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 said
사실 나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외주로 글을 의뢰 받아 일을 할 때는 더더욱 화를 내지 않고 의뢰인의 요구에 대개 맞춰 준다. 웬만하면 오케이다. 딱히 내 창작 열의를 펼칠 영역의 일들도 아니라고 판단하고 시작한 일들이기 때문에, 그다지 고집을 부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면 조금은 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화가 나는 순간도 있다. 버튼을 누르면 글이 나오는 자판기인 냥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글을 요청 받을 때도 있고, 내용 상의 문제가 생기면 외뢰한 쪽에서 잘못된 자료를 주었을 경우라도 일단 작가의 탓이 된다. 나중에 나의 탓이 아님을 밝히고 알려진다고 해도 딱히 사과를 받진 못한다. 그게 외주 작가의 일이다. 프리랜서는 화를 내지 않고 성격이 좋아야만 한다. 그래야 젠틀한 사이, 혹은 갑과 을의 사이가 유지된다.
아름 said
2010년,
내 상사는 악명 높은 사람이었다.
후배를 괴롭혀서 여럿을 내보내고, 안티로 동호회를 만들어도 될 정도? 그 사람은 자꾸 말을 뒤집었다. 제발 그 사람과 일하지 않게 해달라고 팀장님 앞에서 울고, 화내고, 빌고,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다. 하루는 이성의 끈을 놓고, 대들다가 다른 선배에게 끌려 나갔다. 휴게실에서 펑펑 울었다. 창 밖에서는 큰 도로를 막고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소녀시대가 한창 인기였다. 화려한 그녀들이 부러웠고,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한지 서러웠다. 마음의 안식처 모교로 갔다. 마침 백수인 대학 동기가 나와줬다. 카페에서 또 한참 울었던 것 같다. 그냥 푸념을 했던가. 학생 때 자주 가던 골목 가게에서 쇼핑을 했다. 소소한 물건들에 너무 행복했다. 다음 날 그 선배는 내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내 앞에서 칫솔도 집어 던졌지만 그 일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그 사람은 지금도 회사에 다닌다. 참 오래 사실 분이다.
** 독립출판물 <나는 네가 부럽다>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