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할머니

by 김희진

페이스북이 알려주는 몇 년 전 오늘 사진에 이제는 초등학생이 된 조카의 아기 시절이 뜬다.

'아고, 이렇게 작았네.' 하며 클릭해보다가

한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사진 한편에 보이는 할머니의 손.

이제 더는 잡을 수 없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보인다.


몇 해 전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난생처음 '입관식'이란 것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은 장례식을 진행한 탓에 거추장스러운 수의 대신, 언니가 결혼하던 날 입은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를 보며 남겨진 모두는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돌아가시기 직전 30kg대까지 떨어졌던 앙상한 얼굴과 몸은 정갈하게 다듬어져, 농담같은 생기가 았다.

생명이 떠나간 육체를 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전혀 무섭지도 낯설지도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얼굴이 입 맞추는 순간,

'아, 정말 돌아가신 거구나' 싶은 실감이 들어 아기처럼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삶과 죽음의 온도차는 너무도 극명해서

차가운 두 손을 맞잡았을 때, 우리가 얼마나 멀어진 것인지가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얼마 후,

꿈속에서 나타난 할머니는 강을 지나는 배를 타고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강가에 앉아 목놓아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얼른 들어가라며 손을 휘휘 저으셨다.

평생 외출을 두려워했던 겁 많고 소심했던 할머니는

여기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잘 지내고 있다며, 이 곳에서는 마음껏 좋은 곳에도 많이 다니고 있다며,

걱정 말라고 말해 주었다.


엉엉 울며 할머니를 부르다 깨어났을 때,

얼굴은 온통 울음 범벅이 되어

한참을 멍하니 앉아


그 꿈이 내가 멋대로 나 편하자고 만든 망상일 수도,

진짜 할머니가 보내온 안부 인사일 수도,

어떤 게 맞는 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안심이 되면서도 그립고

슬프면서도 기쁜 그런 기분에


"안녕, 할머니. 잘 지내요?"


그런 평범한 안부를 묻고 싶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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