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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통 스피치 Jul 08. 2022

이별보다 아픈 이별. 그 후

푸념. 주저리주저리

너무나 작스러운 이별에 어리둥절하고 막막했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실감 나지 않은 채 하루 이틀이 흐르고 이제 한 달이 훌쩍 지나 두 달이 가까워 온다.


나는 그의 온 마음을 얻고 싶었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며 포근하고 스한 사랑을 얻었던 적도 그렇지 못해서 아파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마음은 이리로 저리로 흐르고 예전에 보였던 불안한 전조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시큰둥한 표정. 사랑이 담겨있지 않은 말투. 왠지 모를 거리감과 긴장감. 거짓말과 나의 마음을 격동케 하는 말들. 아마 그 사람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야속하고 나쁜 사람.


가슴 한편이 뻥 뚫어져 버린 듯 공허하고 허망한 지옥 같은 시간들이 지나간다. 처음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리는 다시 만나리라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다가 차오르는 분노, 혼자서 토하듯 내뱉는 욕지거리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술을 마셔야 겨우 잠이 들고 잠들었다가도 눈뜨면 새벽 2시.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한 날도 거의 한 달여.


나는, 그 사람은 꼭 그래야만 했을까? 꼭 그러한 방법으로 서로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돌아서야만 했을까? 서로에게 최고의 사랑이었고 전부였던 만큼 이별의 방법과 상처가 깊고도 깊다. 보고 싶다 밉다 보고 싶다 나쁜 사람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하루하루가 번민의 연속이다. 새벽에 눈을 뜨면 또 하루가 지났음에 안도하고 다시 미움과 보고픔과 공허함과 번민의 하루가 시작됨에 괴롭다. 평안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다.


함께 했던 시간들을 더듬으며 그 사람과 그간 주고받은 문자들, 사진들을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읽어 내려간다. 그럴수록 아름다운 추억의 미소가 아닌 처절한 절대의 고독과 공허함이 나를 감싼다. 보고 싶다 그리고 몸서리치게 밉다.


이별을 인정하지 못했다. 이후 나는 이별을 인정하려 했다. 그러나 현실은 완벽하고 아름답고 그리워하는 이별만을 나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 서로의 민낯이 드러나고 갈기갈기 찢긴 후에야 이별이던 만남이던 있을 듯싶다. 아프다. 내 아픔이 이제 그 사람의 아픔이 될 것이기에. 그 사람은 살기 위해 나를 버렸다. 살기 위해 나를 버린 그 사람을 보았다. 살기 위해 그 사람은 끝까지 나를 내몰았다. 나를 좋아하던 이에게 까지 졸지에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다. 억울함과 분노. 이제는 내가 그 사람을 버리려 한다. 잔인한 배신에 대한 냉정함과 억울함의 토로다. 나의 웃음은 사라졌다.


미친 사람처럼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걷기도 하고 토하면서도 술도 마셨다. 어느 것 하나 만족함이 없었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는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분노와 억울함.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른다. 함께 했던 팔찌를 차고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며 되뇐다. 보고 싶다.

아직, 아니 영원히 그 사람을 보낼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게 문신처럼 새겨진 상처가 그 사람에게서 돌아서라 한다. 여전히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보고 싶다 밉다를 반복한다.


살기 위해서 불처럼 글을 썼다. 파괴된 기억의 파편들. 욕지거리 같은 조잡한 문장들. 차라리 허접한 글에라도 나를 투사하면 나아지려나. 그것도 잠시. 이별 이후 모든 행위는 잠시다.

남들은 잊으라 하지만 잊을 수도 잊히지도 않는다. 보 싶기에 밉기에 억울하기에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그럴까?


언제부턴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무작정 걷는다.

살아보려고 무엇인가에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이별보다 아픈 이후의 이별을 하고 있다. 사랑인지 미련인지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보고 싶고 밉고 억울하고 보고 싶다.

하루 종일 추억을 읽는다.

양재규 스피치 양재규 원장

사람을 살리는 말하기 강연 코칭

강연/코칭 문의 010 9990 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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