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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Sep 14. 2017

매일 밤, 전쟁 중

어느 과자 이야기

 지난밤 이야기.




유유: 그거 어딨어, 그거!!

헤아: 그게 뭔데? 뭐여?

유유: 밥 먹고 허전하다 싶었는데 그걸 안 먹었네!! 빨리 내놔, 빨리~!

헤아: 난 모르겠는데? 뭐지이~???

유유: 아, 진짜 장난치지 말고! 혼자 숨겨놓고 먹을라 그러지?

헤아: 아이, 진짜! 밤에 그런 거 먹으면 안 된다니까!

유유: 쬐금만!! 같이 조금만 먹자, 응? 응?

헤아: 못살아, 정말! 그럼 진짜 조금만이다. 밖에 베란다 찬장에 하나 남았어.

유유: 야호!!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유유는 오지 않더군요. 대신, 베란다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요...


쩝쩝, 와사삭, 오그작, 와그작, 냠냠, 흐흐흐


 요상한 느낌이 팍, 오더이다.

 하여, 안방과 베란다를 가르는 창의 블라인드를 촥, 걷어올렸지요. 그러자 빙구 웃음을 지으며 서서 과자를 한주먹 들어 입에 넣는 유유를 발견!! 맙소사...;;;


헤아: 야, 이놈아!! 이 치사한 놈아!! 같이 먹기로 하고 이러기 있냐, 없냐?

유유: 메롱, 메롱~ 내가 다 먹어야쥐~~~

헤아: 내놔, 내놔! 나도 주라, 줘!!

유유: 알았어, 알았어. 여기~


 참고로 이 과자는 네 겹으로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네 겹 온전한 과자는 자기가 먹고요. 그렇게 세 번 과자를 유유 입으로 옮긴 후에 저한테 기껏 준 게 한 겹 부스러기였어요.


헤아: 자기 양아치야?

유유: 뭐가?

헤아: 왜 유유는 크고 멀쩡한 걸로 세 번이나 먹고 나는 이걸 주냐?

유유: 자기 이렇게 계산적이었어? 부부끼리 너무하네~

헤아: 누가 너무한데? 이 돼지 유유놈아!!




 

 유유 그거 알아? 나 아까 마트가서 이거 싹쓸이 해왔잖어. 그것도 대용량으로! ㅋㅋ 구석구석 숨겨놨으니까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못 찾을걸? 에헴~ 오늘은 어디 마사지를 받아볼까? 성실히 하라고! 30분 이상은 해줘야 알려줄거야아!! ㅎㅎ

 근데 유유! 아까 나 혼자 조금 먹었는데, 이상하게 어제처럼 엄청 맛있지는 않네. 분명 똑같은 과자인데 이상하지? 그래서 말야, 내가 이유를 좀 생각해봤거든. 근데 아마도 말이지, 이따 유유가 와서 투닥거리며 함께 먹으면 요거요거 또 엄청 맛나질 것 같거든? 왜냐면, 자기랑 함께면 뭐든 맛이 몇 배로 좋아지니까.

.

.

.

그니까 빨리 와. 와서 나랑 놀자아. 진짜 내가 다 먹어버리기 전에. 그래서 빈 봉지만 현관 앞에 카펫처럼 깔아놓기 전에!! :)


유유랑 제가 제돈주고 사먹는 과자입니다. 이름이랑 포장은 촌스러운데 맛은 전혀 촌스럽지 않아요.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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