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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으로 합격인가? 실격인가?

[인간실격] 우아한 인간의 재탄생: 나 자신과의 화해

by wise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성 중 하나는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며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특히,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반성하면서 살아온 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인간’이라는 종을 유지하게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이성적으로 반성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때로 우리는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해 욕구를 채우며 살아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순간들이 있었고, 그렇게 이성을 잃고 욕망에 휘둘리던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라 불린다. 인간이란 종은 때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행동으로 삶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인간실격'은 일본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쓴 작품으로, 주인공 요조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자아에 대해 탐구한다. 요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에 실패하고, 자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으로 여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그가 삶에서 겪는 고통과 갈등을 조명한다.

요조는 사회적 규범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자신을 감추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인간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자신을 찾아가려는 갈등 속에서 결국 자아를 잃고 “인간실격”에 이른다. 그는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며 세상과의 관계를 단절해 가고 결국 내면의 혼란과 외부 세계와의 괴리감을 더해 간다.


속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들 사이에서, 요조는 어리고 순수한 존재일 뿐이다. 타인의 모습을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관계를 맺는 것도 어색하다. 그러나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는 결국 자기 방어책으로 과장된 모습을 만들어낸다. 웃음과 익살로 가면을 쓴 요조는 그럴 때마다 진지한 자신을 숨긴 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만약 진짜 모습을 보이면, 타인이 자신을 함부로 대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인간의 자기 본위와 폭력성을 의심하고 무서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조금씩 다른 사람과 제대로 인사하고, 아니, 저는 굴복하고 익살스럽지만 쓸쓸한 웃음을 짓지 않고서는 인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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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는 진정한 자아를 숨기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남이 가진 것만 부러워하며 살아온 지난날. 장난처럼 던진 말 한마디가 가슴에 박혀 자존감을 갉아먹고, 늘 움츠러든 어깨를 추켜세우기에는 너무나도 비참한 현실에 사로잡혀 있다. 지갑을 열어보니 세 닢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치심보다 더 큰 처참함을 느낀 요조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나의 현실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저는 지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아비규환처럼 살아온 소위 인간세계에서 진리라고 느낀 것은 단 하나 '다 지나가리라.' 그것뿐이었습니다..."
— 인간실격

“다 지나갈 수 있을까?”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상처는 분명히 아플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세상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마찰이 생기면 불안은 커지고 삶이 또 한 번 위태로워질 수 있다. 나약한 인간, 내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힘을 내라"는 응원이 오히려 가식처럼 느껴진다. 아니, 그게 가식이 아니라도, 진정한 힘을 주는 것은 결국 나 자신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내 안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혐오하고 자책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나 자신을 이끌지 못한 죄책감은 나만 아프게 할 뿐이다. 자신을 더욱 강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쉽지 않지만, 적어도 나 자신만큼은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 내 삶을 아프게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진정한 삶의 의미는 외부적인 성공이나 인정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와 성실함에 있다."

주인공 요조의 내면 갈등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그는 결국 자신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외부의 성공이나 타인의 인정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와 성실함을 찾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요조는 삶에서 겪는 갈등 속에서도, 결국 자신을 바라보며 내면의 가치를 발견해 나간다. 이러한 대사는 독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내면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길임을 깨닫게 한다. 인간실격은 단순한 자아 탐색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 있는 불안과 갈등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가 겪는 인간실격외부의 판단과 기준이 아닌,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아의 불안정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 요조처럼 나 자신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인정하고, 내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 아닐까. 자존감이란 결국 내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기보다는, 내면의 기준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길이, 진정한 자아실현의 시작이다. 자기혐오를 멈추고, 나를 아프게 하지 않으며,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그 길, 그것이 바로 자존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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