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요즘하고 있는 운동 있어? 요즘 한차례 씩 운동붐이 불고 있는 현상이잖아.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최근에는 러닝이고 그전에는 테니스였고, 골프였고, 필라테스와 요가였고, 클라이밍이었고.
아무튼, 저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운동 좋아해? 나는 사실 운동 별로 안 좋아해. 힘들잖아. 그래도 나름 뭘 많이 해보긴 했어. 복싱은 세 달 등록하고 두 달 반 정도 나갔어. 복싱 다니면서 살이 정말 잘 빠지긴 했어.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니깐 빠지는 게 당연하긴 했는데 거기 관장님이 자꾸 나보고 김치 달라고 하는 거야. 우리 집 김치가 맛있을 거 같다고.
"00 씨, 집 요 근처죠?"
"네."
"집에 김치 담가요?"
"그렇죠."
"김치 좀 줄래요?"
"네?"
그걸 한 번만 말한 게 아니라, 내가 수업 들으러 갈 때마다 김치를 달라고 하는 거야. 아니 뭐 우리 집은 땅 파서 장사하나 내가 왜 김치를 줘야 하는데. 그래서 그냥 안 나갔어.
번지피지오라고 알아? 번지피지오는 그래도 꽤 한 5개월 정도. 이 정도면 오래 한 거라고 해줘. 분명 무릎에 무리 안 가는 운동이라고 해서 엄마랑 같이 등록했다가 엄마가 하루 만에 포기하는 바람에 환불은 안 된다고 해서 내가 양도받아서 엄마 몫까지 강제로 해야 했거든. 재미는 있었어. 줄에 매달려서 탄성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재밌긴 한데 운동이 되었느냐는 잘 모르겠어 자꾸 줄에 매달리려고 꾀만 부렸던 거 같기도 하고. 이건 운동 잘 못이 아니라 제대로 하기 싫어하는 내 탓이기도 해.
폴댄스! 그래 폴댄스도 꽤 오래 했어. 폴댄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진짜 그게 전신 운동이긴 해. 팔힘도 좋아야 하고 허벅지 힘도 좋아야 하고, 유연성도 좋아야 해. 온몸이 멍들어도 그 멍 위로 또 멍이 쌓여가게 만들어야 하는 거였어. 6개월 정도 했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내 이상향과는 많이 다른 걸 느끼고 그만뒀어. 그 인스타에서 보던 야리야리한 여성이 아니라 봉에 매달린 덩어리(?)처럼 보였어. 다른 회원님들도 날씬쟁이뿐이라서 더 쭈굴해졌던 거 같아.
그리고, 폴댄스 다음으로 다리 찢기 전문 스트레칭수업도 들어봤어. 폴댄스하면서 다리 찢기에 대한 열망이 강해졌었거든. 다리 찢기 수업은 나름 재밌었어. 분명 8:1 수업으로 등록했는데, 다른 회원님들이 등록만 하고 수업에 안 와서 거의 1:1 수업처럼 했거든 그래서 더 재밌었나. 나 사실 살면서 단 한 번도 다리를 찢는 유연성을 가져본 적이 없던 사람이라서 되던걸 다시 하려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찢어보려고 하니까 이놈에 근육들이 얼마나 놀라겠어.
"야, 주인 미쳤나 봐. 갑자기 다리 찢기라니."
"그러니깐 말이야. 버텨 버텨!"
아마 근육들은 이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3개월 넘게 다리 찢기 수업을 들었는데 전 후 사진을 비교해 보면 대략 3cm 정도 더 찢어지긴 하더라. 그런데 그만뒀어. 좀 더 하면 가능했을까?
그리고, 기구 필라테스! 진짜 이게 운동이 된다고? 싶었던 수업이었어. 그렇게 나는 기구 필라테스를 하면 다리에 쥐가 나서 발 주무르고 있던 시간이 더 많았었는데. 이건 나에게 잃어버린 키 2cm를 찾아줬어. 회당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추천!
요가 수업은 두 군데서 받아봤는데, 첫 번째는 핫요가였어. 아침수업반이었는데 여기는 따로 예약시스템이 없고 그냥 수업하러 왔소~ 하면서 가면 되는 곳이었는데. 그건 이 센터에 실수였던 거야. 정원 20명 들어가는 곳에 매일 26명씩 오니까 선생님 뒤편은 원래 거울이잖아? 그 빈틈까지 사람이 꽉꽉 차서 동작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수준이었어. 다른 수업은 정말 개인차를 무시하고 수업하는 곳이었어. 나는 따라 하라고 하는 그 자세를 하면 근육이 터질 거 같았는데 계속할 수 있다고 하는 거야.
"저, 선생님. 저는 안 될 것 같습니다."
"00님, 지금 말하시잖아요. 말할 수 있는 수준이면 가능할 겁니다. 힘내세요."
"다... 다리가 너무 당겨요."
"원래 그런 거랍니다. 그걸 버티셔야 해요."
"으엌"
그러고 나면 집에 어기적어기적 걸어가고, 그다음부터는 수업 나가는 게 무섭더라.
헬스장에서 하는 다이어트 단체 pt도 다녀봤는데. 죽기 직전까지 운동을 시켜.
"저, 너무 힘들어요."
"괜찮아요. 제가 힘든 건 아니잖아요. 회원님."
이것도 정말 하루하루가 나가기 싫어지더라. 이것도 살이 빠지긴 했어. 근데 그건 그냥 힘들어서 입맛이 없어서 못 먹어서 그런 거였어.
수영! 수영은 좋았어. 수영은 너무 재밌었는데, 수영장은 접근성이 참 떨어지는 게 아쉬울 다름이지.
스피닝도 해봤어, 이거는 하루하고 정형외과로 출근도장 찍어야 했어.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더라.
그렇게 집 주변 운동들을 3개월씩 찍먹 해보고 거의 2년 동안 아무 운동도 안 했어. 아, 끝장나게 숨쉬기. 이것도 운동으로 쳐주려나? 숨쉬기 하나만 간신히 하고 있으니 체력이 쭉쭉 떨어지고, 유연성도 굳어져가더라.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나를 머리채 끌고 다시 운동에 대해 활력을 넣어준 게 나의 체력부자 친구였어. 이 녀석은 초등학생 때 학교 오기 전에 매일 수영을 했었고, 지금은 러닝에 헬스까지 하고 있어.
이런 녀석 옆에서 같이 여행 다니려고 하면, 나는 죽어 나가는 거야. 머리채 붙잡여서 끌려다니는 수준이지.
"살려줘, 아니 그냥 죽여줘. 그냥 날 버리고 가."
"아니야. 할 수 있어."
근데 웃긴 게 뭔지 알아? 이 녀석은 적절한 보상을 준다는 거야. 등산을 할 때면 몰래 초코파이 챙겨놨다가. 내가 힘들어서 버리고 가라고 할 때쯤 초코파이를 하나 쓱 보여줘.
"정상에서 이거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
그럼 또 나는 초코파이 하나에 움직여지더라. 러닝도 내가 힘들어하니까 슬로조깅으로 바꿔서 옆에서 박자에 맞춰서 뛰어주고, 수영도 자세가 틀리면 옆에서 같이 고민하면서 고쳐줘. 운동 끝나고 나면 맛있는 음료도 사줘. 물론 제로칼로리음료 또는 단백질 음료지만.
일요일, 단 하루 나의 머리채를 끌고 나와서 강제로 운동시키는 이 녀석 덕분에 활력이 생기고 있어. 확실히 체력이 좋아지니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더라. 갑자기 운동을 하려고 하면 힘드니까 일단 산책부터 시작해 봐. 단, 5분만 걸어봐. 노래를 들어도 좋고, 친구와 전화통화도 좋고, 그냥 풍경 소리를 들어도 좋아. 5분이 10분이 되는 순간이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