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궁합
자신에게 맞는 계절이 정말로 존재할까?
나는 겨울에 모든 에너지를 빼앗긴 사람처럼
반쯤 시체로 살아가고,
여름에는 모든 기운을 흡수한 듯
어디로든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물론, 지독한 더위에 녹아내릴 것 같지만
추위보다는 더위가 좋다.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역시나 과일.
내가 좋아하는 과일들을 맘껏 먹을 수 있는 계절이다.
복숭아, 수박.
뜨거운 태양 아래, 당도가 높아진 그 맛은
상상만 해도 입안 가득 시원함이 퍼진다.
여름밤은 늘 잊을 수 없다.
열대야로 잠들 수 없던 날,
끝나지 않는 하루는 오히려 내겐,
하루를 더 길게 보내는 방법 같았다.
여름밤 새벽에 걷는 그 길은
어딘가 낭만적이다.
가로등 불빛 아래, 아무도 없는 거리.
차도 지나가지 않는 그 거리에 무성이 자란 풀들이 자리 잡는다.
여름, 날벌레가 나의 산책을 방해해도
나는 노을 지는 여름의 거리를 걷는다.
긴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곧 무더위가 오겠지만
이 시간들이 지나가면, 또다시 그리워할
나의 여름.
아마도 나에게 잘 맞는 계절이라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무엇이든 도전하면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어딘가 무모한 낭만의 계절
나의 여름이 다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