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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Jan 04. 2017

아, 우리 신혼이네

feat. 슈크림 붕어빵

유유와 한 집에서 벌써 두 해를 살았네요.

라고 해도 2016년 끄트머리에서 2017년으로 이동.

오늘로 고작 열하루 언저리를 지나고 있어요. 헤헷.


산지 하루 만에도 실망하고 마음 상하는 일들이 생긴다고는 하는데요.

저희는 아직 다행히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유유는 한 지붕 아래서도 좋은 남자더라고요.

뭐, 아직까지는! 이지만요.


물론 첫날 저녁에 배고프다며 고기를 구워내라고 보채긴 했어요.

이제와 말이지만, 그날 어찌나 식겁했는지 몰라요.

와, 정말 밤 10시에 '고기, 고기이이이!!' 

이렇게 외치며 저한테 달려오는데요.

정말 진격의 거인인 줄 알았어요.

사실 체형이 많이 닮았어요, 진격의 거인 하고. (비밀입니다, 소곤소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고기만큼은 꼭꼭 냉장고에 가득 채워두고 있어요.


제가 알콩달콩한 걸 좋아하게 생기긴 했는데요.

실제로는 그런데 재주가 전혀, 완전히 없는 편이라서요.

꾸미는 것도 잘 못하고, 이벤트 같은 것도 못하고요.

유유도 워낙 무던하고 덤덤한 성격인 데다 그런 쪽으로는 워낙 무뎌요.

그래서 딱히 신혼의 재미 같은 건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냥저냥 평온한 날들이겠거니, 싶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요.

아, 우리 신혼이네!

이런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출발했다고 연락이 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 유유가 도착을 안 하더라고요.

걱정돼서 전화했더니 거의 다 왔다는 말만 해서 차가 막히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벨을 눌러서 문을 열자마자 품에서 봉지 하나를 내밀더라고요.

붕어빵이었어요.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슈크림 붕어빵. 히히.


요새 의외로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동네를 좀 헤맸나 보더라고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붕어빵 봉지를 받아 드는데, 엄청 행복했어요.

웃음이 막 나더라고요.


원래 저녁 늦게 뭘 먹지 않는데, 세 마리나 먹어버렸어요.

옆에서 뉴스 보는 유유에게 얼굴을 향한 채로, 비실비실 웃으면서요.

유유 시선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당황한 턱의 경직이 느껴졌어요.

역시 귀여운 유유. (팔불출입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남은 세 마리도 남김없이, 다음 날 아침에 맛나게 먹었어요.


3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사람이어서 좋아요, 유유는.

커다란 이벤트도 좋겠지만요.

유유가 제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어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어요.

유유와 저의 날들.

달달한 붕어빵을 가슴에 꼬옥 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와 그 붕어빵을 맛있게 먹으며 감사할 수 있는 여자로.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내고 싶은, 소망.


참 소소하고 행복한 날들입니다. :)







2017년 1월 2일의 슈크림 붕어빵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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