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어둠 뒤엔 밝음이 있다
'우리에게는 생과 사의 문제다. 낮에는 기차나 증기선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밤이 되면 그 속도를 잃게 된다.'
비행기가 다른 운송 수단보다 훨씬 빠르지만, 야간에는 운행할 수 없는 단점이 있던 때였다. 이는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현재의 운항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어둠 속에서의 비행은 산이나 건물에 부딪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야간 비행이 조종사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면, 항공사에게도 그 선택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 그 책임자가 바로 리비에르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야간 비행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고 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태풍이 파타고니아 비행기를 휩쓸고 가 연락이 두절됐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비행을 중단해야 할까, 아니면 파비앵 조종사를 기다려야 할까?
삶의 길은 때때로 고난의 터널 속을 관통하며, 어둠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때로는 방향이 보이지 않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절벽 같은 순간이 닥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선택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이성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최선의 선택을 하려 애쓴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차선조차 찾지 못하고,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기에 때로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소설 속 리비에르와 파비앵의 결단은 그 해답을 암시한다. 리비에르는 야간 비행이 자신의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안다. 파비앵의 비행과 그의 생사가 걸려 있는 이 결정은 단순히 이성적 계산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를 감싸고 있는 암흑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과 믿음에 의해 추진된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시험하는 인생의 무수한 순간들과 닮아 있다.
“삶은 모순이다. 매우 심각한 모순이다. 그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헤쳐 나가야 한다. 하지만 견뎌야 하고, 창조해내야 한다. 자신의 덧없는 육신을 통째로 맞바꾸어야 한다...”
리비에르는 파비앵과 다른 조종사들을 깊이 사랑하고, 그들의 안전과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운행을 멈출 수 없는 책임자의 심정은 우편기의 운항에 목표를 세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자연스럽지 않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며, 끊어진 철길처럼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순간도 맞이한다.
어둠과 맞서는 그의 말은 단순히 현실을 수용하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장애물과 역경을 견디고 극복해 나가며,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는 깊은 메시지다. 인생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모순과 위기들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스스로의 존재와 의지로 그 어둠을 관통해 나가는 것이다.
파비앵 역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다. 연료는 1시간 40분 후면 바닥이 날 것이고, 날이 밝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채로 헤매야 하는 기분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파비앵은 나선형을 그리며 상승했고, 위로 올라갈수록 구름은 점점 더 맑아지고 흰 파도처럼 다가왔다. 마침내 그는 하늘로 솟아오르고, 상상조차 못 할 찬란한 구름의 빛을 만난다.
"승리와 패배, 이런 단어들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다. 삶은 이 이미지를 초월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준비하고 있다. 승리는 한 나라를 나약하게 만들지만, 패배는 그 나라를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다. 리비에르가 맛본 패배는 진정한 승리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파비앵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위를 향해 상승할 수 있다. 짙은 구름을 뚫고 나아가는 그의 날갯짓은, 고난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가 암흑을 헤치고 마침내 찬란한 빛을 만나게 되는 순간은, 그 빛을 만나기 위해 자신을 시험하고, 겁 없이 도전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작은 보상과 같다.
삶이란 언제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여정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우리에게 닥칠지라도, 자신의 내면에 있는 빛을 믿고 나아가려는 용기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다. 그렇게 우리는 조종사 파비앵처럼, 리비에르처럼, 자신을 맡기고 나아가며, 각자의 인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와 가치를 조금씩 찾아 나가게 된다. 이 세상에는 모순된 상황이 끝없이 펼쳐지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어둠 너머에 있을 빛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모순이라면, 그 해답 또한 정해져 있지 않다. 기다릴 때는 기다릴 줄 알고, 나가야 할 때는 나아가는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 속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자. 어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를 간직하고 있다면, 언젠가 어둠을 뚫고 밝은 해를 만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