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흩어졌던 나, 다시 찾는 여정

[호밀밭의 파수꾼] 목표가 아닌 과정, 그 속에서 얻어지는 것

by wise

『호밀밭의 파수꾼』은 단순한 소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현대 100대 영문소설, 뉴스위크가 뽑은 세계 최고의 책 50선, 로고스의 20세기를 만든 책 100선, 하버드생이 가장 많이 읽는 책 20선에 오르는 등, 이 책은 그저 '잘 쓴 소설'이라는 범주를 넘어선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순히 그 명성을 확인하거나 실증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책은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 내면의 성장을 끌어내는 중요한 울림을 주었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그 메시지는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거나,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 책이 주는 깊은 울림은 당신의 삶에 새로운 시선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nature-2531757_1280.jpg

『그냥 하지 말라』의 저자 송길영 님은 목표가 아닌 과정에서 얻어지는 가치를 중요하게 말한다. 과거에는 성취를 위한 행동이 강조되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 특히 요즘 세대는 생각 없이 무턱대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행동이 너무 강조되면서 생긴 문제이다. 물론 생각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늘 목표를 성취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도 쉽지 않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고통과 갈등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지친 인생의 여정에서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을 다시 되새기게 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책은 “삶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단정 짓는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실, 홀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때로는 갑갑함과 짜증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가 겪는 혼란과 좌절이 어쩔 때는 우리 자신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든을 통해 우리는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홀든의 눈을 통해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만큼 깊이 있는 자아 탐구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책 속에서 홀든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지만, 그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그래서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는 홀든의 이야기는 나를 더 가까이 바라보게 만든다.


책의 제목인 『호밀밭의 파수꾼』과 주인공 홀든의 이름에는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다. ‘호밀’은 토양이 척박한 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일 년생 작물로, 추위와 더위에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만큼 호밀을 좋아하는 사람은 적고, 일반적으로는 밀보다 식감이 거칠고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이러한 호밀의 강한 자생력은, 때로는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고난과 비슷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어딘가에서 나타나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그의 상상 속에서, 홀든은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은 것이다. 이는 홀든이 가진 순수한 마음의 상징이자, 세상의 부조리함과 무질서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은유이다.


홀든의 여정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여정과 닮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목적을 가지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던져졌다’는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우연히 이 세상에 놓인 존재일 뿐이다.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낯설고 척박한 환경에 맞닥뜨린다. 때로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기도 한다. 삶의 폭풍 속에서 흔들리고, 고통 속에서 방황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러한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깨달아가고, 결국 자신을 단련하게 된다. 고통은 때로는 사람을 부서뜨리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더 강해진다. 홀든이 지키고자 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우리는 고통을 이겨낸 후에 비로소 자신만의 삶의 목적을 발견하게 된다.


홀든이 만난 인물들은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많다. 그는 기숙사 룸메이트 스트라드레이터, 여자친구 제인, 그리고 그를 시험에 빠뜨린 역사 선생님 스펜서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 모두는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로,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홀든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지만, 그 과정 속에서 홀든은 더 단단해지고, 자신의 순수를 지키려는 마음을 더욱 굳건히 한다.

홀든은 이들을 통해 순수함의 가치를 깨닫게 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는 백혈병으로 죽은 동생 앨리, 어려운 삶 속에서도 바른말만을 하는 친구 제임스 캐슬, 그리고 순수한 여동생 피비와 같은 인물들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지켜가고자 한다.


홀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결국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는 모두 외롭고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지만, 그 외로움과 고독을 인정하고, 가식과 허영을 벗어던질 때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홀든이 되려고 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우리도 세상의 부조리와 속물적 세상에서 순수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힘써야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저 소설이 아니라, 내면의 성장을 위한 여정이다. 홀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keyword