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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벽이 나를 가두게 두지는 말라.

[자기만의 방] 여성도 남성도 아닌 인간에 대한 진심

by wise

버지니아 울프는 말한다. “강연자의 첫 번째 임무가 강연 후의 내용을 잘 정리해 책꽂이에 보관하는 순수한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세상에 숨겨진 관념과 편견을 수동적으로 대할 뿐, 진정한 자신을 찾지 못하며, 그런 삶이 결국 끌려가는 삶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잘 자란 여성은 시민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라고 한 것은 아닐까.


과거에는 여성이 글을 쓰는 것을 어리석다고 여겼다. 그 시절, 여성은 평범한 존재로 남성들과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세상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갔고, 여성의 순결이나 교육 문제에서 여성은 그 주체에서조차 배제되었다. 그렇게 여성은 편견 속에서 살았고, 자유와 평등보다 복종과 순응의 삶에 익숙해졌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삶이었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책임감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항상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것은 곧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울프는 여성이 '한낱 여자일 뿐'이라고 여겨지거나, 혹은 '남자 못지않게 뛰어난 여성'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자기 기질을 따르는 삶, 즉 여성으로서의 삶이다.

울프는 여성의 창조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성의 창조력은 남성의 창조력과는 매우 다릅니다. 여성이 남성처럼 글을 쓰거나, 남성처럼 살고, 남성처럼 보인다면 천만 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세계의 광대함과 다양성을 고려할 때, 두 개의 성으로도 너무 부족한데, 어떻게 하나의 성으로만 버틸 수 있겠습니까?”


울프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단순한 성 차별이 아니다. 남성의 차별에 대해 여성들이 남성을 비난하는 것도, 시대에 대한 한탄도 아니다. 이는 삶의 질서와 체계의 중심에 대한 이야기다. 울프는 자신을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게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까? 울프는 기회, 교육, 여가, 돈 등 부족한 조건을 핑계로 삼지 말라고 한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스스로 성장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나는 세계에 갇혀 한탄하고 있는가? 왜 삶의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려 들지 않는가?” 울프는 우리가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방에 갇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틀에 갇히거나 벗어날 수 없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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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곧 나만의 공간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울프는 무명 시인들의 삶을 예로 들며, 자신만의 방을 통해 생명을 끌어당기고, 나의 삶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창조적 삶의 시작이다.


우리 삶의 조건이 아무리 불완전하고 사회적 시선이 차갑더라도,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공간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탐구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의 주체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과거 여성들이 '한낱 여자'로 여겨져 책임이나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때로는 '한낱 백수'라며, '한낱 실패자'라며 우리의 가능성을 낮추고 외면하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 속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자신이 누구인지 더 깊이 알아가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며, 울프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삶의 진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에, 비록 외로운 길처럼 보일지라도 그 길은 우리만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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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는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나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유와 자원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서 나를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방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내 본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그 어떤 외부의 평가나 세상의 시선이 아닌, 자존감을 잃고 흔들리는 순간이 닥치더라도, 나를 지탱할 수 있는 작은 방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시 한번 나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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