할 거니까.


그래 놓고 이렇게 한 마디 던지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결혼하려고 가랑이가 찢어지는 아픔이 청춘이라고.

결혼을 포기하고 피눈물 흘리는 아픔이 청춘이라고.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까 굉장히 반사회적인......

반항적이고 거친......

한탄하는......


그보다 주제넘게 이렇다 저렇다 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항상 글이 두서없는데요.

그냥,

저 같은 사람도 있다고요.


글 쓰는 백수인 저도 매일을 살고요.

못난 저도 연애를 하고요.

돈 없는 저도 결혼을 해요.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매일 잘, 살아요.


그러니

성실하게 매일 자신의 일을 하는

저보다 더 지혜롭고 매력 있고 젊거나 혹은 연륜 있는

그런 여러분은


저보다 더 잘,

살 거예요.

정말요.




지난 주말에는 부동산을 돌며 집을 봤어요.

이번 주에는 은행들을 다니며 대출을 알아보려고요.

평생 부동산이니 대출이니 이런 건 모르고 살 줄 알았는데요.

우습지만 이제 진짜 어른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사실은요.

오늘 쓰려던 글이 원래 은행 대출과 전세 얻기였거든요.

제가 그렇죠, 뭐.

성토 대회를 열다 삼천포로 빠졌......


이왕 다음으로 미뤄진 거,

더 많이 알아보고 잘 정리(!)해서 올릴게요.

아, 거짓말이 되지 않기를.

솔직히 장담은 못 하겠네요, 딴 걸 쓸수도 있고.


이왕 뒤죽박죽 넋두리가 된 거, 한 마디만 더 할게요.


누구나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덜 힘들대요.

혹시 아프고 힘들다면

저, 여기 있어요.

우리,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한 사람이 되어

아픈 청춘은 되지 말아요.


아, 갑자기 불어닥친 추운 가을바람에 감기도 걸리면 안 돼요.

아자잣!!!

언제나 언제나, 담뿍 행복하세요!!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9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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