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어른이 되는 과정

by 해다니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단음식과 매운 음식을 마구잡이로 때려 넣고,

또 누군가는 분노의 중량 치기로 땀을 쏟고,

누군가는 밤새 잠을 설쳐가며 해결책을 고민한다.


그런데 나는, 일단 멈춘다. 그리고 숨는다.

방에 틀어박혀 깊은 잠으로 도피한다.

그건 아주 간단하고 아주 익숙한 현실도피였다.


요즘 내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얼마 전 일어난 교통사고였다.

주문한 음식에 이물질이 나와도 바꿔달라고 말 못 하는 나에게,

교통사고는 그야말로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다.


누가 봐도 내가 피해자인 상황이었지만, 상대 차주는 과실비율 50:50을 주장했다.

보험사 직원들도 "좀 잘못 걸리신 것 같아요."라는 말 뿐이었다.

분쟁이 시작되고, 머릿속은 더 엉켜만 갔다.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면서

'아, 내가 머리를 감았던가?'

순간 멍해졌다.


온 신경이 사고에 쏠리다 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조차 놓치고 있었다.


부모님은 망했다.

"너도 이제 어른이고 성인인데, 네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 봐야지."


맞는 말이었다.

사고가 난 사람도, 책임져야 할 사람도 나였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거라 믿은 건, 무책임한 착각이었다.


이 구렁텅이에서 나를 꺼내줄 사람도, 결국 나뿐이었다.

"내가 이렇게 다 놓아 버리면, 결국 모든 걸 나 혼자 뒤집어쓰게 되는 거잖아."


언제까지 누군가의 그늘에 숨어 살 수는 없었다.


지금은 소리를 내야 했다.

억울하다고, 아니라고, 이번만큼은 내가 나서야 한다고.


사람은 경험으로 성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도망치지 않고 마주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성장이다.


숨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고개를 들고, 나를 위해 싸워야 한다.


이 경험은 내 것이 되고,

그 안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저 해파리처럼 떠다니던 내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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