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를 놓친 글.
영감의 원천이 봉쇄되었다.
애당초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이 원천은
늘 그렇게 샘솟았다.
그 원천은 주로 꿈으로 나타났고, 가끔은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떠오르는 그것들을 어딘가에
쏟아내야 비로소 사라지던 이야기들.
그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생각이라는 것을 멈추고 싶었던 나,
드디어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고요함도 잠시.
'아차차, 나는 생각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이잖아?'
머리가 멈추니 행동이 멈춰졌다.
새로운 원천이 필요했다.
오래간만에 들린 나의 참새방앗간.
그곳에는 새로운 신간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 동안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혹시, 나의 이야기는 낡아서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내 오래된 이야기들은 빛도 보지 못한 채 숨어버렸다.
작게나마 고여있던 물을 비우고 새로운 물로 채워 넣기로 했다.
천천히 원천에 마중물을 넣으니,
서서히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영감의 원천에
작은 물줄기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차오르는 물들을 바로바로 사용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낡은 이야기로 퇴색해 버릴 테니까.
때를 놓친 이야기는 언제나 갈피를 잃어버린다.
번뜩하고 떠오르는 그 순간이,
가장 적절한 시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