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1
그 산에 처음으로 올랐다.
언제나 세계는 갑작스레 확장된다.
해야지, 해야지
가야지, 가야지
하는 약속은 언제나 해야지, 가야지에만 머물게 되는 경우가 많고
어떤 다짐도, 포부도 없이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 날에
세계는 조용하고 담담하게 넓어진다.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쉼 없이 헉헉거리는 나의 몸에 반성을 거듭하며 오르는 길
기차 바위에 오르는 순간 사방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은 생경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내가 살던 곳이 이리 아름다웠던가.
멀리 봐야 예쁘다.
나도 그렇고, 나의 도시도 그렇다.
다른 높이에서 고향을 바라보았다.
요즘 매일 떠나고 싶었는데, 오늘은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싶었다.
오늘, 살아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