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부재료로만 쓰이는 채소들에 대한 괜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채소가 무 아닐까. 물론 깍두기라던가 무나물 같이 무를 주재료로 하는 요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요리에서 무는 개운한 국물을 위한 육수용으로 쓰인다. 고등어조림을 먹다가 한 조각 집어 먹는 무가 엄청나게 별미라면서도 막상 무만 졸여서 먹는 일은 잘 없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잘 익힌 무의 달달하고 보드라운 맛에 빠지면 헤어 나올 길이 없다. 그러나 갈수록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요즘 입맛에는 이 슴슴한 맛이 설 자리를 못 찾는 것 같다. 채소 본연의 맛에 눈을 뜰수록 더 넓은 미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내가 어디 가서 자신 있게 채소를 좋아한다 얘기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이 채소가 가진 다양한 맛들을 알아가면서부터였다.
질 좋은 해산물은 데쳐서 먹기만 해도 맛있는 것처럼 제철을 맞은 신선한 채소도 별 다른 요리 없이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집에서는 그저 데치고 쪄서 먹는 것으로 가장 많은 채소를 소비한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어디에 소개하기 아쉬우니 그동안 여러 복잡한 요리법들을 소개해왔다. 그러나 무로 만드는 요리에 대해 얘기할 때만큼은 가장 간단하고 맛있게 먹는 법을 얘기하고 싶다. 다른 맵고 짠 양념이 배어들지 않아도 무가 가진 그 맛으로 승부를 보는 요리. 필요한 재료도 많고, 요리 방법도 복잡한 다른 어떤 화려한 요리보다 이 간단한 요리를 시도해 보길 바란다. 제철 겨울 무의 달콤함에 반해 채소 사랑단의 동료가 되어 주기를. (파티원 모집 중!)
재료 (2인분)
- 무 1개 (약 600g)
- 부침가루 1 cup
- 도토리가루 1/2 cup
- 물 220ml
- 소금 1tb
- 식용유
- 들기름
만들기
1. 무를 3mm 두께로 슬라이스 하고 소금을 넣어 5분 정도 절인다.
2. 절이는 동안 물을 끓이고 끓으면 찜기에 넓게 펼친 무를 올려 중불로 바꾼 뒤 10분 정도 찐다.
3. 부침가루 반 컵과 도토리 가루 반 컵, 그리고 분량의 물을 넣어 부침 반죽을 만든다.
4. 남은 부침가루 반 컵을 쟁반에 넓게 펼친다.
5. 찐 무를 한 김 식힌 뒤, 쟁반 위 부침가루를 골고루 묻히고 섞어 둔 반죽에 넣었다 꺼낸다.
6. 중불로 올린 팬 위에 기름을 두르고 부친다.
7. 팬에서 꺼내기 직전에 들기름 한 바퀴를 둘러서 향을 입힌다.
Tip
1. 무가 크면 반달 모양으로 한 번 더 자른다.
2. 반죽의 쫄깃함을 위해 도토리 가루를 썼지만 모두 부침가루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3. 너무 밋밋해서 모양을 내고 싶다면 쪽파와 홍고추를 얹어준다.
(다음 주, <씨앗이 자라면 내 마음도 자랍니다>의 마지막화, 에필로그가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