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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의 빛글 Jul 04. 2016

엄마의 쓴소리

워킹맘. 싱글맘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엄마라는 사람이 거의 매일 일하느라 늦게 들어오거든. 


아직 초등학생인 남매는 알아서 저녁을 해결해야 하고, 자기 할 일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때론 부쩍 성장해 있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대견스럽지만,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니다. 


미안함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있는걸까? 되물어본다. 

여느집 부모처럼 아이들에게 특별히 해준게 없으니 아이들에게 기대를 내려 놓았다고 하면서 내안에 기대를 발견할 때 그렇다. 


둘째 녀석이 학교 숙제를 거르고 선생님께 거짓말을 한 모양이다. 

숙제는 하기 싫고 잊은 척 하고 안해갔다가 선생님께 지적을 받은 모양이다. 

행동수정계획서를 가져왔다. 

가관이다. 헉. 




아이에게 물어봤다. 

원래 우리 아이들은 거짓말을 안하고 솔직하게 말하기 때문에 거짓말했다는 반성의 글을 보고 좀 의아해서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도 않고, 숨기거나 속이는 일은 한번도 한적이 없다. 내게는 그렇다. 그런데... 숙제를 안해가고 거짓말을 했단다. 

원래 숙제를 못해가면 아침에 선생님께 숙제 못했다고 미리 말을 해야한단다. 그런데, 아이가 말하지 않고, 아침 조회시간 끝나고 숙제를 했단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친구가 선생님께 숙제를 못했다고 말하고서 아들에게도 숙제 못한걸 말하라고 부추겼단다. 그래서 선생님께 숙제를 못해왔고, 아침에 했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께서 혼을 내면서 행동수정표를 주셨단다. 

선생님이 혼내면서 거짓말이라고 하니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뭐 이런식으로 썼단다. 


부모의 한마디가 있는데, 거기에 아이를 챙기지 못한 내 불찰이 컸다고 썼다. 그리고, 거짓말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것인데, 행동수정이 되려면 아이가 납득을 해야하는데, 자기 잘못을 모르면 행동수정을 못한다고 썼다. 


난 그닥 문제 삼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거짓말도 한번씩 해보는 것이고, 숙제도 안해갈 수도 있는데, 숙제 3번 안한걸로 이렇게 행동수정까지 해야할 정도 큰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거짓말은 습관이 되면 안되니까 잡아야겠지. 그래서 아이를 다그쳤다. 

그런데, 거짓말을 한게 아니었다.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선생님이 화를 내셔서 자기가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는 것에 억울해하는 것 같았다. 나도 화가 좀 났고, 상황설명과 진짜 말하고자 하는 사실을 말할 수 있는 당당한 아이가 되길 바라며 아이와 대화를 마무리를 했다. 




엄마가 뭘까?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한부모 밑에서 살아야 했다. 아이들은 이혼하자마자 재혼한 아빠랑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그집에 아이가 생기다보니 아이들은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우여곡절끝에 아이들은 엄마랑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영혼이 썩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양육비 한푼 지원받지 못하지만, 아이들을 엄마 힘으로 양육한다. 

그런데, 만만치가 않다. 

여자 혼자서 아이들 돌보랴, 주부로 역할 뿐 아니라 일하며 공부까지 해내야하고 미래를 설계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차츰 지쳐간다. 그래서 다시 다잡아 가지만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어느새 역할을 다해내고 자유를 만끽하는 매일 매일을 살아낸 기쁨이 아닌 부담으로 찌든 내 어깨를 발견하는 순간 놀랜다. 그 순간은 내가 아이들을 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미안하다. 

보석같은 아이들을 데려와서 사랑은 못쏟을망정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자립을 요구하는 나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잘 돌봐주지도 못하고 숙제하나 챙기지도 못해놓고선 자립하길 바라는 아주 어리석은 엄마는 신세를 한탄하면서 침대에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곤, 자신을 본다. 무엇이 자기를 힘들게 하는지... 왜 이런 고생을 맡아 하는지 그것이 자기가 원하는 인생인지 되묻는다. 

다시 찾아낸 해답은. 


엄마

라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엄마는 아이를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것이 아빠가 없더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빠의 보조와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엄마는 아이들을 책임지고 사랑해줘야할 의무가 있고, 아이가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어느새 역할을 등한시하려고 했던 엄마라는 사람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볼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가 미안하다. 그리고, 더 잘할게. 고마워. 이런 환경에서 잘 견뎌내줘서 고마워. 사랑해!!



-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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