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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형균 Apr 28. 2023

나와의 로맨스

고독이라는 이름의 사랑

지난날 혼자였던 시간들은 나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고 나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와 단둘이 있길 원한다. 단둘이서 대화해야 대상에 집중할 수 있다. 혼자 있는 고독은 그걸 위한 것이다.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순간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나와의 로맨스를 이루기 위해선 혼자 있음이 필요하다. 나와의 로맨스는 세상 모든 로맨스의 기초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넓고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듯이, 나를 사랑하는 기초가 튼튼해야 다른 사람도 심지어 무생물도 사랑하기 수월하다. 넓고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땅을 오래 파야 한다. 땅을 파는 건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고 무의미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순간 이미 미래의 건물을 짓고 있는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볼 때 효도할 시간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듯, 나와의 로맨스도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막 아쉬워지기 시작한 걸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 오래 남진 않았나 보다.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이 나 자신이었는데 이제 이해가 될듯한 느낌이 드니 마치 어려웠던 수학 문제가 풀릴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문제는 풀릴 듯하면서도 평생 안고 가야 할 문제란 걸. 그리고 나는 사랑한다. 그 문제를. 그 문제를 출제해 준 신(神)을 막 사랑하기 시작했다. 신(神)도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랑은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사랑이 늦어서 미안하다. 내게도 신(神)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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