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

나의 취향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by 해다니

어릴 땐 취향이랄 것이 없었다.

만화 속 캐릭터 중에서는 늘 주인공을 좋아했다.

'얘가 주인공이니까 얘를 좋아해!'라고 말하는 듯한 분위기에 이끌린 채.


물건을 살 때도, 음식을 주문할 때도 나의 주관적 의견보다는

친구들에게 먼저 물었다.


너는 뭐 살 거야?

너는 뭐 먹을 거야?


처음 접하는 음식이나 물건을 고를 땐, 경험자의 조언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입맛이 다른 친구를 따라가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

카페에 가서 먹을 것.

옷의 색, 디자인, 기능.

직업, 거주할 지역 등등.

심지어 오늘 어떤 기분으로 살지 정해야 하는 날도 있다.


그러다 보면 몇 가지 정해놓고 사는 게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도전도 좋지만,

인생이 이렇게 복잡한데 몇 가지는 단순하게 살아도 좋지 않겠는가.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입맛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카페에 가면 늘 음료 고민이 먼저였다.


그렇게 생겨난 나의 취향은 '얼그레이 밀크티'였다.


취향이라는 것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언제부터 밀크티가 좋았어?"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 습관처럼 골라왔기에, 그 시작점을 놓쳐버렸다.

커피를 싫어한다고는 바로 이야기 내뱉을 수 있는데,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나의 취향의 원본이 궁금해졌다.

어떤 계기가 나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 줬을까?


내가 밀크티를 처음 먹었던 것은,

홍콩 여행 중 마카오로 넘어가는 페리 선착장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오후의 홍차'라는 일본 음료였다.


숙소에서 선착장까지 땀을 흘리며 걸어왔다.

마카오로 넘어가는 여행의 설렘.

더위를 녹여주는 시원함.

적당히 달달한 농도

목을 타고 넘어가는 부드러움.

풍겨져 오는 향긋함.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좋아하게 된 건 우연이지만, 그것은 내 삶에 오래 남아

취향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더 많은 밀크티를 먹으면서,

'오후의 홍차'에 대한 감정은 무뎌졌지만

그날의 기억은 나의 취향을 만들어줬다.


당신의 취향은 어디서 시작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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