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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통 스피치 Jun 22. 2022

철벽 치기. 대화 말고 길들이기

그들과는 소통할 수 없다. 길들여질 뿐이다

여기 한 부부가 있다. 부부는 즐겁게 살았으나 10년이 지나고부터 남편은 그전의 모습과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이전 모습을 간직하며 남편에게서 조금이라도 이전의 다정다감한 모습이 나타날 때면 더없이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남편은 점점 굳게 입을 다물고 소통이란 단어는 책에만 있는 단어일 뿐 일상적인 소소한 대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아내는 어리둥절하고 따져 보기도 하고 울어 보기도 하고 다시 한번 남편의 사랑을 받고 싶고 일상을 나누고 싶다. 싫어져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는 거다. 가스라이터인 남편은 본색을 드러냈을 뿐 변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아내는 모른다.


가스라이터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좋은 사람이다. 남편과의 답답함과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해봐야 돌아오는 말은 "너네 남편 같은 사람이 어디 있어? 돈 잘 벌어다 주지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 주지" 아내는 생각한다. "그런가?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배부른 소리 하는 건가?" 그러면서 다시 혼자 삭히고 점점 남편과의 유대가 형성된다.


집에 정전이 되었다고 자녀가 아빠에게 전화를 한다. 아내와는 통화하지 않는다. 아내도 전화하지 않는다. 남편은 회식을 하고 늦게 들어온다. 남편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아내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이튿날 아침을 먹을 때도 남편은 물어보지 않고 아내도 왜 안 물어보냐 말을 하지 않는다.

남편은 아내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철벽 치기 가스 라이팅으로 아내를 길들이는 것이다.

이후에 아내는 생각한다. "왜 물어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까?" 수년간 가스 라이팅으로 길들여진 것이다. 그것을 아내는 모른다.

그저 남편이 이해가 안 간다는 정도만 생각하다 만다. 그리고 다시 남편이 말을 걸어오면

착각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잘하네'

그것이 가스 라이팅의 늪 것도 모른 채 점점 아내는 통제당하고 잠식되어간다.

다른 사람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아내는 가스라이터인 남편을 인정하고 이해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트라우마의 유대다.


가스라이터인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는 듯 하나 무시하고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내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기 기준에 한심한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젓거나 들리지도 않게 혼잣말을 하거나 입을 다문다. 가스라이터인 남편은 아내를 통제하며 길들이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아내는 남편의 눈치를 보게 되고 스스로 자신이 그런 사람인가 인정하도록 만든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 길들여진다


가스라이터인 남편은 대화하기 좋아하는 아내를 통제 아래 두기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철벽 치기'를 택했다. 바로 앞에서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으며 말없이 어디를 다녀와도 어디를 다녀왔는지 말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물어봤으나 대답 없는 남편에게 동화된 아내는 자신도 어느 순간부터 물어보지 않는다. 아니, 물어본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일상처럼 지나가도 이들에게는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원래 그래 왔으니까. 아내를 무시하고 철벽을 치며 길들인다. 처음에는 어리둥절 그다음엔 기분 나쁨 그다음엔 원래 그런 사람이라 인정해버리지만 가끔씩 생각지도 못한 애정표현으로 인지부조화를 겪게 만든다.


아내는 어느 시점부터 남편의 행동에 동조하며 동화되어간다. 가스 라이팅을 당한 것이다.

가스라이터는 자기의 통제 안에 있다고 생각되는 상대의 일탈을 절대 간과하지 않으며 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본인이나 상대의 시련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고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일은 없다.

통제권을 더 움켜쥐려고 더욱 혹독한 가스 라이팅을 할 것이며 시련을 견디고 또한 그대로 살아간다.

가스라이터는 자신이 아내를 언제든 충분히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내의 험담을 늘어놓는다

이런 행동에 왜 내 얘기를 다른 사람 앞에서 하느냐고 따지기라도 하면 가스라이터는 헛웃음으로 넘기고 아내가 그렇게 따지고 물었다는 것조차 아내와 가까운 사람에게 말한다.


가스라이터인 남편은 아내의 지인에게 언제든 아내의 마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세상에서 아내를 제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인양 행동하고 말하며

당하고 사는 사람이라는 코스프레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 자신의 이미지와 안전뿐 그들에게 다른 이는 없다.

양재규 스피치 양재규 원장

가스 라이팅을 연구하며 사람을 살리는 강연과 코칭, 글쓰기를 합니다.

강의/코칭 문의 010 9990 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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