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일기 5

그곳 사람들

by 해다니

특색 없는 사람은 아예 채용되지 않는 듯,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이 강했다. 직급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기에 부르는 호칭은 무조건 '선배'였다. 나는 그들을 지금부터 선배라고 칭하겠다.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나 딱히 동아리 활동을 한다거나, 동호회가 없었던 나에게 선배라는 호칭은 입에 착 붙는 말은 아니었다. 나이차이가 스무 살도 넘는 이들에게 '선배'라 부르는 건 어색했다.


"저기, 이것 좀"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을까요?"


처음에는 호칭을 '저기'라고 부르다가 나중엔 아예 부르지 않고 본론을 바로 이야기했다. 그래도 사무국 사람들에게는 '선배'라는 불러야 할 호칭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몇몇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고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오히려 같이 일하는 같은 행정직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 00. 이곳에 가장 연장자이자, 계약 2년을 채우고 1년 뒤 다시 재 입사를 한 특이 케이스였다. 김 00은 나보다 6살이 많았다.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아니, 그렇게 안 불렀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나에게만, 단호하게 '언니'라는 호칭을 금지했다. 그렇다면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름만 덩그러니 부르자니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다. 아니 친해도 6살이나 많은 사람을 이름만 부른 적은 없었다. 김 00님이라고 하기엔 다들 언니라고 부르는데 나만 너무 튀는듯했다. 00 선배라고 하기엔 이 호칭은 정규직이었던 사무국 사람들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기에 그것도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00 씨인데. 연장자를 00 씨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인가. 그것도 애매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 일 이후로, 호칭이 애매한 사람과는 숨 막히게 어색한 감정을 느꼈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니'라는 호칭을 허락했지만, 나에게는 00 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반항심에 더욱더 00 씨라고 불렀다. 김 00 씨. 그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나에게 더 화를 냈다.


"누가 버릇없이 6살이나 많은 사람을 00 씨라고 부르니?"

"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셔서."

"00 씨는 하대하듯이 부르는 거잖아."

"그러면 뭐라고 불러야 하는데요? 그걸 알려주시면 그렇게 부를게요."

"그냥 부르지 마."

"같이 일해야 하는데 어떻게 안 부르고 일해요."

"아무튼 부르지 마."


도대체 나의 무엇이 그렇게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일까? 나는 의도적으로 00 씨라고 불렀다. 나중에는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서 밥도 같이 안 먹고, 주변사람들을 괴롭게 했다.


"이것 좀 00 씨한테 전달해 줘."

"이제 그만 좀 해라."

"부르지 말라는 사람한테, 애매해. 네가 친하니까 이것 좀 대신 전해줘."


동갑 친구에게 대신 서류전달을 부탁했다. 회식할 때는 알아서 각자 먼 자리에 앉았다. 그럼에도 한 3개월 정도 00 씨라고 부르자, 그 당시 국장님의 비서였던 언니가 찾아와 00 씨는 너무 버릇없는 행동이라고 말해줬지만, 나는 여전히 뜻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이것은 그 김 00 씨가 퇴사하는 날까지 이어졌다.


먼 훗날, 다른 장소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웃으면서 먼저 나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여전히 그때 나에게 왜 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 것인지, 나는 묻지 않았다. 그녀 또한 내가 왜 자신을 김 00 씨라고 불렀는지 묻지 않았다.


한 사람은 반갑게 인사했고, 나는 그 인사가 아직도 얼떨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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