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행운이 되는 결핍의 마법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삶이란 어지러운 여정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 지쳐가지만, 가끔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이른 아침 낮아진 기온에 두 어깨를 싸매고 코밑까지 지퍼를 올렸다. '호~'하고 불어봐도 그리 따뜻하진 않지만 양손을 맞잡은 모습은 공양하는 보살의 진심과 같다. 발이 편해야 한다며 엄마는 점원이 추천해 준 깔창을 찾았다. 신발가게 점원을 두고 선생님이라며 감사해하고 허리를 숙이는 모습은 자신의 업을 깎아내려는 중생의 애달픔이 아니라, 내 새끼만은 잘되기를 바라는 따스한 모정이었다. 자신을 보살피기보다는 자식을 먼저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모두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그런 세상을 마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의 하루도 이렇게 지치고 힘겹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오즈의 마법사』의 작가, 라이먼 플랭크 바움은 네 명의 아이를 둔 아버지였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지만, 그가 이루고자 했던 큰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자신에게도 마법 같은 행운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했을지도 모른다. 오즈의 마법사가 그에게 마법을 실현해 주는 상상의 나라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삶이 흘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정신을 차리고 있어도 일이 헷갈리기 마련이고, 당황하면 실수가 이어지기도 한다. 에메랄드 성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쉽지 않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난관이 많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만난 친구들은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있었다. 허수아비는 뇌가 없어 생각할 수 없다고 믿었고, 양철 나무꾼은 심장이 없다고 여겼으며, 사자는 용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에메랄드 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은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허수아비는 위기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넘어서게 된다. 양철 나무꾼은 신체적으로 불완전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다. 사자는 겁이 많았지만, 친구들을 위해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내며 진정한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이미 길을 떠나는 순간부터 자신들이 필요했던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바로 그들이 내면에서 이미 갖고 있던 ‘용기’, ‘지혜’, 그리고 ‘사랑’이었다. 결국, 오즈의 마법사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허수아비야, 너는 뇌가 필요 없어.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으니까. 경험을 통해서만 무엇인가 배울 수 있단다. 세상을 오래 살수록 그만큼 경험도 쌓이는 법이야.
사자야, 너한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자신감이야.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두려워할 수밖에 없단다. 그런 두려움을 이기고 맞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용기란다.
양철 나무꾼아, 네가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게 오히려 잘못된 것 같아. 심장은 사람들을 대부분 불행하게 만들거든. 그 사실을 알면 심장이 없는 걸 행운으로 여길 텐데.”
오즈의 마법사는 단순한 판타지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우리 각자의 내면을 탐험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뛰어넘는 힘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삶의 어려움과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이겨낼 때 우리는 더욱 성장하게 되고 그렇게 성장한 뒤에는, 과거의 상처도 더 이상 쉽게 아프지 않게 된다.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처럼, 우리는 종종 자신이 가진 결핍과 부족함 때문에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그 결핍조차도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 모두는 이미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을 깨닫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쉽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가 많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믿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바움이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어려움을 겪을 때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결국 그 길 끝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의 삶에서 힘들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을 담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는 책과 영화 모두에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로 그 마법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좋고,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통해 더 깊은 의미를 찾는 것도 괜찮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에게나 여전히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점이다. 오즈의 마법사처럼, 우리도 각자의 여정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어가면서 진정한 성장과 자기 발견을 이루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