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 갓생러

두 번째 이야기

by 해다니

길을 걷다가 건물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적 있지 않아? 아주 우연히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 어느 곳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 얼굴? 옷 스타일? 아니면 전체적인 체형? 나는 최근에 내 모습을 보고 상당히 충격에 빠졌어. 와, 이렇게 살다가는 금방 거북이 형님께서 '오냐, 동생아 이제 왔냐?' 하면서 용궁으로 초대해 줄 것 같았거든. 갓생 사는 나의 친구는 물 마시라는 잔소리와 세트로 허리 펴를 같이 이야기했어.


"허리 펴! 척추 수술비 5000만 원."


아무래도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잖아. 내 자아,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그런 거 말고, 거울이나 사진같이 실제로 바라보는 거 말이야. 특히 얼굴의 뒤편, 목과 척추는 거울로도 카메라로도 찍어보기도 쉽지 않으니까. 여기에 약간의 핑계를 더하자면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20년 넘게 유지했으니, 가려져서 더 보이지 않았던 거지. 지금은 너무 더워서 머리를 턱끝선에 맞춰서 단발로 잘랐는데, 숨겨놨던 내 목선이 드러나면서 나의 새로운 콤플렉스의 발견된 거야. 친구가 매일같이 나한테 허리피라고 말할 땐, 귓등으로도 안 듣던 내가 정말 순간의 내 모습을 보고는 의식적으로 허리를 펴고 걸으려고 노력 중으로 변해가고 있어.


사실 나는 약간 쭈구리였어. 이렇게 말하면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으려나, 기죽어서 생겨난 쭈구리 말고 고등학교가 남녀공학이었는데 그 당시에 남들보다 좋았던 나의 발육상태 때문에 움츠러들었던 거야. 이깟 지방덩어리가 뭐라고 지금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 보형물을 넣는 세상인데 그때는 꽤나 부끄럽고 창피했어. 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 이야기까지 꺼낸 거지? 그래,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연히 비친 나의 모습. 등이 굽어서 용왕님을 만나 뵈러 가야 할 것 같은 그 모습. 매일 나에게 허리 펴라고 강요하던 내 친구는 매일 나의 굽은 모습을 보면서 걱정을 했던 거지. 이 친구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야. 맨날 입으로는 가기 싫어!라고 말하면서 성실하게 운동을 하러 가는 걸 보면서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어.


"운동을 왜 해?"

"너는 왜 운동을 안 해?"

"힘들잖아."

"안 하는 게 더 힘들걸."

"안 하는데 왜 힘들어?"

"아, 운동을 해야 안 힘든 거구나. 하는 순간이 분명 온다니까."


도대체 왜 운동을 안 하는데 힘들일이 뭐가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그렇게 멀지 않은 순간에 찾아오더라. 친구도 운동에 미친 사람처럼 3시간씩 운동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지만 하루에 1시간 정도는 꾸준히 헬스, 필라테스, 러닝을 하는 친구였는데 내가 하는 운동이라고는 끝장나게 숨쉬기정도였으니까.


"야, 아무것도 안 해도 하루하루가 힘들어."

"거봐, 그렇다니까."


정말로 그날이 찾아왔어. 20대 때는 체력게이지가 100% 차있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잠을 충분히 자고, 영양제를 종류별로 챙기 보양식을 먹어도 체력게이지가 80%로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 그뿐만이 아니야 아무리 옷을 차려입어도 귀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굽은 어깨에는 그 어떤 스타일의 옷도 테가 잘 안 나더라. 바른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지? 그냥 서있다고 바른 자세가 아니야.


허리 딱 펴고 얼굴과 목을 하늘에서 인형 뽑기의 집게로 쭈욱 들어 올린다는 생각으로. 그렇다고 어깨까지 같이 올라가면 안 돼! 가슴은 로켓포를 발사한다는 느낌으로 엉덩이는 안으로 살짝 넣어주는 자세. 글로 읽어서는 이게 어떤 자세인지 모르겠지? 그렇다면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이 글대로 따라 해 봐. 그리고 '와, 이 자세가 정말 맞아?'라는 느낌이 든다면 그게 정답이야. 그게 올바른 자세라고 하더라.


흔히들 척추수술비 5000만 원이라고 하는데, 내가 정말로 수술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가 온다면 정말로 5000만 원일까? 더 가격이 비싸지지 않을까? 우리 아까운데 돈 쓰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해 보자. 그것이 갓생을 사는 아주 손쉬운 두 번째 방법이니까. 지금도 나는 자세를 의식하면서 길을 걷고, 유리창에 내가 비친다면 한 번씩 나를 바라봐. 아 내가 이런 모습이구나. 무의식은 자꾸 편한 거만 찾으니까 의식적으로 불편한 자세를 만들어줘야 해. 그게 나이 들수록 초라해지지 않는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더라.


나는 옆에서 잔소리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은 듯하면서도 스트레스받는 게 있긴 한데 또 막상 얘 말 들어서 나쁠 건 없는 거 같더라. 필라테스, 요가, 헬스로 그것도 여건이 안된다면 집에서 유튜브로 바른 자세하는 방법이라도 찾아서 한번 따라 해 봐. 아참, 다 읽었으면 물 한잔 마시는 것도 꼭 잊지 말고! 다음에 또 내 친구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들려줄게. 또 찾아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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