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일기 16

나를 더 망치기전에

by 해다니

"그걸 왜 찾는데?"

"내일부터 도시락을 같이 먹자고 하네."

"반찬 해야 해?"

"아니야, 반찬은 해 먹는다고 밥만 챙겨 오라고 하네."


엄마는 부엌을 뒤적거리는 나에게 물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 노란색 플라스틱 도시락통을 구석에서 찾아냈다. 밥만 담으면 되는 것이니 디자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부터 밥을 담아 출근한 날.


"도시락 가져왔어요?"

"아, 네."


6명의 무리는 자리에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 도시락에 대해 물었다.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던 그들은 간단한 물음만 던지고 자리로 돌아갔다. 점심시간이 되자 고요함이 찾아왔다. 같이 밥을 먹자고 하던 그 시간에 조리실에도, 화장실에도, 회의실에도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사무실에 남아 있지 않았다.


"잠시 어디 간 건가?"


아침부터 도시락 유무를 물었기에 나는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한껏 배부른 얼굴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식사하고 오신 거예요?"

"아, 맞다. 미리 말한다는 걸 깜박했어요. 오늘 00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 저희 점심 사준다고 하셨었는데 6명 모두 까먹고 있었지 뭐예요. 다들 얼마나 바쁘면 그런 것도 까먹는지."

"아, 그러셨구나."


아침에 도시락 유무를 확인한 것도, 모든 게 계획된 일이었구나. 새삼 그들의 치밀함에 소름 끼쳤다. 그 누구 하나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는 걸 보니, 모두 의도된 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죠."


한 끼 굶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괴롭히고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다. 다음 날은 관내 음식점들 맛집 순위와 홍보를 하는 외부 행사가 있었다. 외부 활동이 있었다.


"저희는 부스 지켜야 해서요. 00 씨가 홍보 패널 좀 들고 있어 줄래요?"

"제가요?"

"저기 패널 보이시죠? 저거 들고 그냥, 저 기둥 옆에 서있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에요."


그녀의 손가락 끝에는 내 키만 한 패널이 야외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늘 하나 없는 가을 땡볕아래 서있는 나의 입에는 더 이상 긍정적인 힘을 낼 여력이 없었다.


"거지 같네."


그들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는 건, 자신들은 천막 그늘 아래 놓인 의자에 앉아 편안히 오는 손님들에게 전단지만 나눠주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운영국장님이 지나가다 땡볕아래 서있던 나를 발견했다.


"아니, 왜 이런데 서있어요?"

"아, 여기 있으라고 하셔서."

"누가요?"

"00님이..."

"00 이가? 워낙 일 잘하는 애니까 나름 이유가 있었겠지. 수고해요."


00은 그곳에 권력자였다. 고작 3일이지만 나와 같이 일했던 사수는 00을 가장 조심할 인물로 이야기했다. 일은 전혀 힘들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사람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이 직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면 내 편을 들어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약해진 나는 이곳이 나의 전부인 양,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들에 대한 불평들만 주변 사람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그냥 퇴사해. 일자리가 거기뿐도 아니잖아."

"이제 겨우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좀만 버티면 나아지지 않을까?"

"입사 테스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장난이라고 해도 과해."

"그런가..."


나쁜 말만 내뱉고 있는 나의 입,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머릿속. 내 곁에서 묵묵히 나의 모든 불평불만들을 듣고 있어야 하는 나의 주변사람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하루빨리 악순환을 끊어내는 게 맞았다.


다음 날, 오후시간에 퇴사에 대해 말을 꺼냈다.


"저, 그만두겠습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그만둔다고? 무슨 일 있나요?"

"저랑 일이 맞지 않네요."

"00 대학 출신이라고 믿고 채용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력 같은 일이죠? 최소한 그만두기 한 달 전에 말해야 하는 게 예의 아닐까요? 00 씨는 일을 그렇게 배웠어요?"

"사람이 별로라 같이 일 못하겠습니다."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예요?"

"그리 오래 일하지도 않았고..."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왜 그 자리가 계속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리는지 나를 채용했던 운영국장님은 알고 있을까? 모른다면 그 또한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었기에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오고 가며 깨달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짧은 근무 기간에 정리할 물건들도 없었다. 사람만 좋았다면 일은 할만했을 것이다. 집과 가까운 근무 위치, 운전 실력이 매일 1시간씩 운전하며 또래에 비해 빨리 늘었을 것이고, 관내 맛집들도 많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작 그런 것들을 좋은 기회라 생각하기에는 그곳에서 소모되고 있는 내가 너무 아까웠기에 빠른 퇴사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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