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능력치

꾸준함도 재능이다.

by 해다니

무언가를 하기에 남들보다는 잘하지만

상위권에서는 특출 나지 않은 사람.

늘 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였다.


"뭔가 애매해."

내 취미가 다양했던 건 무언가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뜨개질을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6년 때였다.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결과가 좋았다.

대바늘로 한코 한코 자리를 옮기면 한 줄이 완성되고,

그 시간이 쌓이면 목도리가 만들어졌다.


친구들은 신기해했고,

완성된 목도리를 선물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보다 뜨개질을 잘한다고 믿었다.


중학교 1학년.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에 나는 뜨개질을 시작했다.

길쭉한 대바늘로 털실을 엮고 있던 내 옆에서,

같은 반 친구는 코바늘과 얇을 실로 양말을 만들고 있었다.


도구도, 방식도 달랐지만

그 친구의 작업물은 정교했고

내가 만든 목도리는 괜히 투박하고 볼품없어 보였다.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시간에 재봉틀을 처음 접했고

엄마를 졸라 학원을 다녔다.

선생님과 엄마의 칭찬을 받았다.

그것도 잠시, 패션디자인학과에 진학하겠다는 친구 앞에서는

나는 또다시 작아졌다.


수채화에 관심을 가졌던 때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붓부터 쥐고 자라온 친구를 보며,

난 그저 미적감각 없는 사람이었다.


비교는 늘 나를 애매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잘 자라던 화분에 물을 주지 않은 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 비교하고 질투하던 나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손을 놓았다.

지독한 나의 연민은

나를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세계를 만들고, 인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면

나는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고등학생 시절엔 상도 여러 번 받았고,

대학도 특기자 전형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이룬 것들을

그저 그런 일로 치부해 버렸다.

그마저도,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애매한 재능.


엄마는 말했다.

"너는, 돈 버는 거 빼고 다 잘하는구나."


나는 그 말을 듣고 그저 웃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취미들이 정말로 뛰어났다면

지금쯤, 나는 그걸로 밥벌이를 하고 있었겠지.


재능을 자라지 못하게 한건

세상이 아니라, 나였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


재능이 꼭 돈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

노력은 결국 타고난 재능을 이기지 못하는 걸까.


아니, 꾸준함이라는 재능이 나에게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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