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진 Sep 20. 2020

3주 만에 헬스장에 갔다. 오늘 살아있다.

2020/09/19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한동안 가지 못했던 헬스장에 갔다.

일주일에 1번, PT를 다닌 지 근 1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가격적인 부담 탓에 한두 달만 다니면서 운동법을 배우고, 일반 헬스장에 가야지 싶었는데

선생님과 함께 하며 경험한 운동의 즐거움이

타고난 의지박약의 나 스스로는 절대 다다르지 못할 어느 경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해서 다니고 있다.

사실 더 자주 가고 싶지만,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사치랄까, 감당할 수 있는 회비의 선에서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 길이 너무 숨이 차고 버거워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찾아가게 된 헬스장

체력 증진의 목적으로 시작했던 운동은,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일상의 활력도 생기고, 무엇보다 늘 달고 살던 허리와 등의 통증이 거의 사라지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3주 가까이 운동을 쉬다 보니 그 새 다시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오늘 운동의 키워드는 '회복'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이 풀린 등의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을 주로 하며

몸 구석구석을 조심스레 자극했다.


티셔츠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 흘린 후의 상쾌함에 한없이 가벼워진 하루였다.

오늘, 살아있어 다행이다.


얼마 전 친구와 뉴스를 보다가
지구 종말의 기운을 감지하고
인류애의 상실을 느끼며
인간 불신과 나아질 기미 없는 지금에 슬퍼하고 분노했지만
그 대화의 끝은 묘하게도 '건강을 챙기자'였다.
엉망진창 미쳐 돌아가는 혼란의 시국 속에서도
우리는 살고자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헤어지고 난 후 나눈 문자는 이런 내용이었다.
야채를 많이 먹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그리고 스쿼트를 하자.


그래, 스쿼트가 우리를 구원할지니

나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한 세트의 스쿼트를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잠이 오지 않는 밤, 이 책을 펼쳐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