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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Oct 07. 2017

사랑의 햄버거를 먹으며

빌어먹을 사랑의 서약 같으니!

오늘 새벽 2시 20분.


(초인종이 띵똥 띵똥)

유유: 여어보오~~~~

헤아: 누구얏!!!

유유: 나요나요~ 여보의 여보요~

헤아: 나는 여보가 없다, 이놈!

유유: (문을 두드리며) 여보 여보~ 나 왔어요~ 열어주세요~

헤아: (문을 열며) 대체 지금이 몇 시여?? 엉???

유유: 어어줴엣봐암웨에~ 우뤼이아퐈가아~♬ 다줘엉하쉬인 모호슙으뤄허~♪ 짜잔!! 내가 뭐 사왔게요오~???

헤아: (유유 입을 틀어막으며) 쯔즌그튼 스르 흐즈므르. 조용흐르그. 스름들 끈드그. 즌쯔 그믄은든드.



 결혼식 날, 사랑의 서약 때 유유는 내게 세 가지 약속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거다.


혼자서만 맛난 걸 먹지 않고, 맛있는 걸 먹을 때면 항상 아내를 떠올리며 콩 한쪽이라도 꼭 함께 나눠 먹겠습니다.


 그래서 유유는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온 날이면 잊지 않고 무언가 먹을거리를 사 와서 내게 꼭 건넨다. 그리고 음... 오늘도 새벽 2시 반까지 술을 거하게 마시고 헤롱헤롱 취한 상태로 햄버거를 하나도 둘도 아닌, 무려 세 개나 사 왔다. 우와, 신난다. 아이, 좋아라. 하하하.

가만있자, 나는 사랑의 서약 때 뭘 했더라? 아, 맞다. 기억난다.


세상 모든 남자는 지구를 공유하는 생명체일 뿐, 당신만을 유일하고 진정한 남자로 여기며 살아가겠습니다.


 친구들이 왜 그런 약속을 했냐고 욕을 욕을 했는데. 아유, 이 모자란 기지배. 나 진짜 왜 그랬을까? 오랜만에 혼자 새벽까지 TV 앞에 앉아있자니 '사랑의 온도'에서 김재욱이랑 양세종도 나오고, '응답하라 1994' 재방하는데 정우도 나오고. 맙소사, TV만 틀어도 이렇게 멋진 남자가 차고 넘치는 세상인데 말이야. 내가 내 발등을 찍었네, 아이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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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 꿀물 맛있어? 속이 쓰리다고? 거기 숙취 음료도 쭉 들이켜야지. 써? 써도 마셔야 속이 덜 쓰려. 나 밥 먹어야 하지 않냐고? 괜찮아. 저기 햄버거 있잖아. 옘병 빌어먹을 햄버거나 먹지, 뭐. 어? 아냐 아냐. 내가 무슨 욕을 해. 술이 덜 깼네, 우리 자기. 졸리다고? 더 자, 괜찮아. 옳지, 눕자. 그래그래, 푹 자. 창이 너무 밝아? 커튼 가려줄게. 더워? 선풍기 틀어줄까? 그래도 이불은 덮어야지. 배에 바람 들면 배탈나. 건강해야지. 건강하게 이따가 일어나서 좀 맞아야지. 너 덜 맞아서 그래. 부인님이 덕분에 잠도 못 자고 어제 나 저혈압이었는데 고혈압 찍었잖아. 자기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모양인데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알아? 하지만 오늘은 우리 집이 제일 험할 거야. 지옥을 맛보게 해주마. 괜찮아. 누나가 오늘 정신 확 들게 해줄게. 일단 지금은 쉬어. 조금 이따가 보자. 느는 주그쓰, 이 유유느므 즈슥으......



흠브그그 츰으르 믓느드... 유유느므...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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