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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Sep 13. 2020

시원한 낮맥을 마셨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2020/09/13

일요일 아침, 산책 약속을 잡았다.

출발 비디오 여행이 시작하는 소리에 눈을 뜨는 것이 평소 일요일의 흔한 풍경이었지만,

이번 주만큼은 어쩐지, 오전의 가벼운 공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한 남산

어제까지 비가 내리다 개인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그야말로 공활한 가을 하늘을 보며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로 했지...... 만,

길을 잘못 들어 만나게 된 등산로.

평소 익숙하게 다니던 시멘트로 된 길을 떠올리던 차에 살짝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추는 산속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길을 잘못 든 것이 행운이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촉촉이 젖은 숲 속 길은 좋은 냄새가 났다.

그렇게 걷고 또 걷고

해방촌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서도 

연 식당이 없어 한참을 걷고 또 걷고

2만보를 가까이 걸어서 겨우 만나게 된 피자집

"일단 맥주 2잔 먼저 주세요"를 외쳤다.

그리고 시~~ 원한 잔에 가득 담겨 나온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켤 때의 쾌감이란.

일부러 물을 마시지 않으며 참았던 지난 몇 시간의 인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래, 오늘 모든 여정의 이유는 이 맥주 한 잔이었을지도 모른다.

맥주는 자고로 공복에, 시원하게 마시는 딱 한 잔이 제일 맛있다.

오늘 정말 맛있는 맥주를 마셨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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