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말을 오래도록

무형의 감정을 유형의 물건으로

by 해다니

그는 나에게 작은 진주 귀걸이를 선물했다.

나를 만나러 오는 길에,

작고 반짝이는 것이 너무 예뻐서

보는 순간 내가 생각났다고, 안 살 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그 수줍은 말과 함께 건네진 귀걸이는

"널, 생각했어."라는 말의 다른 형태였다.


말로는 지나쳐버릴 수 있었던 마음이

작은 진주 귀걸이에 고스란히 담겨 내 손에 남았다.


시간이 흘러, 그의 말은 모두 흩어져버렸지만

그 귀걸이를 바라보면 여전히 그날이 떠오른다.


우리는 그렇게, 물건에 마음을 담는다.

작은 물건 하나가 말보다 더 오래, 더 정확하게 감정을 전하곤 한다.


왜일까?

감정이란 본래 추상적이다.

기쁨, 슬픔, 사랑, 그리움, 외로움.

눈으로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감정을 '보이게' 만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형태를 입혀 세상에 꺼내놓고, 남기고, 전하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꽃말이 생기고,

사람은 각자의 탄생석과 탄생화를 갖게 되었다.

무형의 감정을 유형의 물건으로 빚는 일,

그건 오래전부터 인간이 택해온 방식이다.


때로는 직접 말하기 어려운 감정들,

날카로워 상처를 주는 말들이 있기에 우리는 우회한다.


보고 싶다는 말 대신,

그 사람이 좋아하던 사탕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미안하다는 말 대신, 사과 하나를 건넨다.

떠나는 사람의 신발 끈을 묶어주며 응원한다.


게임에서 힌트를 열쇠모양으로 그리는 것처럼.

우리는 마음을 형태로 남긴다.


말은 순간이지만,

상징은 시간을 견딘다.


꽃 한 송이, 편지 한 장, 오래된 시계, 희미한 촛불.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눌려 담겨 있다.


그것이, 말보다 오래 남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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