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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훈계하려면, 보여주는 것 밖에..

이대로 쭉 가자!!

by 코치 루아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딸이

목표는 높은데, 공부는 안하고

매일 매일 의지를 세우고 다시 까먹는다.

그래도,

거의 공부해라는 잔소리는 안하고 산 것 같다.



코칭을 하는 사람이라 그럴까?

코칭에서는 피코치가 원하지 않는 조언은 하지 않는다.

나의 삶을 더듬어보면, 나는 잘 조언하지 않는 편이다.

자식에게도 잔소리 꾼이 되지 않기 위해 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엄마와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딸래미..
엄마 또... 잔소리~~~

라며 웃는다.


때때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하는게 잔소리인데, 엄마가 그동안 너에게 너무 잔소리를 안해서 니가 니 할일을 안하는 것 같아서 좀 하는거야!! 라고 변명하며

가끔 잔소리를 한다.

자식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딸이 웃는다.


엄마 정말 이상해졌어.

요즘 좀 이상해...

정말 공부하란 말 안하던 엄마가... 요즘 좀 잔소리 많이 한다니까..

엄마가 좀 이상해졌어~~

라고 한다.


어릴 때 잔소리 안한 이유는... 억지로 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고,

지금이라도 잔소리를 해야하는 이유는

'엄마 그 때 잔소리 좀 해주지 그랬어?'라고 할 것 같아서...

하는 거라고 했다.



writing-933262_1920.jpg Pixabay로부터 입수된 tookapic님의 이미지 입니다.




내가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논문을 쓰는 모습을 보며,

딸이 묻는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하루 종일 앉아 있을 수 있냐고??

재밌거나 해야할 일이 있으면 그리된다고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중간에 좀 쉬어야 하지 않냐고 묻는다.

나는 그렇게 중간 중간 쉬지 않아도

앉아서 쉰다고 했다. 그리고, 쉬면 리듬이 끊기고 다시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계속 한다고 했다.


엄마가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궁금했던 모양이다.



딸은

이번 기말고사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내가 농담 삼아

전교 1등하겠다고 했더니... 진짜 전교 1등은 엄청 잘한다면서.. 그 친구도 공부하겠지... 하고 씩... 웃는다.


운동 재능과 공부 재능이 있는데,

운동으로 키우질 못했으니, 공부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건 엄마 뜻이고.. 엄마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나는

공부하라는 성화를 부리진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하면 동기부여해줄까? 하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딸이,

드디어... 공부하기 시작했다.


딸은 혼자 사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았고,

사기당하는 엄마 때문에 답답해했고,

딱히 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걱정이 됐을 것이다.


그 아이도 심리적 상처가 있으니 공부가 잘 될 리가 없다.

그렇다고 무진장 이성적이어서 미래를 위해서 지금 상황을 잠시 보류 해 놓을 수 있을만큼 성숙한 아이도 아니고

파충류 뇌와 포유류뇌만 기능하는 사춘기인데..

엄마라는 사람이 다그칠 수는 없었다.


엄마만큼이라도 해야, 그나마 1/10이라도 얻는다고 하기에는 설득적이지 않다.

엄마는 사주가 안좋지만, 너는 좋으니까... 노력하면 니가 원하는 것을 얻을거야... 이런 말은 설득적이지 않다.


그런데, 딸이 보기에 이 엄마는

늘 잘될 거라고 하고,

늘 괜찮다고 하고,

그러면서 자기가 보기에 썩 좋아지지 않고 있음에도 잘될거라고 하니... 믿기진 않지만,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면서 수입도 줄어든 상황에서

십일조, 건축헌금, 선교헌금, 감사헌금 다 내고

박사학위 받고

좋아질거라고 희망을 갖고 있는 엄마를 보며,

공부할 맘이 생겼나보다.



공부한 만큼 아이에게 성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아이가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눈이 아파서 실수도 여전했지만,

그래도, 삼승반(학교 우수 학생)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전교 석차 10등 안에 들었다.




훈계나 조언은 다른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훈계하려면 그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조언도 방법도 제시할 수 없으면서 아랫사람의 잘못을 고치라고 하는 것은 형편없는 윗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무시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이의 심정을 살피지 않았거나

부모가 존중받고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자녀들에게만 강요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나는...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고... 애썼다.

왜냐면, 그동안 꼬투리 잡힐 일이 많았기 때문에... .


부모의 이혼 뿐 아니라,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경제적 형편도 안되고,

학원다니고 과외받고 싶다는 데도 해줄 수 없었다.

집안의 재정이 악화되니, 불만이 쌓여갈 만도 한데...


이제, 상황을 이해하고 이겨낼 힘이 생긴 것 같아.... 고맙고 기특하고 뭉클하다.


정말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처음본다.

네플릭스, 드라마, 유튜브, 예능 같은 거 보는데 시간 보내고 애들하고 채팅하기 바쁘더니.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다니...


무슨 사단을 내도 내겠다 싶다.


무엇이 그 아이를... 동기강화시켰을까???




딸의 비전과 꿈을 위해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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