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미솔로지 Ep.24] 헤르메스, 경계에 서는 신의 전령
/ “경계에 선 자는 언제나 의심받는다. 그러나 바로 그가, 새로운 길을 연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에 선다.
조직과 개인 사이, 혁신과 안전 사이, 관례와 변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살아간다.
그때마다 묻게 된다.
이 경계를 넘을 것인가, 아니면 지킬 것인가?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는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답했던 신이다.
그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경계를 넘었다.
형 아폴론의 소를 훔쳤고, 아폴론을 설득해 악기를 거래했다.
신들의 명령을 전하는 전령이자, 신과 인간,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절이기도 했다.
헤르메스는 질서를 어기지 않고서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는 선을 넘되, 그것을 파괴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을 넘으며, 새로운 질서를 잇는 역할을 했다.
/ 신화 속 에피소드 한 조각
헤르메스는 제우스와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포대기에서 벗어나 외출을 감행했고, 형 아폴론의 소 떼를 훔쳐 가축의 발걸음을 거꾸로 뒤집어 흔적을 감췄다.
이 대담한 행동은 아폴론의 분노를 샀지만, 헤르메스는 자신이 만든 악기 리라로 그를 달랬다.
결국 이 리라는 아폴론에게 주어지고, 대신 아폴론은 황금 지팡이인 카두케우스를 건넸다.
이 사건 이후,
제우스는 헤르메스의 기지를 높이 평가해 신들의 전령이자 경계의 수호자, 죽은 자의 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임명한다.
그는 신과 인간, 산 자와 죽은 자, 하늘과 땅, 말과 행동 사이의 모든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 헤르메스 리더십의 정의 - 4가지 유형
헤르메스형 리더는 늘 ‘경계’에 선다.
조직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고, 다소 무질서하거나 낯선 가능성을 체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전통과 변화 사이를 잇는 전달자(커뮤니케이터)이자, 다자 간의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조율자(네고시에이터),
때로는 비효율과 고정관념을 돌파하는 기획자(인베이터)이기도 하다.
1. 해석자형 리더십 (Hermeneutic Leader)
헤르메스의 이름은 해석학(hermeneutics)의 어원이기도 하다.
리더는 말을 단순히 ‘전달’하지 않고, 의미를 ‘해석’해 소통한다. 다문화, 다세대, 다조직 시대에서 ‘해석자형 리더’는 진정한 다리 역할을 한다.
상대의 언어를 해석하고, 조직의 전략을 직원의 언어로 번역한다.
2. 경계관리형 리더십 (Boundary Keeper)
헤르메스는 도시의 출입구마다 세운 ‘헤르마’(herma)라는 경계석의 기원이다.
이 리더는 조직의 안팎을 구분하면서도, 그 경계를 단절이 아닌 통로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시대, 사일로(silo)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협업을 이끌어가는 실무형 리더가 여기에 해당한다.
3. 혼란 관리자형 리더십 (Chaos Navigator)
헤르메스는 장난꾸러기이지만, 그 장난은 항상 ‘새로운 질서’를 향한다.
이 유형의 리더는 계획된 혼란 속에서 기회를 만든다. 다소 예측불허의 선택을 하더라도, 큰 그림 안에서 창조적 파괴를 설계한다.
위기의 조직을 전환시키거나, 정체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4. 심리적 전령형 리더십 (Emotional Courier)
헤르메스는 단지 정보만 옮긴 것이 아니라, 감정과 정서까지 전달한 신이었다.
조직 구성원들의 감정을 세심히 읽고, 그 정서를 리더십의 자산으로 전환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을 다독이고, 신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탁월한 역할을 한다.
/ 경계의 기술이 필요한 시대
오늘날 우리는 단일 정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이브리드 워커’, ‘디지털 노마드’, ‘다중 직업자’, ‘감정노동자’ 등 우리는 다양한 정체성과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일한 권위나 일관된 전략이 아니다.
그보다는 유연하게 선을 넘고, 동시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경계형 리더십’이다.
헤르메스는 ‘어정쩡한 중간자’가 아니라, 중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창조성을 실현한 신이다.
그의 리더십은 경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선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하나의 통로로 전환시킨 기술이었다.
/ 헤르메스라는 이름이 유래하는 것
헤르메스(Hermes)는 고대 그리스어로 ‘전달하다’ ‘해석하다’는 의미의 동사 hermeneuo에서 유래했다.
그의 이름에서 나온 ‘해석학(hermeneutics)’은 단순한 해석을 넘어, 인간 사이의 이해와 소통의 기술을 뜻한다.
그는 말의 의미를 왜곡 없이 전달하고, 의도와 메시지를 다리처럼 연결하는 자였다.
또한, 길가에 세워진 ‘헤르마’(herma)는 경계를 표시하고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이자, 헤르메스의 이름을 딴 상징이었다.
이것은 그가 단지 빠르게 움직이는 자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경계를 안전하게 넘나드는 기술자였음을 보여준다.
/ Tristan의 코멘트
헤르메스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늘 움직이고, 중간에 서고, 연결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장 닮아야 할 리더는 아폴론이나 제우스가 아니라, 바로 이 경계 위의 중개자일지 모른다.
권위를 내려놓고, 의미를 다시 묻고, 유연하게 연결하는 리더.
그것이 바로 헤르메스의 리더십이다.”
/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경계’ 위에 서 있는가?
경계에서 단절을 느끼는가, 아니면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보는가?
당신 안의 ‘헤르메스적 감각’은 지금 깨어 있는가?
이 글은 Tristan의 연재 시리즈 「헤드 미솔로지」의 스물네 번째 이야기이다. 신화 속 인물을 통해 오늘의 나를 성찰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그려본다.
/ 다음 이야기 예고
「헤라-품위의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