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링딩동링딩동링디기딩딩링딩동
유유랑 저는요.
만난 지 보름이 채 안돼서 커플링을 했어요.
유유는 좀 느긋하고 뭐든 지내보고 하는 편이라서요.
원래 성격대로라면 이게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만난 지 두 달쯤 됐을 때 제가 제 얼굴로 카톡 프로필 하라고 농담으로 말했는데요.
반년은 만나보고 생각하자
하고 진지하게 답해서 저를 엉엉 울렸다니까요.
후아-!!!
그런데 커플링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맞췄느냐!
사실 사귀자마자 바로 유유 생일이었어요.
제가 또 연애 초반이고 하니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들여 선물을 했지 않겠습니까.
엄청난 곰손인데 친구 도움받아 컵케이크까지 구웠답니다.
근데 유유가, 제가 자기 생일을 기억하고 케이크에 선물까지 준비한 거에 완전 감동한 거예요.
저 생긴 게 엄청 둔하게 생겨서 기대도 안 했대요.
어, 저...... 이거, 칭찬인가요......?
드듭흐르, 유유늠으......
여하튼 그때 홍대에서 만났는데요.
기분이 너무 좋아진 유유가 그 흥에 못 이겨
커플링 하자!
고 한 거죠.
저야 뭐, 얼쑤~ 좋다꾸나~ 했고요.
그래서 홍대 놀이터 옆에 이니셜 반지 파는 매대에서 덜컥 반지를 맞췄죠.
근데 이니셜 반지니까 이니셜을 써야잖아요.
아저씨가 종이를 내밀며 적어달라 하시더라고요.
유유가 물었어요.
뭘로 하지?
제가 대답했죠.
TH(유유 이름)랑 SJ(헤아 이름)로 하고, 그 사이에......
유유:
그 사이에......???
헤아:
하트(♡)? 흐흐흐흐흐흐흐크크크크흐흐흐흡
유유와 아저씨가 앞에서 엄청 당황하셨거든요.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 괜히 실성한 여자처럼 부끄러워하던 저는 곧 다시,
아니다 아니다, 앤드(&)로 하자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유유는 이 날을 두고두고 사골처럼 우려 먹는대요.
혼자 부끄러워하고, 혼자 유유 팔도 치고, 진짜 쫌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 같았다고......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가시죠?
여하튼 그렇게 첫 커플링이 완성됐어요.
짜잔~!!
사실 이게 제 인생 첫 커플링이거든요.
그니까 서른둘에.......
음, 이때는 해가 넘어갔으니까 서른셋에 첫 커플링이요.
그러니 얼마나 귀하겠어요.
한동안은 볼 때마다 입이 귀에 걸리게 웃었어요.
저희 이여사님은 그 모습을 보실 때마다
33년 만에 처음 그거 끼고 좋냐?
고 비웃으셨지만요.
저는 엄청 좋았어요.
뭐, 유유는 처음이 아니래요.
얼마 전에 제 유도 심문에 걸려서 자백(!)을 했는데요.
고등학교 때 여자 친구랑 한 커플링, 나중에 팔았......
이 유유 놈을 진짜!!
뭐,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하는 거고요.
친구들 중에서 저한테 서슴없이 이런 말을 하는 친구도 있더라고요.
이왕 하는 거 좀 좋은 걸로 하지 그랬어.
아유, 꼭 지들 이빨에 낀 고춧가루처럼 말하죠? 퉷퉷.
근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딨지?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을 담아 나눠 끼는 반지잖아요.
그게 금이면 어떻고 은이면 어떻고 돌이면 어때요.
서로의 사랑이 담겨 있으면 최고 아닌가요?
쩝,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연례행사가 돼버려가지고요.
매년 저희가 사귀기 시작한 날과 유유 생일 즈음이 다가오면 이 반지를 새로 하는 거예요.
그니까 이니셜 반지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그때그때 흥에 겨워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즉흥적인 유유와 헤아랍니다. 커커커.
그래서 두 번째 해에는 Tae Hee ♡ Hea.Jin으로 했습니다.
네, 이번에는 드디어 하트가!!! ♡♡♡
하트 공포증을 극복하고 부끄러움 따위 사라진 2년 차 커플이 된 거죠.
그리고 대망의 올해!!
3년 차에는요.
한글로 해보자
라고 제가 제안했거든요.
유유는 불안에 떨었지만, 아저씨가 걱정 말라며 자신을 보여주셨습니다.
한글은 시간도 곱절이나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그래서
.
.
.
.
.
.
결과는!!!
반지 세 개 중에 제가 유일하게 글씨를 안으로 돌려놓고 있ㅇㅓㅇㅛ......
여하튼 그래서 커플링이 세 개인 유유와 헤아입니다.
제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스무 살부터 하고 다니는 엄마의 반지가 반짝이고 있지요.
이 반지가 남자 친구가 준 거라 오해받는 일이 더 많지만요.
이여사의 사랑이 담긴 수호 반지예요. 헤헤.
사실 저 액세서리 거의 안 하거든요.
귀도 안 뚫었어요.
목걸이도 안 하고 팔찌나 시계도 안 해요.
근데 나이 들어 반지 복이 터졌네요.
농담처럼 10년 뒤엔 우리 논개 님이 되는 거냐며 손을 보고 웃기도 하는데요.
저는 나름 저희 다운 선택이라 좋아요.
그런데 또 그 몇 친구들이 가끔 소금을 뿌릴 때가 있어요.
왜 그런 짓을 하냐? 돈 좀 쓰라고 해.
사실 친구라 해도 친구가 아닌 거죠.
살면서 얼마나 보겠나 싶어 무시하죠.
그냥 웃으며 넘기려고 하긴 하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긴 해요.
첫 번째, 그런 짓이라니! 이 짓이 어때서! 우리가 좋다는데!
두 번째, 그걸 왜 유유가 써야 해, 둘이 나눠 끼는 건데.
(물론 이거 유유가 내긴 했지만)
저흰 돈 아끼려고 그런 게 아닌데 말이에요.
처음엔 장난 반이었고요.
다음부턴 그냥 저희끼리 연초의 이벤트같이 된 것뿐인데.
이런 말을 들으면, 마치 유유가 부족한 사람처럼 생각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사실 전 이대로 결혼반지를 한다 해도 상관없거든요.
결혼반지라고 뭐가 다른가요?
다이아몬드를 한들, 서로 안 맞으면 헤어지는 거고요.
길가에 핀 들꽃을 엮어 한들, 서로 행복하면 된 거잖아요.
칫!
아직 결혼반지를 이걸로 그냥 할지, 새 이니셜 링으로 할지, 금가락지로 할지 몰라요.
그래도 고가의 반지를 할 생각은 없어요.
매일 끼고 살기가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요.
잃어버리면 어쩌나, 흠 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요.
글 쓰는데 타자 칠 때도 너무 무거워서 힘들 것 같고요.
너무 나갔죠?
어쨌든 결혼반지가 이거다, 하고 정해지면 더 이상 반지가 늘어날 일은 없을 것 같아서요.
논개 님은 되기 힘들 것 같아요. ㅎ
그래도 이 반지들은 두고두고 유유와 저 사이에 즐거운 추억이 될 거예요.
아직은 고민할 게 많아서 결혼반지는 한참 뒤 일이 되겠지만요.
딱 정해지면 여기에 또 남길게요.
아, 맞다.
이거요.
호신용으로도 좋아요.
나쁜 사람 만나면 손가락 마디에 끼우고 파바박!!!
가을바람이 벌써 차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유유랑 헤아는 주말에 또 보금자리를 찾아 곳곳을 헤맬 예정입니다.
눈 크게 뜨고 보물찾기 해볼게요, 아자잣!!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