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쉬지 못할까

불안의 채찍으로 발전해 온 사람에게

by 호연
나는 불안의 채찍으로 발전하고 있는가,
사랑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가.




나는 왜 이렇게 에너지 소모가 빠르고,

늘 기운이 없을까 궁금했거든.


머릿속으로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이 세상은 언제나 불안한 전쟁터였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늘 도사리고 있었지.


몸은 항상 긴장 상태,

머릿속은 늘 비상사태.


그러니 나는 늘 문제에 대비하고,

대응하고, 방법을 생각해야 했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했기에

단 한순간도 쉬지 못했어.

긴장하고 고통을 견디는 상태가

너무 익숙했던 거야.


버티고, 견디고, 참는 것이

삶 자체가 되니 힘든 줄도 몰랐어.

왜냐하면 이게 '당연한 상태'였으니까.


고통 속에서 살아남는 일상이 안정되고 익숙한,

내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착각을 했던 거지.


평온하고 안정된 삶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그런 삶이 오면 불안했어.

'어? 이건 내 삶이 아닌데?

이러다 큰일 나는 거 아니야?'


평온한 시간은 언제 불행이 터질지 몰라

되려 긴장하는 순간 돼버린 거야.


평온을 원하지만 무의식은

온몸으로 평온을 밀어내고 있었던 거지.


늘 애쓰고 쉬지 못하는 삶을 살다 보니

'의지력'을 자원이 아니라,

나의 '성격' 자체로 착각하며 살았어.

의지력이 내 정체성이 되어버린 거야.


"나는 원래 잘 버티는 사람이야."

"힘들어도 참고 가야 해."

"내가 정신 차려야 이 상황이 유지돼."

"무너지면 안 돼."


견디고, 버티고.

해내고, 이겨내고.


의지력은 쓸수록 닳는 '기능'인데,

마치 마르지 않는 내 '성격'처럼 사용했어.


이 상태에서는 모든 신호가 차단돼.

감정 → 처리하지 않음

피로 → 인식하지 않음

불편함 → 조정하지 않음


단기적으로는

'유능해 보이는 삶'처럼 보일 수 있어.

자기 계발도 잘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갓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의지력은 소모 자원이라는 거야.

회복이 필요하지.


충전 없이 쓰기만 하는 배터리는

언젠가 꺼지기 마련인데,

충전하는 방법을 모른 채,

충전하는 시간조차 사치라 여긴 채,

방전된 배터리를 달달 볶으며 때리고, 던지고.

"작동하란 말이야!!" 라며 나 자신을 학대해 왔던 거야.


그러니 나는 늘 지치고,

에너지를 채우면 금방 소진되고,

삶이 버거웠던 거지.


고통이 익숙해서

몸이 아픈 것도 미련하게 잘 참았어.

참다 참다 도저히 안 되겠을 때야

병원을 가거나 약을 먹었지.


돌이킬 수 없이

몸이 많이 망가지고 나서야

삶이 나에게 비명을 질렀어.


"이건 아니야."

"잠깐 멈춰봐.. 뭔가 잘못됐어."

삶이 나를 강제로 멈춰 세웠어.

건강 악화, 번아웃, 무기력이라는 이름으로.


"멈춰서, 지금 너를 봐! 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삶은 아니라고 계속 외치는데

나는 그 고통이 익숙하고 당연하니까,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니까

계속 같은 방식으로 액셀을 밟았던 거야.


"그거 아니야!! 제발 멈춰서, 직시해!!"

그제야 '아..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어.


내 안에서도

'이건 아니야.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힘들어. 더는 못 하겠어."

이런 말은 나약한 자들만 하는 거라 여겼는데,

나에게 고통은 견디고 버티는 게 당연했는데,

그건 포기가 아니었어.


더 이상 과거의 패턴과

사고방식으로 살지 않겠다!!!!!! 는 선언이었어.


나를 채찍질하고 몰아치는 삶을 멈춰 세우고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고 있나?'

'그 생각이 나를 어떤 행동으로 이끄는가?'

'그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인가?'


익숙한 삶을 멈추고

한 발짝, 두 발짝, 조금 더 멀리 떨어져 봤어.

지구 밖에서, 우주에서, 신의 관점에서.

철저히 제3자가 되어

내 삶을 바라보기 시작한 거야.


제 3자가 되었다가,

깊은 내면의 목소리가 되었다가,

두 관점을 모두 오가며 내 삶을 관찰했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뭐지?'

'진짜 나는 누구지?'

'이렇게 숨 가쁘게 사는 삶이

진정으로 내 영혼과 맞닿은 방향일까?'


비로소 내 몸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멈춰줘. 쉬어줘. 힘들어. 아파. 그만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올라오는 공포를 피하지 않고 온전히 느껴주었어.

그러면서 알게 되었어.


나는 불안으로 나를 채찍질하며 달려왔구나.

그리고 이 불안은 진짜 나를 사랑해서,

나를 성숙시키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구나.


그 불안한 내면 아이에게 필요한 건

'더 빨리 달리는 채찍'이 아니라

쉼, 사랑, 위로, 안정감, 평안함이었어.


쉬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느끼고

그런 너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제야 나는 나를 멈출 수 있었어.

멈추지 않던 다리를 멈춰 세워서

탈진한 그 자리에서 목을 축이고,

몸을 돌보며 마음을 달래주었어.


"그래도 돼. 그래도 괜찮아."

"이제 더는 세상이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아."

"네가 멈춰도 소중한 가족이 다치거나, 죽거나, 네 삶이 망가지지 않아."

"네가 사는 세상은 안전해."


이제는 불안의 채찍이 아니라

안정된 사랑 속에서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천천히, 평온하게, 행복하게, 즐겁고 감사하게.


이 과정은

나의 두려움을

안전한 사랑으로 교체하는 작업이었어.


'내가 책임지지 않으면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

'발전하지 않으면 버림받는다'는 두려움,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는

내가 만든 공포의 세상에서 걸어 나오는 것.


불안 속에서 채찍으로 하는 발전과

사랑 속에서 성장하는 발전은

천지 차이야.


이 둘의 차이를 조금씩,

더 깊이 알게 되기를.


늘 전쟁터였던 내면의 공포로부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빠져나와

'안전함' 속으로 들어오기를.


그렇게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내면기록을 담았어.



#자기고백 #자기사랑 #영혼의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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