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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Oct 01. 2020

코로나19가 준 첫 휴가

2020/09/30

코로나19가 엄마에게 첫 휴가를 주었다.

결혼 후 40여 년간 명절마다 제사상을 차렸던 엄마는

올해 처음으로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덩달아 전 붙이기 팀장으로 활동하던 나 역시 한번 쉬어갈 수 있게 되었다.

엄마에게 추석빔을 선물해주었다.

매번 명절 때마다 앞치마 차림에 음식 냄새에 찌들었던 엄마는

이번 추석만큼은 예쁜 원피스를 입고 소파에 편히 앉아 넷플릭스 영화를 보았다.

엄마는 추석에 음식을 하지 않는 것도, 새 옷을 사입은 것도 난생처음이라고 말했다.

몇 해 전부터 나는 제사 졸업을 주장해왔다.  

대기업도 공무원도 정년이 있는데 맏며느리 노릇도 정년 퇴임하라고

사실 상 남의 조상에게 40여년간 정성을 다했으면 할만큼 한 거라고 말해왔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어떻게 그러니, 와 너네 잘 되라고 하는 거야,를 반복하며 제사를 멈추지 못했었는데

그 어려운 걸 코로나 19가 해냈다.

이건 코로나 19가 가져온 거의 유일한 좋은 소식이다.

추석 연휴 첫 날, 엄마와 종일 놀다가

함께 나훈아 콘서트 중계를 보며 잠드는 밤

내가 경험한 중 가장 평화로운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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