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7
조카들에게 스파게티를 만들어 대접했다.
뭐 그리 거창한 요리는 아니지만
조카들에게 대접한다 생각하니 어쩐지 긴장이 되었다.
조심스럽게
어때? 어때?를 연거푸 물으니,
맛있다고 돌아오는 답에 안심을 하며,
(사실은 조금 퍽퍽하게 되어 버린 스파게티 한 끼를 나눠먹으며)
조카들과 함께 한 하루의 기억을 더했다.
오늘, 살아있어 다행이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조카를 좋아한다.
조카들은 늘 묻지 않고 내 무릎에 슬쩍 앉곤 하는데, 그게 참 좋다.
살면서 이렇게 천진하게 경계를 무너뜨리는 존재를 만난 적이 없다.
조카들은 아무렇지 않게 나라는 사람에게 툭툭 들어와 마음껏 뛰어놀고 몸을 기대고 거리를 좁히는데
언젠가 조카들이 커서, 더 이상 이러지 않을 날이 오면 얼마나 슬플까 싶을 정도로
그런 무차별적인 다가옴이 좋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주인공이 마코토가 박물관에서 일하는 이모와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끔 조카들과 그런 관계가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녀들의 인생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꾸준히 등장하며
아무렇지 않게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
나의 가장 어린 친구들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의 아내나,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상상은 거의 해 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의 괜찮은 이모가 되는 일은
조금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